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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쫌 아는 10대 - 왜 생겨났고, 왜 필요하고, 왜 지켜야 할까? ㅣ 사회 쫌 아는 십대 20
김나영.김택수 지음, 방상호 그림 / 풀빛 / 2024년 8월
평점 :
법을 이야기하는 책이라는데, 아빠와 딸의 다정한 대화로 이루어진 책.
뭔가 사회과나 법 관련 책의 표지라기엔 귀여운 노란 표지.
책장을 넘기면, 중간 중간 그려진 삽화나 영화 이야기에도 눈길이 한참 머무른다.
책의 전체적인 디자인이 아기자기하게, 10대 친구들이 가볍게 들고 읽도록 그 얇기도 얇다.
그렇다고 마냥 가벼운 내용일까 여기며, 목차를 하나하나 훑어보면, 법의 필요성, 탄생의 과정, 법으로 보호하고자 하는 것들을 짜임새 있게 구성해 놓았다.
저자 김나영 씨의 소개를 살펴보니, 사회교육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경제교육과 사회경제학을 전공한 사회 선생님이다. 아마 책 속 '나영'이라는 딸인 듯 싶다. 그리고 공동 저자인 김택수 씨는 법대를 졸업하고 18년간 판사 생활을 하기도 했다. 책 속 아빠가 아닐까?
부녀간의 대화는 법이 사라진 사회의 모습을 담은 영화 <파리대왕>으로 시작한다. 영화 설명만으로 영화를 보지 않아도 법이 없는 세상을 단번에 이해하도록 한다. 예전에 파리대왕을 봤던 거 같은데, 이렇게 법이 없는 사회의 사례로 들어 설명하니 내가 봤던 그 책이 맞나 싶을 정도로 또 다른 관점의 깨달음을 얻게 한다. 그렇게 제멋대로인 인간의 악한 본성에 대한 또 다른 예로 실제 일어났던 미뇨넷호 사건을 들어 생존에 위협이 될 때 인간이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대해 이어 말한다.
법은 인간의 악한 본성뿐 아니란 제멋대로인 왕권 제한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아빠와 딸은 로빈 후드 이야기로 시작해서 실제 부당한 세금에 지친 기사들에 의해 왕권을 제한하게 된 마그나 카르타 이야기나 시민혁명, 권리 장전까지 소설과 역사적 사실을 들어 왕도 법을 지켜야 하며, 이러한 법으로 개인의 권리를 지켜낼 수 있다는 법의 필요성과 그 탄생의 과정을 자연스레 알려준다. 간결하게 설명하지만 필요한 정보를 담아내 법 탄생에 대한 정리와 관련한 역사적 지식이 급상승한다. 여기서 궁금한 것은 이 책에 나온 키워드로 더 찾아보며 지식을 다져도 좋다.
법의 필요성과 역사에 대한 이야기는 법이 보호하려는 다양한 권리로 이어진다. 권리 파트에서는 대비되는 자유권과 사회권, 평등권과 자유권의 대비되는 권리에 대해 고민해 보게도 한다. 부녀의 대화를 따라가면서 독자들도 자신의 생각을 가늠해 보겠지만, 챕터의 말미에 '나영쌤과 함께 생각을 나눠 봐!'라는 코너를 두고, 현재 대두되는 사회 문제나 논제를 제시하며 생각할 거리도 안겨준다.
이 책의 장점은 그간 서로 다른 분야에 놓여 있던 요소들이 '법'이라는 테마로 잘 엮어지는 그 짜임새에 있다. 읽으면서도, 상황에 안성맞춤인 영화, 소설, 사건, 철학자 등등을 대입하는 저자의 해박함과 법에 대한 전문성에 감탄한다.
법을 잘 아는 것은 물론 문화, 역사, 정치, 인문학 전반에 대한 혜안 지니지 않고는 이렇게 쉽게 엮어낼 수 없을 거 같다. 이만큼 어려운 주제를 쉽고 재밌게 풀어낸 책은 아직 못 본 거 같다. 법에 대해 알고 싶고, 탄생 역사와 그 당위성까지 궁금한 10대는 물론 전 연대의 독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