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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너머의 세계 - 의식은 어디에서 생기고 우리는 어떻게 자유로워지는가
에릭 호엘 지음, 윤혜영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7월
평점 :
의식 연구에 대한 책이라 하여 읽게 된 <세계 너머의 세계>.
내 기억엔, 신경과학 분야는 불과 30여 년 전만 해도 그렇게 각광받는 영역은 아니었던 거 같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곳곳에서 쓰이고 있는 오늘날, 문득 어느 정도까지 뇌, 특히 인간의 지적 능력이나 의식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졌나 궁금했다. AI 앞에 한없이 작아지는 인간은 과연 AI를 능가할 비밀병기를 갖고 있을까 여겨지던 차였다. 아니 비밀병기까지는 아니더라도 AI와 다른 인간 뇌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궁금했다. 무엇보다 과연 인간은 두뇌를 흉내 낸 인공지능에게 결국 밀려날 수밖에 없는지가 가장 궁금했다.
지금 나오는 AI 기술을 보자면, 꽤 많은 진전이 있었을 듯싶었는데,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그 신경과학의 발전을 확인하는 데 미궁에 빠지게 되었음을 고백하며 서평을 시작한다.
책은 신경과학 분야에서 촉망받는 신예로 떠오르고 있는 에릭 호엘의 첫 번째 책으로, 현대 과학은 밝혀낼 수 없는, 작동 원리에 관해 명확한 해답을 얻지 못한 미지의 영역인 ‘의식’에 관해 다룬다.
책을 펼치면, 제일 먼저 인간이 세상을 보는 두 가지 관점인 내재적 관점과 외재적 관점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두 관점의 역사와 이 관점의 결합으로 의식 과학이 어느 정도까지 이르렀는지가 이 책에서 다루는 주제인 거 같다.
의식 이론에 대해서는 주로 현재에 우세한, 저자가 연구하는 통합정보이론(ITT)과 관련하여 주로 이야기하고 있다.
우선, 세상을 바라보는 두 가지 관점인 내재적 관점과 외재적 관점에 대해 읽어 보았다.
내재적 관점을 취한다는 것은 정신의 흐름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을 표현하고, 묘사하고, 이해하고, 조종하는 따위의 관점을 갖는 것을 일컫는데, 내재적 관점의 절정은 문학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관점의 적용 대상은 아마도 인간일 것이다.
반면, 자연을 바라볼 때 인간은 외재적 관점을 취한다. 이는 세상을 기계와 기구, 형식적 관계, 확장, 신체와 요소, 상호작용으로 구성된 것으로 간주한다. 이러한 외재적 관점의 절정은 과학일 것이다.
역사적으로 이 두 관점은 조정되거나 만나지지 않은 서로 별개의 영역이었으며, 이탈리아 과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내재적 관점과 외재적 관점의 분리하여 연구하게 된 이후 더욱 뚜렷하게 갈리게 되었다.
따라서 인간의 심리와 의식에 관한 연구도 과학적 연구와 만나지지 않은 그저 미지의, 신비한 영역으로만 치부되어 체계적인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다가 과학적으로 연구가 이루어지기 시작한 것은 노벨상 수상자인 프렌시스 크릭과 제럴드 에델만에 의해서인 듯하다. 그리고 이러한 의식 연구는 최근의 '통합 정보 이론'까지 이르게 된다.
사실 책은 어느 정도 의식 이론에 대해 지식을 갖춘 이가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의식 이론에 대해 문외한인 필자는 중반 이후의 통합 정보 이론에 대한 이해와 반론을 대해서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아직 의식에 관한 연구는 과학적으로 접근하기 어렵고 연구 대상 또한 불분명하기도 하지만, 저자는 최근의 통합 정보 이론 등을 소개하며 어쩌면 의식의 흐름 또한 그 체계나 작동원리, 이론으로도 정리할 수 있는 과학적인 연구 대상이 될 수 있음을 확인시켜준다.
한편 인간을 흉내 낸 완벽한 모조품이 아직은 만들어지기 어렵다는 걸 확인하기도 했다. 나를 대체할 수 있는 의식이 있는 인공지능은 어렵구나! 아직 열리지 않은 뇌, 의식의 세계와 이와 연계된 인공지능의 탄생은 아직은 먼 길임을 확인하는 계기였다.
책의 내용을 다 이해하기에는 철학적, 물리학적, 과학적 배경지식이 모자라 읽으면서 많은 대목에서 이해 자체에 실패하여 좌절하기도 했지만, 전체를 관통하는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나 의도는 장님 코끼리 더듬 듯이 겨우겨우 주워 담아 조합하여 서평을 마친다. 의식 이론에 관심이 있는 호기심 많은 독자라면 읽어보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