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사랑이 없다면, 그 무엇이 의미 있으랴 - 에리히 프롬편 세계철학전집 4
에리히 프롬 지음, 이근오 엮음 / 모티브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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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집에는 선물 받은 에리히 프롬 책이 있다. 아마 2권 이상은 될 것이다.

대부분 특별한 마음을 주고받은 사이에서 이 책이 오갔던 걸로 기억한다. 그때에는 소중한 인연이었던 것 같다. 이사를 몇 번 하고, 세월이 꽤 흘렀지만, 이상하게 에리히 프롬 책은 버리지 못하고 아직도 책장에 꽂혀있다. 그렇다면 그 당시 제대로 읽었을까? 부끄럽지만 제대로 그의 책을 읽어보지는 못하고 책장에만 꽂혀있다.

이번에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사랑의 기술그리고 자유로부터의 도피를 토대로 하여 현대인에게 맞게 재구성한 책이 나와서 얼른 서평을 신청해 보았다.

삶에 사랑이 없다면, 그 무엇이 의미 있으랴가 그 신간이다.



 

책을 받아 드니 표지부터 무척 마음에 든다. 마치 가판대에서 타블로이드판 신문을 하나 집어 든 것처럼 에리히 프롬이 중앙에 흑백으로 자리 잡은 모습과 책의 제목이 인상적이다!

이번에는 이 책 한 권을 읽고 에리히 프롬이 말하는 바를 짐작은 할 수 있겠지? 또 완독을 못 하면 어쩌지?’하는 조바심을 느끼며 책장을 펼치니 목차의 내용도 잘 이해가 잘되도록 흐름이 짜여있고, 이 책의 목표하는 대로 오늘날의 언어로 쉽게 잘 쓰인 거 같다. 그리고 현대인의 사랑 모습에 그의 이론을 투영하여 설명하는 부분도 있어 읽기에 편안했다.

드디어 완독한 것이다!! 사실 천천히 음미하여 읽고 싶기도 했는데 내용이 쉽게 잘 쓰여지고, 재미도 있어서 빠르게 읽어나갔다.

이제부터 필자가 이 책을 통해 이해한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나름대로 느낀 점까지 적어보겠다.

 

에리히 프롬은 자신의 존재 자체를 증명하는 수단으로 자신이 소유한 것들로 삼는 삶을 소유 중심의 삶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이런 삶을 사는 이들은, 내가 무엇을 가졌는지 가진 것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 보인다고 한다. 예를 들어 학력, 직장, 재산 둥둥. 소유에 집착하는 사람일수록 연애할 때도 상대가 나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 만한 사람인지를 먼저 보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그 욕구는 상대적이고, 늘 비교를 일삼고, 점점 더 요구하게 되며, 소유한 것은 일순간에 사라질 수도 있기에 그 소유의 삶은 채워지기 어렵다. 요즘처럼 SNS가 발달한 시절에는 이 상대적인 비교가 더욱 일상화되었기에 비교의 함정에 빠지기 다반사이다.

 

그렇다면 에리히 프롬이 말하는 소유의 삶이 아닌 존재의 삶을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에리히 프롬은 존재하는 사람은 과거에 머물지 않고,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지금, 이 순간에 살아 있다.”라고 말한다. 즉 지금 마주한 일, 오늘 만나는 사람, 느끼는 감정에 반응하며, 결과보다 과정에 집중하고, 삶을 통제하려 하기보다는 오늘을 어떻게 살아야 더 의미 있는지 고민하는 태도를 가진 삶이 존재하는 삶이라고 한다. (41)

 

이런 사람들은 사랑도 잘 한다.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함께 있는 그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상대와의 시간을 적극적으로 살아가려는 자세로 사랑하기에 함께하는 따뜻한 추억이 쌓인다, 혹여 이별을 맞이하더라도 함께한 그 시간이 서로 성장하는 시간이었고, 따뜻한 추억이 남아있기에 조금은 덜 아픈 이별이 될 수도 있다.

 

책에서는 사랑의 이름으로 남녀 간의 에로스적 사랑뿐 아니라 모성적 사랑, 형제애적 사랑, 자기애적 사랑, 신에 대한 사랑으로 그 종류를 나눠 설명한다. 그리고 미성숙한 사랑과 성숙한 사랑은 어떤 사랑을 말하는지 설명하고 예시도 들어주니 세상 모든 사랑하는 이들은 다 참고할 만하다.

 

더 긍정적인 것은 이런 사랑은 배울 수도 있는 일종의 기술이라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감정이 촉발되고 고조되는 것만이 사랑의 형태가 아니라 사랑을 유지하고, 상대를 이해하며, 좋은 관계로 성장시키는 과정은 우리가 연습하고 배워야 할 기술인 것이다. 이러한 사랑의 기술을 익힌 사람은 어려운 순간에도 관계를 포기하지 않고 함께 해결책을 찾아나갈 수 있으니, 혹여 그간 사랑의 실패로 사랑을 두려워하는 이들이 있다면 에리히 프롬의 이 기술을 꼭 익혔으면 하는 바다. 어찌 사랑을 두려워하는 초심자들뿐이랴? 권태기에 접어든 부부나 연인들도 꼭 익혀서 사랑이라는 것이 두근대는 처음의 모습뿐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그 시간, 그리고 나를 포함하여 더 성장해 가는 과정이라는 걸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깨닫게 되고, 나를, 관계를 돌아보게 되었다.

 

부디 많은 이들이 이 책을 통해

지금 나의 사랑은 어떤 모습인지, 그리고 그 모습은 지금 어떤 사랑에 머물고 있는지를 천천히 되돌아보길 바란다.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기술이다. ” -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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