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쉬는 것들은 어떻게든 진화한다 - 변화 가득한 오늘을 살아내는 자연 생태의 힘
마들렌 치게 지음, 배명자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릴 때 시골 쥐와 도시 쥐 이야기를 들으면서 역시 붐비는 도시보다는 시골이 훨씬 살기 좋다고 생각하곤 했다. 도시에서 쫓기듯 지내다 시골로 돌아온 쥐는 짚더미에서 편안하게 몸을 누이며 역시 내 시골집이 최고라는 얼굴로 이야기가 끝난다.



그렇다면, 시골 토끼 vs 도시 토끼는 어떨까?

이 책은 저자 마들렌 치게가 프랑크푸르트에서 머물며 자신과 잘 맞지 않는 이 도시에 대해 고민하다, 자신과는 달리 건강하고 활기차게 이 도시에서 생활하는 도시 토끼들을 보며 궁금증을 가지며 시작한다.

마침 저자는 진화생물학을 공부하고 있다.

야생동물에겐 스트레스 천지일 것 같은 이 도시에 적응해서 살아가는 토끼.

그에 비해 자신에겐 도무지 맞지 않는 프랑크푸르트. 저자는 급기야 발작까지 일으켜 쫓기듯 그 도시를 떠난다.

사람에게도 알맞은 서식지가 있는 걸까? 그건 사람마다 다를까? 프랑크푸르트의 토끼는 왜 도시에서 오히려 잘 지내며 번식까지 성공하는 걸까?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에 이상적인 장소가 어디인지 알려주는 길잡이는 과연 있을까?


저자는 생명체의 알맞은 서식지를 알려주는 길잡이로 ‘스트레스’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한다.

‘스트레스’라 함은 만병의 근원이며, 없애버려야 할, 하지만 늘 우리에게 따라다니는 필요악과 같은 존재로 여기지만, 저자의 스트레스 어원과 개념 탐구 과정을 따라가 보면 오히려 고대에는 긍정적인 요소로 보았다는 걸 알 수 있다. 개념 혼동으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외부 요인과 스트레스에 대한 내부 반응이 혼용되고 있어, 1장에서는 일단 스트레스 개념 정리부터 하고 있다. 1장을 읽다 보면 스트레스가 삶을 방해하기는커녕 삶을 위해 뭔가 달라져야 한다는 신호라는 걸 알 수 있다. 스트레스 외부 요인으로 인해 생명체의 적합성이 떨어질 때 이를 회복하기 위해 생명체가 궁리한 스트레스 반응으로 한 단계 적응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누군가 내게 스트레스가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아주 쉽게 대답할 수 있다. 내가 보기에 스트레스는 적합성이 떨어지는 현상이다. 다음 세대에 DNA를 많이 물려줄수록 당신의 적합성은 올라간다. 그러려면 기본적으로 건강이 최상이어야 한다. 그리고 건강은 당신의 수행 능력으로 수월하게 측정할 수 있다.” -86쪽


2장 ‘모든 존재에게는 그들만의 서식지가 있다'에서는 모든 생명체의 기본욕구를 가장 잘 채우는 장소에 관해 이야기한다. 흥미롭게 읽은 내용 중, 사람도 동물인지라 자신과 잘 맞는 장소가 있다는 거였다. 저자 개인의 경험처럼, 나도 지금 내가 사는 도시의 일부가 되고 싶은지 아닌지, 그리고 잘못된 장소에 와 있는 듯한 강렬한 감정이 드는지 고민해 보았다. 저자는 이러한 잘못된 장소에 와 있는 듯한 강렬한 감정이 최적의 장소로 생명체를 안내해 줄 길잡이라고 본다. 즉 사람과 동물은 모두 자신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장소에 끌린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도시는 우리의 기본욕구를 충족해야 한다

도시 고유의 논리는 확실히 타당성이 있는 것 같다. 어떤 도시는 다른 도시보다 유난히 우리와 성격이 잘 맞는다. 그런데 정말로 그게 전부일까? 아니면 최애 도시로 선택하게 되는 이유가 또 있을까?”-124쪽


3장 ‘자연은 불안과 친구가 된다’에서는 읽는 내내 소름과 전율이 느껴지는 대목이 곳곳에 있었다. 내가 생물학책을 보고 이토록 감동할 줄이야!

우선 3장에는 '세상에나 이런 일이!' 라고 놀랄 정도의 동식물 이야기가 나온다.

스트레스 요인에 반응하는 자신만의 방식이 나오는데, 우리가 보기엔 놀랍기 그지없다.

예를 들면 스스로 몸을 잘라내는 달팽이다. 달팽이가 기생충에 감염된 몸 일부를 예리한 칼로 도려낸 거처럼 절사한다. 그리고 잘린 부분은 다시 자란다. 이때 자라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먹이로 먹은 식물의 엽록소에서 얻기 위해 잠시 달팽이는 식물이 되기도 한다!

모든 동물이 자신의 적합성을 높이기 위해 이러한 스트레스 반응을 하지만 식물도 마찬가지다.

코요테 담배라는 담배풀은 매우 영리하다. 자기 몸에 기거하는 애벌레가 어느 정도 기어다닐 수 있을 만큼 기다린 다음, 스스로 맛없는 먹거리가 되어 애벌레들이 알아서 이웃 식물로 이동하게끔 전략을 펼치기도 한다. 만약 애벌레가 이동하지 않고 계속 머문다면? 화학 메시지를 보내 침노린재와 말벌을 불러 애벌레와 알을 먹어 치우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이렇게 자연 안에서 서식지를 찾거나 현재 서식지에 적응하는 데에는 유전자 선호도보다 학습 능력을 우선으로 들기도 해서 나 같은 수줍은 생명체에게 희망을 주기도 한다. 저자는 우리가 주변 환경, 즉 서식지에 맞춰 잘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바이오필리아’ 개념을 말한다.

동식물 모두가 자신에게 적합하도록 환경 즉, 서식지를 바꾸는 생태공학자이기도 하다는 사례를 들면서, 인간 스스로 과연 자연과의 공존을 생각하며 서식지를 개선하고 있는지 질문하게 만든다. 이때 필요한 것이 ‘생명애’ 즉 바이오필리아인데, 생명과 살아 있는 모든 존재를 열렬히 사랑하자는 개념이다. 이는 다른 생명체뿐 아니라 그들의 성장을 위한 구상이나 계획도 지원하려는 욕구다. 모든 생명체가 제 서식지에서 생물학적 본성에 걸맞게 행동한다면 그 자체로 자신을 위한 멋진 보금자리를 마련할뿐더러, 다른 생명체를 위해 균형을 잘 유지하는 길이라고도 말한다.

이어 4, 5장에서는 죽지 않는 이상 생명체는 스트레스가 0일 수는 없다고 딱 잘라 말한다. 스트레스가 없는 최고의 적합성을 가진 존재인 이른바 ‘다윈의 악마’는 없다. 모든 생명체는 일생 한정된 자원의 배분 스트레스를 느낀다. 가장 효율적으로 자신의 적합성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자원을 활용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숨 쉬는 모든 것은 강도 높은 스트레스에 적응하기 위해 진화를 거듭한다.


혹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가? 그렇다면 나의 신체나 감정이 보내오는 그 신호에 잘 귀 기울이자. 그 신호는 내 적합성이 떨어지기에 보내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은 뭔가를 바꾸라는 신호이기도 하다. 솔직하게 그 느낌을 인정하고, 길잡이대로 가장 최적의 거주지, 직장, 파트너, 환경으로 이동하자. 그리고 더 나아가, 과연 우리는 자신에게 적합한 장소에서 자신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 나아가 주변 생명체를 더불어 풍요롭고 이롭게 하는 삶을 살고 있는지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스트레스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며 나 하나 행복하게 바로 세우는 게 다른 생명체와도 유기적으로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는 비결인 것을 일깨워 준다. 좀 비약한 거 같지만 이 책의 독자라면 충분히 공감할 것이다!

생물학이 주를 이루는 책이지만 심리학책 같기도, 철학책 같기도, 심지어 본인의 특별한 ‘모험 여행’을 들려주는 여행기 같기도 한 이 이상한 책을 나의 주변인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우리는 모두 주변과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가도록 자연에 태어난 존재이기에!


“자연의 모든 것은 각자 자기 자리가 따로 있다. 그리고 당신이 당신 자리를 찾아내는 데 스트레스가 도움이 될 수 있다.”-288쪽


**네이버카페 미자모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