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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 - The God Father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영화가 시작하면 우리는 한 중년 남자의 간곡한 청을 들어야한다. 이탈리아에서 미국 땅으로 이주해서 자신이 얼마나 열심히 일하고 성실하게 살았는지, 그렇게 일하며 착하고 예쁜 딸을 길러내었는데, 천하의 몹쓸 놈들이 그런 딸을 망쳐놓았다. 그 씹어먹어도 시원찮을 나쁜 놈들을 혼내고 싶다는 것. 이 장의사라는 캐릭터는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자신의 이력과 미국 사회에 대한 분노를 빠짐없이 연설한다. 그리고 부패한 미국 법조계 보다 당신, 대부를 믿고 있다고 말한다.(이 중요한 오프닝은 중후반, 마치 쌍둥이처럼 벌어지는 부탁 시퀀스와 만나는 장면이다.) 이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맞은 편에 앉은 채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사내의 무게감이 느껴진다. 그렇게 이 영화의 진정한 오프닝이 열리는 순간은 대부의 얼굴이 등장하는 장면이다. 중년의 남자가 맞은 편의 사내에게 다가가 부탁을 하자 드러나는 대부, 말론 브란도의 얼굴이다. 이 얼굴은 곧 영화 <대부>의 삼부작 시리즈로 이어지는 세계의 그림자가 무엇인지를 드러내는 알려주는 장면이다. 그리고 이 긴 영화에 20여분 출연 분량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획득한 명캐릭터를 선보이는 결정적 장면이다. 이 긴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결코 대부, 말론 브란도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가 영화에 얼굴을 비추지 않을 때도 그는 병원에 누워 있으며, 또 대저택의 어두운 방에서 그 무게감을 자랑하며 살아있다는 것을 잊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그가 몇 포기의 토마토 밭에서 손자와 놀다가 반듯이 스러져 죽는 장면을 오롯이 목격하고 나서야 대부의 사망을 기정 사실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결코 그의 존재감은 죽지 않는다. 이어지는 후속편에서도 이 아버지 돈 콜레오네의 그늘이 있기 때문이다.
대부의 무게감은 그가 모습을 나타내지 않을 때 더욱 크게 다가온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돈 콜레오네가 역시 딸의 결혼식에서 간곡한 부탁을 들었던 이탈리아 계 가수 조니를 위해 영화사 대표를 혼내주는 장면이다. 코폴라는 이 장면에 마치 공포 영화의 한 장면같은 인장을 심어놓는다. 세상 어느 누구도 죽지 않는 유령을 두려워하지 않는 인간은 없을테니까. 양아들이자 가족 변호사인 톰을 보내 오만한 영화사 대표를 설득한다. 돈 꼴레오네가 조니의 뒤를 봐주고 있음을, 그를 꼭 이 번 영화에 캐스팅해야만 할 것을 강요한다. 이것은 그들 패밀리가 계속적으로 '거절하지 못할 제안'이라고 말하는 그 방법이다. 그러나 그 대표는 돈 콜레오네의 메시지를 알아듣지를 못했고, 큰 희생을 겪고 나서야 무릎을 꿇는다. 이 장면은 영화사에 길이남는 명 시퀀스로 불리운다. 카메라는 대표의 저택 풀샷으로 바라보다 서서히 창문을 타고 안으로 들어간다. 이 때 돈 콜레오네의 테마 멜로디가 흐른다. 그는 결코 이 곳에 없지만, 그의 영향력이 바로 이 공간에도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카메라가 방으로 들어서면 대표가 화려한 침대에서 자고 곤히 자고 있다. 그러나 그가 몸을 돌렸을 때 드러난 이불 깃에 묻은 붉은 피의 흔적. 우리는 감지한다. 점점 이불을 걷어내는 순간 드러나는 붉은 피, 영화사 대표의 피인가, 하면. 곧 침대 끝에 있는 잘린 말 머리를 보게 된다. 바로 몇 장면 전에 그 말은 대표가 애지중지하는 종마라는 사실을 구구절절 보여주었기 때문에 그 충격이 크게 다가온다. 그는 톰에 고백할 때 조니는 자신이 5년이 공을 들인 아름다운 여배우를 말아먹은 놈이라고, 결코 배역을 줄 수 없는 이유를 떠든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애착을 두었던 것을 또 다시 잃게 된 것이다. 이 장면은 돈 꼴레오네의 유령이 깃든 집처럼 찍었으며 그의 존재감을 확실히 심어주는 장면이 된다. 누구나 돈 꼴레오네의 부탁을 거절하면 이렇게 된다고. 그러나 그런 그도 죽음을 피할 수는 없다.
물론 누구나 영생을 누리지는 못하지만, <대부>는 아버지에서 아들로 이어지는 관계로 어떤 부활, 환생으로 보여진다. 영화 속에서 대부는 자신의 뒤를 이어 가족들을 보살필 것으로 믿어온 큰 아들을 잃게 된다. 그리고 다른 식으로 권력을 잡기를 바랐던, 막내 아들 마이클이 그를 잇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마이클의 세습은 이미 예정 되어있었던 것이다. 아버지가 습격당한 뒤 병원에 누워있는 동안, 경찰이 강제로 사설 보디가드를 해체 시키자 마이클이 보여주는 행동은 그의 존재감을 관객들에게 드러내는 부분이다. 아버지가 위기에 처했음을 감지하고, 신속하고 영리하게 위기를 대처한다. 그로서 아버지의 죽음을 유예시키고(대부의 생명 연장은 마이클을 위한 준비 단계다.) 서서히 가문의 전통에 스스로 진입하려 한다. 아버지의 사후, 탄생하는 부활하는 가장 엘리트 교육을 받고 순수해보였던 마이클이 누구보다 아버지의 모든 것을 흡수하는 인물이 된다. 그리고 조카의 세례식과 교차 컷으로 비춰지는 마이클의 '보복과 정리'시퀀스는 유유히 흐른다. 누구도 그를 막을 수 없고, 암흑가가 어떻게 재정비 되는지 보여주는 장면이다. 암흑가의 재정비는 인간 청소 즉, 살인 뿐이다. 이것은 곧 돌고 도는 반복의 행위가 된다.
<대부>시리즈에서 만나는 가장 큰 주제는 '순환과 반복'이다. 꼴레오네 가문의 역사 속에 흐르는 아버지와 아들의 운명이 그것이며, 이 영화 <대부> 1편을 보는 동안 만나게 되는 중요한 장면들이 모두 '순환과 반복'들이다. 대부는 자신 휘하의 이탈리아 이주자들을 보살피지만 그들 또한 그것에 대한 답례를 보내야한다. 그렇게 서로 관계하며 그 세계를 유지해 나가는 것이다. 누구도 그 굴레의 약속을 어길 수 없으며 그것이 가장 안전한 곳임을 알기 때문이다. 이 무게감은 대부, 돈 꼴레오네의 세계를 추앙하게 만든다. 그래서 <대부>는 갱스터들에 대한 환상을 품게 한다는 단순한 악평도 들어야 했지만, 이것은 진짜 악당들이 판을 치는 세계에서 나의 가족을 지키려는 순수한 소망을 읽게 하는 영화이다. 그 안전한 성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인간들의 정신적 혈투가 더 크게 다가온다.
by 명탐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