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신파 작품 엄청 좋아해서 신파인 거 알고 샀는데, 뭐랄까... 너무 현실적이라서 아픈 반면에, 너무 현실적이라서 구질구질하게 느껴진달까. 주인수의 생생한 가난, 학교 폭력, 자살할 날만 기다리는 희망 없는 매일이 덤덤한 묘사와 극적인 주인수의 심경 표현으로 잘 나타나 있다. 작가님이 글을 잘 쓰심.
전학 온 주인공은, 일방적인 폭력을 당하기만 하는 수에게 자기도 모르게 눈길이 가서 도와주고 동정이 애정이 되며 소박하게 사랑을 키워가지만 불행은 다시금 찾아온다. 나는 주인공과 가족들의 사고와 기억상실까지는 괜찮았다. 그런데 그 이후 주인수가 이해가 조금씩 안 가기 시작했다. 물론 그렇게 심한 지속적인 폭력을 경험해보질 않아서일 수도 있지만, 기억이 돌아오지 않아도 좋아하면 안 되냐고, 지금의 내가 좋아하면 안 되냐고 매달리는 공을 굳이 그렇게 내치고 자살해야했을까? 물론 자살시도는 실패로 돌아가지만, 기억 없이 고백한 공의 눈빛이 처음 고백했던 그 눈빛과 달랐다는 이유로 그 마음이 가짜라고 단정짓고 자살까지 하는 건 작가님의 좀 과한 설정같다. 공의 기억이 돌아와서 다 잘 되긴하지만 마냥 공감하고 기뻐하기엔 석연치가 않다.
그래서 외전이 더 빛나보인다. 공에게 다른 사람이 생겼다고 오해하는 해프닝이 벌어지지만, 이번엔 도망가지 않고 어떻게 하면 다시 자기를 좋아해줄 수 있냐고 묻는다. 이것도 평범하진 않은 반응이다만 무작정 죽어버릴래 하고 자살하는 거 보단 훨씬 바람직하지.
펑펑 울면서 봤지만 4권은 좀 공감을 못해서 별 하나 뺌. 그래도 엄청 잘 쓰인 신파물은 맞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