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에서 만나자
신소윤.유홍준.황주리 지음 / 덕주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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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누군가와 만날 약속을 하면, 장소로 식당이나 특정 장소명을 이야기하곤 하지, 대놓고 동네명을 말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리 00동에서 볼까?' 하듯 그 동네의 이름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곳은 혜화동이나 인사동 외엔 잘 떠오르지 않는다.

멋지고 특이한 공간에 대한 수요가 그 어느 때보다 넘쳐나는 시기에 거리 전체가 몇 십 년 동안 거론되는 건 그만큼 내공이 쌓인 그곳만의 역사와 문화가 있기에 가능하다. 그리고 이 모든 건 결국 그 거리를 찾고, 지키고, 사랑하는 이들에 의해 가능해진 거 아닐까?

솔직히 이 책에서 거론되는 인사동의 명인들은 잘 몰랐다. 천상병 시인이야 워낙 유명한 시인이니 차치하더라도 서른다섯의 저자들의 추억에 오르내리는 인사동의 여러 작가나 예술인들은 익숙지 않다.


읽으면서 저자들과 공감할 수 있는 인사동의 추억은 고백하자면 몇몇 식당 외엔 접점이 없어 머쓱했지만, 뭐 어떤가. 한국인이라면, 아니 좀 더 좁혀 서울에 살고 있거나 살았었다면, '인사동'이라는 동네에 대한 추억은 저마다 각양각색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사람들 중에서 특히나 지금의 고미술과 현대미술이 어우러지고 다양한 문화와 예술의 집합지가 되도록 인사동의 분위기를 갖추게 한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 같다.

읽다 보면 여러 갤러리와 찻집, 술집, 식당, 거리에서 마주쳤던 이들의 추억을 재미나게 들려줘 그곳을 거닐어보고 싶게 한다.

이런 기대와 호기심을 읽었는지 장소와 거리 이미지를 담은 느낌 있는 사진과 상세한 지도와 상호명도 나와있어 인사동 여행안내 책자로써도 유용하다. 


인사동 구석구석 명소를 업종별로 색깔을 달리하여 표시해놓아 한눈에 보기 쉽게 하였다. 이 책에 등장하는 장소는 총 80곳이라 하니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니며 책에 소개된 곳에 들러보는 것도 재미나겠다. 개인적으로는 아무리 손님이 많아도 갓 지은 냄비 밥을 맛보러 부산식당과 우리나라의 차에 반해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안선재 씨가 자주 방문한 전통찻집 지대방에 들러보고 싶다.


책에서 소개하는 인사동에는 이색 장소들도 많지만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 온 백년가게들도 많아 눈길을 끈다. 1902년 대한제국 시절 개업한 이문설농탕, 1913년 문을 연 우리나라 최초의 필방인 구하산방, 1919년 시작한 낙원떡집 역시 100년이 넘었다고 한다.

그리고 인사동을 오가다 승동교회는 자주 봤던 거 같은데 그곳이 서울시 유형문화재이며 조선시대 교회 건물로 3.1독립 운동의 현장이었다는 걸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되었다.


특히 이 책의 여러 부분에서 소환되는 천상병 시인에 대해선 우리나라의 민주화 운동의 아픈 상처처럼 남아있어 귀촌이라는 찻집에도 시간을 내어 가보고 싶다.

이번 겨울 한파가 좀 덜 해지면, 주말 오후에 아이의 손을 잡고 인사동 골목골목을 어슬렁어슬렁 거닐러 가고 싶다. 물론 이 책 <인사동에서 만나자>를 들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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