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베르 씨, 오늘은 뭘 쓰세요?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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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 하면 제일 먼저 떠올리게 되는 소설 <개미>.

아쉽게도 이 소설에 손을 댔다가 끝까지 읽지 못하고 두기를 반복했다.

1990년대 내가 중고딩이었던 시절, 우리 집 책장에도 <개미>가 입장했던 거 같은데...... 아쉽게도 손이 안 갔다. 인연이 없나 싶던 베르베르의 소설이 흥미롭다 여겨진 게 <타나토노트>, <뇌>,<아버지들의 아버지>였던 거 같다. 번득이는 그의 아이디어에 편승해서 여행을 가다 보면, 잘 몰랐던 인류의 미싱 링크에 대해 고민하게 되고, 사후 세계에 대해 빠져들기도 하며, 뇌의 최후의 비밀에 대해 파헤쳐 보기도 했다. 어쩌면 이렇게 다양한 분야를 이야기로 술술 풀어내는지 그의 일상이 궁금했다.

베르베르 씨의 일상을 에세이로 담아낸 <베르베르 씨, 오늘은 뭘 쓰세요?>.


책을 읽으면서 계속 들었던 생각을 역시나 베르베르 소설의 한국 전담 번역자 전미연 씨도 하고 있었나 보다. 이보다 잘 표현한 것은 없을 거 같아 옮긴이의 말을 그대로 적어 본다.

"이번 책을 읽으면서 머릿속에 제일 많이 떠올린 단어는 <수렴 convergence>이었다. 어떻게 한 사람의 인생을 이렇게 오롯이 자신이 쓰고자 하는 글을 중심으로 펼쳐질 수 있을까. 꺾일 법한 위기들 속에서도 이야기꾼의 길을 포기하지 않는 그를 보면서 나는 소설가 베르베르이기 이전에 인생 선배인 인간 베르베르에게 애정과 더불어 존경하는 마음을 품게 되었다."

이 책은 한 작가의 회고록임과 동시에 소설의 탄생 역사서인 거 같다.

어쩌면 소설과 함께 쉼 없이 인생을 이다지도 성실히 그려왔고, 앞으로도 꾸려나가는지. 비록 팬이나 독자가 아니라도 한 작가의 근성과 글에 대한 애정, 창작에 대한 무한의 노력을 보면서 존경심이 들지 않을 수 없으리라.

이렇게 해서 완성된 소설들은 하나같이 그를 담아냈고, 그가 소설이고, 소설이 그라는 생각이 든다. 모든 작품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하나하나 산고로 낳은 내 아이처럼 작가의 사랑을 듬뿍 받아 탄생한 훌륭한 작품일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글을 쓰기 위해 생활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노력하는 베르베르 씨의 비하인드 일상을 읽다 보면 눈물겹기도 하다.

젊을 때부터 좋았든 싫었든 마주하는 모든 이들에게 받은 영감이나 경험들을 나중에 소설에 쓰일 캐릭터로 기록하는 작가의 인물 수집 목록부터 하나의 주제를 깊이 파헤쳐 결국 전문가적인 식견을 갖추게 되는 기자 시절의 집념, 날마다 정해진 분량의 소설과 글쓰기 시간, 1년에 하나의 소설 출간이라는 독자와의 약속을 이행하는 작가로서의 성실함까지, 이 책을 읽다 보면, 오롯이 자신의 인생을 '글'이라는 성스러운 과업을 위해 바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제 한국 나이로는 환갑이 넘어 인생에서 가장 편안하게 쉼을 영위하려 드는 시기일진대, 그는 다시 봇짐을 메고 여행을 떠나려고 한다. 이번 타로카드는 '바보'카드다. 그의 뒤에는 고양이 한 마리가 발톱으로 엉덩이를 할퀴어 대지만 그는 사소한 일에 시간을 허비하지 않기로 작심한 듯 전혀 개의치 않고 시선을 미래로 향하여 걸어가고 있다. 그에게는 '글'이라는 삶의 중심이 되어주는 지팡이가 든든하게 중심을 잡아줄 것이다. 나도 그를 따라 그 흥미진진한 여행에 동참하고자 한다.

이 책은 베르베르의 소설을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아니 전혀 생면부지의 이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그의 인생 자체가 매우 흥미진진한, 소설과도 같기에 재미와 가독성을 모두 갖춘 에세이다. 빠져들어 읽다 보면 그의 다른 책들도 궁금해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네이버 미자모 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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