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해내는 아이의 비밀 - 스탠퍼드대 박사 엄마의 뇌과학 컨설팅
김보경 지음 / 제이포럼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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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이 바뀌면 뇌가 바뀐다>


몇 해 전 시청했던 다큐였던 거 같다. 유럽 어느 나라의 9살 아이와 한국의 같은 또래 아이의 아침 풍경을 비교했던 영상인데, 유럽의 아이는 아침에 스스로 일어나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양치와 세수를 마친 뒤 그날 입을 옷을 고르고, 정해진 시간 안에 아침 식사를 하고, 등교할 준비를 스스로 척척 해내었다. 반면 한국의 아이는 기상부터 이 닦기, 아침밥 먹기까지 거의 부모님의 손을 거쳐 수행했다. 너무 비교된다고 여겼는데, 이제 초등 4학년 중반을 향해 가는 우리 집 아들의 아침 풍경도 그때의 한국 아이와 별반 다르진 않은 거 같다.

그 유럽의 아이는 원래 자율적이고 성실한 성품을 타고난 것일까?

스스로 해내는 아이의 비밀이 궁금하다!



행동과학자이자 신경심리학자인 김보경 씨는 그 비밀은 ‘뇌’에 있다고 말한다.

더 자세히 말하면 ‘뇌가 만들어 낸 습관’이다.

여러 뇌과학책에서 인류는 원시인일 때부터 뇌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려 해왔다고 말한다. 그렇게 우리의 뇌는 일일이 신경 쓰지 않고 행동이 자동으로 이루어지도록 습관을 만들어 낸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이런 습관들이 형성되고 이렇게 만들어진 습관은 쉽게 사라지거나 바뀌지 않는다. 그렇기에 잘 들여놓은 좋은 습관은 아이의 삶을 도와줄 귀한 유산이 될 수 있다.

다행히 이런 습관은 무의식적으로 은연중에 형성되기도 하지만, 노력을 통해 의도하는 대로 긍정적으로 만들 수 있으며, 이미 형성된 습관도 고칠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형성된 좋은 습관은 뇌 발달을 돕고, 다시 좋은 행동을 하게 하는 선순환 효과도 가져온다.

그럼, 이런 좋은 습관 형성을 위해 뇌과학 전문가가 제시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좋은 습관을 들이기 위한 실질적인 방법은 <1부 습관이 바뀌면 뇌가 바뀐다>에서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뇌가 어떻게 습관을 배우는지, 습관을 만드는 마법의 5단계가 무엇인지, 쉽게 습관을 만드는 비결까지 소개한다.


여기서 '습관을 만드는 마법의 5단계'를 간단히 소개하며 나름 깨달은 바도 정리해 보겠다.

(1단계) 목표 설정 : 목적지를 확실하게 정하라

명확한 목표를 정해놓아야 하는데, 그것은 아이에게 앞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 아이가 겪는 문제 해결, 아이가 원하는 것이 될 수 있겠다. 표적 행동을 정하기 전 그 방향성을 설정하는 단계이다. 여기에는 가족, 문화, 신념, 아이의 상황 등등 좀 더 크고, 넓게 보며 방향을 설정해야 하는 거 단계인 거 같다.

(2단계) 행동 선택 : 타깃 행동을 잘 골라야 쉽게 성공한다

습관으로 만들고자 하는 행동을 타깃 행동이라 부르는데, 좋은 타깃 행동을 고르기 위해 리서치 작업이 필요하다. 책, 논문, 기사, 강의, 아이와의 대화 등등을 통하자.

타깃 행동은 목표 설정과 일치하는 행동인지, 행동을 작게 쪼개어 간단하게 만들었는지, 아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으로 골랐는지, 아이의 능력에 맞는 행동인지 고려해야 한다.

(3단계) 보상의 힘 : 보상이 없으면 반복도 없다

보상은 행동에 따른 결과이다. 보상에는 외적인 동기와 내적인 동기를 자극하는 방식이 있는데 둘 다 적절하게 사용하게 될 때 효과적일 것이다. 보상에 관한 기술을 별도로 139~163쪽에 자세하게 설명하는데, 저자가 쓰는 축하의 기술이 재미나다. 박수 치기, 하이 파이브, "예~~"하고 외치기부터 성공을 축하하면서 가족들끼리 손잡고 둥글게 서너 번 도는 강강술래나 기념사진 찍기, 인터뷰하기처럼 내적동기를 크게 해치지 않으면서, 지도하는 입장에서도 대단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도 '축하'라는 보상을 주는 방법이 참 인상적이었다. 아이가 해낸 작은 성공에 소소한 이벤트를 하면서 함께 기뻐하고자 하려는 노력을 오늘부터라도 해보고 싶다는 동기부여가 된 대목이었다.

(4단계) 신호 주기 : 행동의 방아쇠 당기기

우리가 은연중에 하던 많은 습관들이 알고 보면 어떤 '신호'에 의해 움직인다고 한다. 여기서 신호는 여러 가지가 될 수 있는데, 습관을 형성하고 싶은 어떤 타깃 행동을 위해 이 신호를 의도적으로 배치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문앞에 바로 매일 아침 챙겨야 할 준비물을 의도적으로 두는 공간을 마련한다거나 저녁 식사를 마치면 바로 이어 독서 30분을 한다거나 매주 토요일 저녁 7시 알람이 울리면 아파트 단지 5바퀴 뛰고 오는 식으로 신호를 타깃 행동에 맞춰 이리저리 배치해 보는 것이다.

(5단계) 반복 또 반복 : 바로 행동이 나올 때까지

이제 잘 설계한 신호-행동-보상의 연결고리가 자동화되도록 충분히 반복해야 한다.

물론 노력해도 자동화가 안 된다면 설계를 수정할 수 있다. 목표에 맞는 행동을 '어쨌거나' 수행하고, 기뻐하고, 지속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뒤이어 '3장 쉽게 습관을 만드는 다섯 가지 비결'에서는 습관을 만드는 비결이 나오는데, 그중에 편안한 루틴 만들기 비법인 루틴 이름 짓기를 우리 집에 적용해 보고 있다. 매일 저녁에 반복하는 일과의 이름을 정했는데, 그 루틴의 이름이 '신. 낭. 독'이다. 어린이 신문읽기의 '신', 영어책 10분 낭독 녹음하기의 '낭', 30분 저녁 독서의 '독'이다. 매일 입 아프게 "신문 읽었니?"부터 "독서 30분은?" 하고 소리치는 거 보다 '신낭독!' 이 한마디면 아이도 기억하기 좋고, 스스로 챙기기까지 한다. 이처럼 책에서 알려주는 방식으로 뇌에 습관을 가르친다면 우리 집도 잔소리가 조금은 줄어들 거 같다는 희망을 가져본다.


<2부 스스로 해내는 아이의 습관>에서는 집중하는 뇌, 공부하는 뇌, 행복한 뇌를 만들기 위한 습관 만들기를 제시하고 있다!

집중하는 뇌를 위해서는 잠을 잘 자고, 잘 먹고, 디지털 미디어를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당연한 거 같지만 생각보다 정해진 시간에 규칙적으로 자고 일어나며, 아침 식사를 거르지 않으며, 스마트폰이나 TV를 통제하기란 어른인 나도 어렵다.

눈여겨본 챕터는 디지털 미디어 습관인데, '지루함이 신호가 되어 스마트폰 사용으로 이어지고 지루함을 해결하는 보상' 또는 '스마트폰의 각종 알림 신호, 스마트폰 사용, 스마트폰의 자극이 주어지는 보상'의 단단한 연결고리를 끊어내는 가이드 라인을 제시한다.

간단히 소개하면,

아침에 눈 뜨자마자 스크린 타임(게임, 영화, TV 쇼 등 화면 보는 활동 시간) 갖지 않기, 잠들기 최소 2시간 전부터는 스크린 타임 갖지 않기, 스크린 타임 정해두고 미디어 기기 사용하기, 미디어 사용 습관을 기르는 중이라면 공개된 장소에서 사용하기, 공부할 때는 정해진 자리에 두기 등이다.

그리고 각 가정의 상황을 반영하여, 습관 형성을 위해 신호-행동-보상 체계를 설계한다. 예를 들어, 하교- 친구와 놀이터-귀가 후 간식-숙제-스크린 타임-기기 정리-운동-샤워-저녁 식사 루틴이다.


공부하는 뇌를 위해서는 잘 읽어야 하고, 단계적으로 공부 시간을 늘리며, 스스로 생각하고 배우는 게 공부임을 알아야 하며, 성장에 따른 고통을 견디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인상적으로 다가왔던 곳은, 270~278쪽의 슬픔과 고통을 감내하게 하는 습관 형성 부분이었다. 아이가 공부나, 운동이나, 피아노 연습이 힘들고 어렵다며 불평하거나 힘들어할 때(신호) "그렇게 할 거면 그만둬!"라고 강하게 반응(행동)하는 평소 내 습관을 돌아보았다. 이렇게 해서 얻어지는 (보상)은 아이의 고통을 덜어주었다는 순간의 위안이었을까?

노력하지 않은 결실이 없듯이, 고통을 인정하지 않고 아이가 좋은 것을 누리게 하려는 내 얄팍함이 저런 행동을 하게 한 거 같다. 여기서 나의 방향성을 다시 설정하면, 아이의 자발적인 고통 감내로 인해 찌푸린 얼굴로 고분고분하지 않은 태도로 그 어느 것을 수행하더라도 계속해야만 탁월함을 만들어 낸다는 걸 머리에 새기게 되었다. '내가 선택한 고통이 나를 성장하게 한다.' 이 사실을 부모인 나뿐 아니라 아이에게도 가르쳐야 하겠다. 그리고 앞으로 더 나아가기 위해 고통이 있는 순간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축하하고 칭찬하여 받아들이도록 도와주어야겠다.


행복한 뇌를 위해서는 매일 감사하고,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능력을 키워주며, 자신을 믿고 노력해야 한다. 많이 와닿았던 부분이 '감사' 지적인 능력이기도 해서 가르칠 수 있다는 것이다. 감사 능력을 위해 구체적으로 생각하는 연습도 제시하고 있다.

그날 하루,

나에게 일어난 좋은 일 발견하기, 그 일이 일어나도록 도움을 준 상대 찾기, 내가 얻은 유익의 값어치 인식하기, 상대의 의도와 비용 이해하기, 감사를 표현하기, 선행 베풀기의 6가지이다.

상대적인 비교에 불행할 요소만을 기가 막히게 찾아내는 요즘, 매일 내 삶에서 감사하는 습관을 뇌에 가르친다는 생각만으로 행복해지는 기분이 든다.

그리고 자신의 두려움과 불안에 대한 신호를 알아차리고, 이때 말로 표현하는 습관을 기르는 데에 부모가 좀 더 지지해 주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아이가 표현하는, 그냥 넘어가지 못하는 사소한 불안을 그냥 무시하거나 비난한 적은 없는지 반성도 해본다.


책에는 좋은 습관을 형성하는 데에 필요한 많은 내용을 담고 있었는데,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변할 수 있고, 이를 위해 노력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것이라 한다. 사소한 행동들의 성공으로 자신을 믿고, 이런 습관들이 모여 더 나은 나로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그 믿음이 아마도 스스로 해내는 아이의 비밀이지 아닐까?

뇌과학에 기반한 심리학책이지만 그간 자녀와 잦은 갈등의 원인 분석과 해결부터 부모로서 큰 방향성도 찾을 수 있는 육아 철학서 같기도 한 이 책을, 모든 부모님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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