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을 포기하려는 너에게 - 문제 앞 불안을 떨쳐 내고 ‘수학’할 용기 수학하는 10대
장우석 지음 / 북트리거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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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수포자'라는 말을 끔찍하게 싫어했다. 수학이 정말 어렵고 싫은 사람부터 그 정도까진 아닌데 이 단어의 등장으로 인해 이 범주로 미리 들어가 버리려 단정 짓는 사람들까지 다 수학 '포기'를 선언하는 현상이 안타깝다고 한다.

나는 어디쯤에 있을까? 수학이라는 학문이 멋지다고 생각하지만 나와는 잘 안 맞는다고 여기는 거 같다.

수학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게 된 데엔 그 이유가 분명히 있을 거라고 되짚어보라고 했다. 과거에 수학으로 인해 부정적 사건을 경험한 일이 '반드시'있을 거라는 저자의 말에 하나하나 곱씹어 봤다.

"중요하다고 생각해 열심히 준비한, 그래서 잘 볼 거라고 확신했던 시험을 망친 경험이라든지" 음.... 이 부분은 아니다...

"수학 교사에게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심하게 야단맞은 경험" 이 부분은 확실히 아니다. 다소 지루했던 기억은 있지만 수학 시간이 끔찍한 적은 없었으니...

이건 어떤가? "학생의 기초적인 능력 부족" 중학생이지만 초등학교 수학의 기초가 부족한 경우, 고등학생이지만 중학교 기초가 부족한 경우. 하지만 기초가 부족하다고 곧바로 불안이라는 강박 상태로 들어가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과도한 기대. 이런 심적 상태에 주변 어른들, 예를 들어 부모가 가진 과도한 기대와 그에 미치지 못했을 때 보이는 부정적인 태도가 결합하면 문제가 심각해집니다."

과도한 기대까진 아니지만 다른 과목은 어느 정도 성적을 유지했던 내가 힘을 못 쓰는 부분이 모의고사 수학이었던 건 확실하다. 내신 준비야 범위를 알고 평소 성실히 하면 충분히 시험을 치루지만 모의고사 수학은 외계어가 왜 이리도 많은지... 수학의 기초도 부족했지만 과도하게 나를 높여본 나의 기대가 문제였던 거 같다.

수학에 있어 실패를 반복하니 주눅이 들고, 이러한 '수학 불안'은 지금까지 이어져 아직 극복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거기에 아이에게까지 나의 수학 불안이 전염될까 봐 전전긍긍 숨기려 드는 걸 보니 병이긴 병이다^^;;; (말은 안 해도 이미 아이는 수학을 싫어하는 나를 눈치챘을 거 같다.)



제목 <수학을 포기하려는 너에게>이 참 와닿았다. 지금 포기하기 직전의 나의 팔을 붙들어 줄 따뜻한 응원의 목소리를 들을까 싶어 고민 끝에 책을 만나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숙명여고에서 수학을 가르친다. 이 밖에도 인문, 예술, 과학 등 여러 영역의 고전들을 학생들과 함께 읽고 토론하는 것을 즐긴다고 한다. 그리고 수학교사이지만 이력이 무척 이채롭다. 최근까지 추리 소설도 쓰고 있으며, 등단작은 영화화되기도 했다. 다양한 영역의 지식을 두루 갖추어서인지 책을 읽으면서도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수학과의 연결점을 찾는 부분이 흥미로웠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수학을 잘하고 싶고 좋아하고 싶으면서도, 수학을 두려워하고 피하려 하는 학생을 위한 책이라 소개하며 각 장마다도 나름 완결성을 갖추었지만 가급적 순서대로 읽으면 자신의 의도를 더 잘 느낄 수 있을 거라 했다.

이 책은 총 6부로 구성되어 있다.

(목차)


<1부 수학이 영원히 '선택'과목이 될 수 없는 이유>에서는 수학 공부가 갖는 의미와 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선택 과목이 아닌 이유에 대해 나온다. 현장에서 아이들에게 직접 조사한 '나에게 수학 공부의 의미' 부분이 눈길을 끈다.

(14-15쪽)


나에게 (해당되는) 수학 공부의 의미란?

2) 문제 해결 능력 획득, 3) 본질을 이해하는 능력 획득, 5) 지식의 연결, 확장, 8) 좋은 성적을 얻어 원하는 대학 입학, 13) 끈기, 열정, 15) 자존감 하락의 원인, 17) 넘어야 할 산 정도이다. 18) 도전과 성취감, 19) 희열, 만족감에 당당하게 체크하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

이렇게 '학생들에게 재앙 그 자체인 수학'을 공부하는 의미를 어떻게 일러줄까?

저자는 모든 영역이 그렇듯 어떤 분야를 처음 접할 때 그 원리와 방법을 익히는 데에 시행착오를 포함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론의 형태로 있는 추상적인 언어가 형체를 가진 몸속에 들어와 나의 일부가 되는 과정인 것이며, 이는 어느 분야나 유사한 과정을 거친다. 그중에서 수학은 눈에 보이지 않는 수를 다루는, 추상성이 큰 학문이므로 그 과정에 좀 더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때 '체계적인 노력' 부분이 바로 문제 해결이라는 영역인데, 과거에는 학교에서 이것을 제대로 교육한 적이 없다고 한다. 단순히 공식을 암기한 후 문제에 적용하여 답을 구하는 과정으로 생각했기에 이렇게 배운 수학은 한없이 재미없고 괴로울 수밖에 없다고 한다. 나도 이렇게 수학을 접한 세대이다. 어떤 과정으로 그런 공식이 나왔는지, 증명하는 과정을 제대로 배우거나 스스로 해 본 적이 별로 없던 시절이었다.

저자는 수학을 공부하면서 설사 정답에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조금 더 생각하고 나아가 보는 경험, 그 노력의 결과를 통해 자신의 능력을 신뢰하게 된다고 말한다.

이는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적용해 볼 수도 있다. 나에게 주어진 정보를 창의적으로 연결하여 주어진 시간 내에 난감한 상황을 타개하는 능력은 삶의 보편적인 문제 상황이기에 수학 공부 과정과 닮았다. 이것이 수학 공부의 중요한 의미 중 하나이다.

실제로 수학 역사의 페이지들을 장식한 뛰어난 수학자들 중 많은 이들이 끈기와 열정, 그리고 능동적이고 자주적인 삶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고 한다. 보다 능동적인 삶의 태도를 길러서 보다 멋있는 삶을 사는 게 수학을 통해 가능하다니 솔깃하다.


<2부 수학의 맛>에서는 이런 멋진 수학이 다른 학문들과 구분되는 빛나는 특성들을 하나하나 짚어준다.

수학은 어떤 맛이 날까?

저자는 수학이 털끝만큼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유일한 학문이라고 말한다. 많은 전제들을 밟아 가며 증명을 통해 100% 달성해 내는 유일한 학문이라는 거다. 그래서 문제를 만나면 항상 전제를 살펴야 하며,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를 잘 이해하여야 하는데, 바로 이때 '공기처럼 당연하게 여기고 인지하지 못했던 전제들을 대상화하여 감지해 내는 것' 이것을 시작점으로 삼아 정확한 논리적 추론을 통해 확실한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 저자가 말하는 수학의 달콤한 맛 중 하나인가 보다.

수학자 힐베르트도 이러한 증명의 과정은 일종의 게임과도 같다고 했다. 쉬운 문제들부터 시작해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사유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학문이라고 한다.

또한 추상적인 수학적 개념이 먼저 탄생한 후 실제적 대상을 과학에서 찾은 경우를 허수와 복소수라는 개념을 만들고, 이를 통해 전자기 현상과 역학의 연구에 사용되는 예를 들어 설명한다. 이는 오로지 사유를 통해서만 형성된 개념이 무한한 실제 상황에 대응되는, 과학에 선행되어 필요조건으로 자리 잡은 수학의 위용을 알 수 있다.


<3부 수학적으로 생각한다는 것>과 <4부 수학적으로 해결한다는 것>에서는 수학적 사고란 무엇이며, 이 사고 과정의 역사와 배경과 원리를 정리했다. 그리고 이들 사고의 원리를 습득하기 위한 일상 속 실천 방법까지 알려준다.

귀납, 연역, 유추 등의 수학적 사유만이 가진 특성을 과학적 사유와 대비하여 설명하고 있는데 사실 바로 읽고 이해하기에는 내 수학적 지식이 많이 짧아 여러 번 반복하여 읽어 보았다. 나같은 문외한을 위해 중간중간 쉬운 일상의 예도 들었으니 너무 겁먹을 것까진 아니지만 사실 100% 다 이해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수학적 문제 해결을 위해 '포여의 문제 해결 이론'을 들어 이야기한다.

포여의 이론에 따르면, 수학 문제 해결의 과정은 크게 4단계로 이해-계획-실행-반성으로 설명된다.

'이해' 단계는 문제가 묻는 것을 명확히 인지하고 제시된 조건을 확인하는 것으로 문제가 말하는 것을 나의 언어로 나에게 다시 묻는 것이다.

'계획'은 내가 이해한 문제를 내가 알고 있는 선행 지식과 결부해 보는 과정이다. 문제 해결의 밑그림을 그리는 단계이다.

'실행'은 실제로 문제를 관련된 정보와 연결해 보는 과정인데, 곧바로 연결되지 않을 때 보조 요소를 사용한다. 보조 요소는 귀납과 유추, 일반화, 특수화, 정의로 돌아가기, 분해 후 재결합, 거꾸로 생각하기, 그림 그리기, 반대 가정을 이용하기 등의 방법을 말한다. 이 단계가 많은 인내를 요구하는 가장 힘든 단계라 한다. 이 과정에서 성공을 맛보면 수학 공부의 가장 큰 보람을 얻게 되는 것이다.

'반성'은 바둑의 복기처럼 방금 내가 해결한 문제를 다시 살펴보는 것이다. 자신의 문제 해결 과정을 메타적으로 내려다보면서 좀 더 정교하고 단순하게 다듬는 과정이다. 여기까지 와야 제대로 된 문제 해결이라고 포여는 말한다.

실행 단계의 보조 요소 중 정의로 돌아가기, 거꾸로 생각하기, 반대 가정 이용하기에 대해서는 문제 해결 치트키 3인방이라 하여 더 설명을 할애하고 있다.


<5부 수학을 배워서 어디에 쓰냐고?>에서는 탑티어 수학자, 철학자, 심리학자들과 가상의 대화를 펼치며 수학 공부의 인간학적 의미를 생각해 보게 구성했는데, 플라톤과의 대화는 일방적 강의식 수업 방식에 대해 살짝 궁색한 변명처럼 느껴져 코믹하기까지 했다. 


(180-182쪽)


<6부 수학 불안과 성공 경험>에서는 박사과정까지 수학교육을 전공하고,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파악한 수학 불안의 원인을 말하고, 이를 극복할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수학 불안의 원인은 기초 능력 부족에 부정적 경험, 그리고 과도한 (주변인의) 기대의 결합으로 천천히 만들어지며 여기서 빠져나오는 것도 한순간에 이루어질 수 없다고 진단한다. 하지만 수학 불안을 극복하는 원리는 단순하다고 한다.

수학에서 성공 경험을 통해 자존감 획득을 하면 가능한다.

본인의 실력을 정확히 파악하여, 좋은 습관(이를테면 매일 일정한 시간 수학 공부)을 갖고, 올바른 학습 방법(예를 들면 5분 고독하게 고민하기, 문제의 양은 적지만 자신의 방식으로 풀이 등등)으로 성공을 경험할 수 있다고 한다.


수학 성적이 좋지 않았던 나에게 수학을 싫어해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그럼에도 이 책에 손이 가는 이유는 수학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어서 아닐까? 아니 어쩌면 수학을 좋아하고 싶은 이유를 찾고 싶었던 거 같다. 나와 상관없는, 학교를 떠나면 다시는 볼일 없을 것 같았던 그 수학에, 왜 이토록 미련스럽게 계속 주변을 맴돌게 만들까?

이는 아마 수학을 삶과 분리하여 보던 관점에서 벗어나, 어쩌면 이 책의 장우석 저자가 말한 것처럼, 인생을 살면서 부닥치는 많은 문제를 해결할 때 이를 대하는 태도를 수학에서 배워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의 전환도 하게 되어서 그런 거 같다.

이 책의 내용을 모두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저자가 말하려는 수학의 가치, 의미를 어느 정도 '유추' 아니 짐작할 수는 있을 거 같다. 그리고 이 책을 끝까지 읽어가면서 '수학이 싫은 건 아니다...... 단지 기본 지식이 내게 많이 없구나.' 정도를 깨달아 좋은 감정으로 수학에게 다가갈 기회를 준 거 같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수학을 공부하게 될 아들에게 어떻게 수학에 대해 다가갈지 마음의 준비를 시켜주고 싶을 때 이 책의 내용을 인용하여 많이 말하게 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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