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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어벤저스 9 - 저작권법, 권리를 지켜라! ㅣ 어린이 법학 동화 9
고희정 지음, 최미란 그림, 신주영 감수 / 가나출판사 / 2025년 11월
평점 :
저작권이라는 것은 눈에 보이는 형태가 없기 때문에, 어른들조차 중요성을 알고 있으면서도 일상에서 쉽게 잊어버리기 마련이다.
하물며 디지털 세상에 살아가는 요즘 청소년들은 수많은 경로를 통해 정보를 접하면서도 정작 그 정보를 만든 창작자의 권리에 대해서는 무감각해지기 쉽다.
누구나 손쉽게 글과 영상, 음악을 만들고 공유하는 시대가 된 만큼, 그만큼 저작권을 악용하거나 청소년의 부주의함을 노리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어 초등학생을 키우는 입장에서 각별히 교육이 필요한 영역이라고 여기던 차에 《변호사 어벤저스 9권》을 만났다.

이번 《변호사 어벤저스 9권》은 이런 ‘저작권법’을 주제로 다룬다.
저작권법은 창작자의 권리를 정당하게 보호하고, 동시에 저작물이 공정하게 이용되도록 돕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다. (30쪽)
필자는 사실 저작권이 최근에 많이 부각되어 이에 관한 법도 최근에 많들어졌을 거라 생각했지만, 책에서는 우리나라 저작권법이 1957년에 이미 제정되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만큼 저작권은 오래전부터 사람의 생각과 창작이 가진 가치를 지키기 위해 필요했던 법이라는 점을 다시 깨닫게 된다.
9권에서는 저작권에 대한 작은 부주의로 시작된 초등학생들의 실수와 갈등 상황을 실감나게 풀어낸다. 모두가 일상에서 충분히 겪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라 독자들도 자연스럽게 공감하게 되며, 저작권이 결코 먼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느끼게 한다.
커버 댄스 영상을 올렸을 뿐인데 저작권 침해로 고소를 당한 미아의 이야기에서는, 초등학교 6학년인 춤을 사랑하는 신미아라는 친구가 나온다. 미아는 누구보다 춤을 사랑하는 아이로, 세계적인 댄서가 되겠다는 꿈을 키우며 매일 열심히 연습한다. 좋아하는 안무가의 동작을 따라 만든 커버 댄스 영상을 온라인에 올리며 자신의 춤 실력을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고자 했는데 뜻밖의 상황과 마주한다. 바로 자신이 좋아하는 안무가 로이나 씨로부터 저작권 침해로 고소를 당한 것이다.
갑작스러운 사태에 미아는 큰 충격을 받고, 도움을 얻기 위해 변호사 어벤저스를 찾아간다. 그 과정에서 미아는 춤과 같은 ‘안무’도 창작물이며, 허락 없이 사용하면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닫게 된다. 단순히 좋아서 따라 했던 행동이 창작자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점은 많은 이들에게도 중요한 메시지를 준다.
사건은 합의도 쉽지 않게 흘러가는데, 과연 미아는 안무가에 대한 자신의 진심을 전해 오해를 풀 수 있을까?
중간 중간 책을 읽어가며 옆에 있던 초등 5학년 아들에게 이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미아가 잘못한 부분에 대해 질문해 보았다.
우리 집 아들 또한 음악 표절과 같은 부분은 워낙 저작권 논쟁 사례가 많아 인지하고 있었지만 안무 자체에 저작권이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거 같다. 이처럼 이 이야기는 청소년들이 일상에서 접하는 콘텐츠가 얼마나 쉽게 저작권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지 보여누는, 있을 법한 에피소드인 거 같다.
다음으로 영화를 무료로 다운받다 사기 사건에 걸려든 지유의 이야기가 나온다.
고등학생인 송지유는 친구가 추천한 사이트에서 무료로 영화를 내려받았다가 저작권 침해로 고소당하게 된다. 처음에는 단순히 무료로 영화를 본 것뿐이라고 생각했던 지유와 아빠는 변호사 어벤저스를 찾아가면서 사건의 본질이 훨씬 복잡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문제의 사이트는 무료 쿠폰, 빠른 업로드, 과장된 광고 문구 등을 미끼로 청소년들을 끌어들이고 있었다. 더 큰 문제는, 이 사이트를 운영하는 회사가 고의적으로 불법 다운로드를 유도한 뒤, 피해 영화사와 모종의 방식으로 연결하여 합의금을 뜯어내는 범죄를 벌이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변호사 어벤저스는 치밀한 조사와 법적 분석을 바탕으로 이 사건이 단순한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 불법 사이트 운영, 변호사법 위반, 사기 미수까지 얽혀 있는 대형 범죄라는 것을 밝혀낸다. 지유의 사건은 단순 실수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청소년들을 노린 조직적인 함정에 가까웠던 것이다.
이 사례는 ‘공짜 콘텐츠’라는 유혹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또 저작권을 지키지 않는 행동이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을 깊이 있게 보여준다.
이번 변호사 어벤저스 9권은 저작권이라는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주제를 실제 사례와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어린 독자들은 이야기를 읽으며 저작권 개념을 어렵지 않게 이해하고, ‘창작물’이 가진 가치를 존중하는 태도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잘못된 사이트나 정보에 속아 큰 법적 문제에 휘말릴 수도 있다는 점을 통해,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경각심도 심어준다.
창작자의 권리를 존중하는 일은 곧 자신의 꿈과 미래를 지키는 첫걸음이라는 메시지가 감동적으로 다가오는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