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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달 경제 교실 - 부자를 꿈꾸는 어린이를 위한 경제 교육 동화
국윤나 외 지음, 송하정 그림 / 주니어아라크네 / 2024년 7월
평점 :
초등 4학년인 우리 집 아이는 요즘 교실 쉬는 시간에 창업 계획을 세우고 사업을 하느라 바쁘다.
친구들끼리 축구 카드를 그려 판다는 둥, 책상 정리나 청소를 대신해 준다는 둥 창업에 대한 관심이 한창이다. 사업을 하다가 접기도 하고, 다음 사업을 구상하고 마케팅 고민을 하는 게 여간 귀여울 수가 없는데, 한편으로는 '저러다가 어른이 되어 진짜 사업을 한다 하면 어쩌지?' 하는 객쩍은 걱정도 잠시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창업이나 각종 사업에 대해 처음에는 '위험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부터 하는 경우가 있는 거 같다. 어디선가 읽은 글에, 우리나라가 경제 규모에 비해 개인 사업자나 신생 기업에 대해 지나치게 경직된 시선이 있으며 실제 투자에도 인색하다는 내용을 접한 적이 있다. 실패가 두려워 시도조차도 못해보게 하는 문화. 특히 돈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하다. 아마도 정확하게 경제에 대해 잘 모르니 그 무서움은 배가되고 자신이 아는 길로만 가게 되는 거 아닐까?
그런데 돈 버는 방법은 많고, 시간이 갈수록 변해간다. 일자리도 다양해지고, 투자 방법도 각양각색이다. 알아야 돈을 버는 시대다.
이에 어릴 때부터 경제에 대한 교육이 필요한데, 최근 어린이를 위해 일자리, 세금, 창업, 저축과 투자, 대출과 신용, 보험, 부동산 경매와 임대 등등 경제 전반을 풀어서 알기 쉽게 학교 상황과 연계한 <열두 달 경제교실>이라는 책이 나왔다 해서 궁금했다.
이 모든 걸 어떻게 이야기로 엮었지?
이 모든 걸 <열두 달 경제교실> 속 강유재 선생님은 열두 달 동안 6학년 경제교실을 운영하면서 하나하나 풀어나간다.
1,2월은 부자가 되고 싶은 이유, 즉 돈을 벌고 싶은 이유를 고민하는 데에서 출발한다. 돈을 벌어야 하는 까닭을 짚어보고, 이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하도록 한다.
돈이 필요한 이유는 뭘까? 도윤이는 부자가 되려는 이유를 10가지 정도 생각해 본다. 컴퓨터 새로 바꾸기, 좋아하는 가수 앨범 구입부터 부동산, 건물 구입 등등 쭉 적어나가는데, 이 중 정말 원하는 것 3가지를 골라낸다. 평소 하고 싶던 것이 딱히 없던 아이들도 이 주제에 대해 고민하면서 좀 더 선명해진 돈 버는 이유를 찾아본다. 이러한 목표나 이유를 알고 돈 공부를 시작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는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돈을 벌려는 뜻을 세워야 가는 길을 알고 찾게 되리라는 저자의 의도가 엿보인다.
아이들이 돈 버는 이유를 찾았다면 이제부터 돈 버는 방법을 알아야 하는데, 이때 도움을 주는 어른들이 나온다. 이는 가족이 되기도 하고 공원에서 만난 정체 모를 할아버지가 되기도 하고, 강유재 선생님과 같은 선생님이 가르침을 주기도 한다.
여기서 어른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우리집 또한 부부가 다양한 경제활동을 하고 있지만 그다지 성공적인 모습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 속의 건희는 빚내서 한 주식투자로 큰 빚을 지게 되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면서 경제활동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비록 부모님이 경제에 있어 성공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더라도 아이들은 이 부분에 대해 고심해 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3월부터 교실에서 시작된 경제활동에서 아이들은 교실 속 일자리를 찾고, 돈을 벌고, 지출할 대상도 정하게 된다. 물론 수입과 지출에 세금이 매겨지기도 하고, 벌어들인 돈이 늘어날수록 인플레이션이 일어나기도 해서 아이들은 점점 떨어지는 돈의 가치도 체감하게 된다. 오른 물가로 인해 저축이나 주식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된다.
주식을 어떤 식으로 교실에 도입할까 궁금했는데, 투자 대상은 아침 퀴즈 성적이다.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아침 퀴즈 점수의 상승과 하락을 예측하여 3주 동안 주식 시장에 투자할 기회를 준다. 평균 점수 80점에서 점수가 오르면 주식 가격도 오른다. 아이들은 퀴즈 범위와 아이들의 공부 실력을 가늠해 투자를 결정한다.
그리고 창업도 할 수 있다. 아이들은 저마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사업계획서를 작성하여 홍보도 하고 번창하는 사업은 직원도 고용하게 된다. 물론 이때 사업자들은 부가가치세와 종합소득세, 직원 고용 시 최저임금 등을 감당해야 한다. 사업 확장을 위해 대출도 받는다.
경제활동을 하면서 아이들은 대출의 순기능도 배우게 되고, 올바른 주식 투자도 알게 된다. 또한 줄어든 일자리로 인해 생기는 실업에 대비한 고용보험도 배운다. 무엇보다 교실 자리 배치에서 부동산 경매와 임대 기술도 적용하게 되는데, 참신한 아이디어라 웃음이 나온다. 아이들은 저마다 좋은 자리를 사기 위해 입지 분석에 들어간다. 조망이나 편의시설(풍경 감상이 용이한 창가나 냉난방기 근처), 교통(교실 내외 이동), 교육(수업 집중에 좋은 자리)에 따라 자리의 점수도 매긴다. 이렇게 하나하나 경제활동에 대해 배워가면서 열두 달 동안 아이들은 교실이라는 작은 사회를 움직이는 돈의 큰 힘에 대해 체득하게 된다.
어린이 경제활동에 관한 책으로 교실에서 경제교육을 하는 것을 동화 형식으로 엮어낸 책이 많다. 아무래도 실물경제에 뛰어들 나이가 아니다 보니 경제를 실질적으로 배우기에는 어려움이 있기에 그럴 것이다. 그리고 직접 생활하는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이다 보니 더욱 와닿을 것이다. '경제교실'이라는 안전한 환경에서, 실패를 해도 이를 통해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는 값진 경험을 우리 아이도 해봤으면 싶은 마음은 이 책을 읽은 부모님이라면 자연스럽게 들 거 같다.
책을 통해서라도 아이들이 경제활동에 눈을 뜨고, 돈을 버는 이유를 찾고, 나아가 이를 위해 자신이 해볼 수 있는 게 많다는 걸 하나하나 알아나간다면 좀 더 나은 안목과 능력을 갖춘 다음 세대의 경제를 책임지는 어른으로 성장하지 않을까? 계속해서 이런 유익한 경제 교육 관련 서적들이 나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