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과 경찰아저씨의 700일 전쟁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무료한 청춘의 시간, 언젠가 기억할 행복했던 순간들
 
 
포스터만 봐도 웃기는 영화일 게 분명했지만, 일단 이치하라 하야토가 나온다는 사실만으로도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작품이었다. 안 웃겨도 막 웃어줄 테다. 뭐, 이런 심정으로 상영 극장을 물색하는데, 거기서 좌절. 상영관이 별로 없어서 간신히 보게 되었다. 하지만 넓은 극장 안에 나를 포함한 두 명의 관객 뿐이어서 이 재미있고 귀여운 영화를 막막한 정적 속에서 보게 되었다. 실로 유감스러운 일이다.
 
영화 속의 아이들은 외곽 마을에서 무료하게 살고 있는 말썽꾸러기 고등학생들이다. 이치하라 하야토가 연기하는 마마차리라는 아이를 필두로 늘상 장난 치고 살 궁리 뿐이다. 어느날 열혈 경찰이 이 마을에 오게 되고 마마차리 일당은 그를 전쟁 상대로 낙점한다. 하지만 아이들의 공격과 아저씨의 야비한(?) 지적 게임으로 언제나 팽팽한 긴장감이 도사리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장난은 그리 과하지 않고 귀여운 정도이다. 누구나 어린 시절에 비슷하게 해보았을 법한 그런 장난들이다. 결코 누구를 해치거나 피해를 입히는 그런 악당스러운 장난들은 아니기 때문에 귀엽기만 하다. 그렇게나 재미없고 무료한 시간은 아이들이 스스로 빚어내는 활력으로 생동감을 얻게 된다. 그리고 사건 사고 없는 무료한 시골 마을에서 경찰 아저씨 또한 심심하지 않을 수 있고. 더디게만 느껴지던 청춘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아이들과 경찰 아저씨의  '쌍방합의'에 가까운 전쟁이 매일매일 벌어지는 것이다. 
 
그래도 비슷한 수준의 장난들이 반복적으로 벌어질 뿐 강하게 다가오는 것이 없어서 다소 심심해진다. 장난꾸러기들의 이야기지만 이러한 청춘의 이야기 속에서 성(性)의 문제는 심각하게 다가온다. 표면적으로는 장난으로 대체했을 뿐이지만 아이들의 삶에 끼어드는 것은 바로 이성, 섹스에 대한 환상들이다. 성의 문제를 노골적으로, 입체적으로 그려지지는 않지만 이 영화 역시 청춘과 마스터베이션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영화 속에서 어린 사내 아이들이 저희도 모르게 가장 순수하게 표출하고 있는 것은 오로지 욕망에 대한 것이다. 이 장난꾸러기들이 어느 날 비로소 연애를 하고 진정한 사랑을 알게 되면 이 시절은 자연히 마감히 될 것이다. 그리고 빈번하게 벌어지는 장난꾸러기 군단의 장난 에피소드 나열 속에서도 빛나는 장면들은 분명히 있다. 바로 아이들이 불꽃놀이를 위해서 자전거를 타고 밤 길을 달리는 장면이다. 그냥 그 한 장면 만으로도 영화가 아주 껍데기만 쓴 영화는 아니라고 본다.  

by 명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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