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살 경제학교 - 부자가 되고 싶은 어린이를 위한 경제 교육 동화 열두 살 경제학교
권오상 지음, 손수정 그림 / 카시오페아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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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른이 되었다고 느낀 시점이 언제였을까?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았을 때? 자취를 시작했을 때? 운전을 했을 때? 알코올을 섭취했을 때?? 아니다. 진정 어른이 되었다고 느꼈을 때는 내가 월급을 받고, 온전히 내 생활을 꾸리기 시작했을 때였던 거 같다. 직접 내 경제생활을 관리하면서 수입 대비 커진 지출을 자책하며, 이 간극을 줄이고자 머리를 굴리고, 대출도 받아보고, 또 여유자금으로 투자에 대해 생각을 하면서 비로소 내가 어른이라고 느꼈던 거 같다. 온전히 내가 내 삶의 책임자이며 통제하는 주체라는 생각이 든 시점.

유대인들의 성인식 날 하는 부조는 이제 흔한 이야기가 되었다. 이들은 성인식 날 성경책, 손목시계, 그리고 축의금을 받는다. 보통 200~300달러의 축의금을 내는데, 이때 모아진 돈은 수만 달러 내지 수십만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성인식을 한 자녀들은 이 돈을 미래를 위해 주식이나 채권, 예금 등에 나누어둔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중2병으로 골머리를 앓는 만 13세에 이들은 벌써 포트폴리오를 짜고, 친구들과 함께 경제 동향과 관심 기업에 대해 조사하고 공부한다고 한다. 우리가 뒤늦게 재테크에 눈뜨기 시작할 때, 그들은 이미 고도의 금융 마인드로 무장되어 세상을 사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 <열두 살 경제학교>가 더없이 반가웠다.

그리고 유대인들이 그렇게 하는 성인식의 의미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우리나라 나이로 치면 중학생 정도인 아이에게 5000만 원 정도의 거금을 맡긴다는 건 정말이지 그 사람을 존중하고, 온전한 삶의 주체로서, 즉 성인으로 인정하는 가장 현실적인 행위인 거 같다. 온전히 내가 관리하고 책임져야 할 경제활동에 참여한다는 것은 이미 성인의 길에 들어섰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경제’와 ‘금융’을 구분하여 접근한다. 이전에 읽었던 어린이 서적 중에는 금융이나 세금, 주식 등 그 범위를 한정시켜서 접근했다면, 이 책은 좀 더 넓은 범위인 '경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가 금융전문가이자 공학 전문가, 그에 더해 초등학생을 둔 아버지이기에 책은 저자의 이력을 한껏 살린 듯하다. 어려운 경제 개념을 쉽게, 초등생의 눈높이에 맞춰 이야기에 잘 녹여내었다. 그것도 초등생의 생활을 반영한 자연스러운 설정과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임의 형식을 빌려서 말이다.


<저자 권오상씨의 설명>



이 책은 총 12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장에서는 공정, 경제, 직업, 렌트, 창업, 지출, 저축, 투기, 임팩트 투자, 세금, 보험, 목표를 핵심 키워드로 선정하여 이야기를 써냈다. 핵심 경제 키워드를 ‘떡볶이 사 먹는 돈을 누가 내야 돼?’, '어른이 됐을 때 어떤 직업을 가지면 좋을까?', ‘집안일이나 남을 돕는 일은 경제가 아니야?’, ‘남에게 도움이 되면서 돈도 벌 수는 없을까?’, '내가 번 돈은 모두 내 돈이어야 하지 않나?'와 같은 질문으로 시작한 다양한 에피소드로 각 장을 풀어낸다. 이 이야기를 장마다 읽어보면서 경제 지식을 정말 쉽게 풀어냈다는 데에 다시 한번 감탄했다.


<각 장의 제목과 차례>


책은 초등학생 민준이와 서연이라는 두 인물을 주축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주인공 민준이는 외삼촌이 만든 스타트업 ‘가상경제학교’에서 경제와 관련된 4개의 퀘스트를 수행하게 된다. 가상의 공간에서 캐릭터들을 만나 이들이 제시하는 퀘스트를 수행할 때마다 민준이는 가상이지만 현실과 같은 경제활동을 체험하고 고민해가며 문제를 해결한다.

또 다른 주인공인 서연이는 르네상스 융합 과정을 교육하는 영재교육원에 입학해 경제를 공부하게 된다. 서연이를 통해서는 학교, 교실, 집 등의 현실 세계를 배경으로 하여 실제로 초등학생에게 일어날 법한 상황에 대해 경제 개념을 반영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엄마의 입장에서 에피소드에서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3장 어른이 됐을 때 어떤 직업을 가지면 좋을까?>인데, 간략하게 소개해 본다.


"여러분 직업이 왜 중요할까요?"

60쪽

사람이 생활을 이어 나가려면 최소한 어느 정도의 수입이 필요해요.

...

보다 많은 사람들이 직업을 가질수록 경제가 좋아지기 때문이에요.

...

회사가 만든 제품을 사 주는 사람이 충분히 많지 않다면 어떤 회사도 돈을 벌 수가 없어요. 그러므로 경제가 잘 돌아가려면 제품을 사 줄 사람이 많이 있어야 해요. 그냥 사람이 아니라 제품을 살 충분한 돈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이 많아야 되는 거예요.

...

사람에게 직업은 살림을 위한 월급을 버는 수단이면서 동시에 자신의 정체성을 실현하는 길이기도 해요.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세상에 증명하는 기본적인 방법이거든. 어떤 사람들에게는 직업의 이러한 측면이 생계를 해결하는 측면보다 더 중요하기도 하지요. 61~63쪽

영재교육원에서 이루어진 첫 수업에서 아이들과 선생님의 문답 과정 중에서 직업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 볼 때 단순히 돈만 버는 게 아닌, 정체성 확인도 이야기를 하여서 인상적이었다.

옆에 9세 아들에게 직업을 갖는 게 왜 중요한지 똑같이 질문해 보았다.

아들이 말하기를

"돈을 벌 수 있고요,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하니까 재미있고요, 그리고 우리나라가 발전하려면 직업을 가져야 해요. 과학자들은 과학을 연구해야 (나라가) 발전하고, 컴퓨터 회사는 컴퓨터를 잘 만들어야 발전해요." 2학년 아이의 생각에서 출발한 직업의 중요성이 이러할진대, 직업이 나아가 세상에 나를 증명하는 기본적인 방법이라는 개념이 이 책을 읽으며 곧 와닿을 거 같아서 흐뭇했다.


<각 장마다 핵심 경제 개념을 담은 에피소드가 나와있다>



그리고 이 책을 빌려 다양한 경제 개념을 눈높이에 맞춰 설명할 수 있는 점이 좋았다.

이를테면 중위소득에 대해 설명할 때 아이들의 평균 용돈을 예로 든 점이다.

반 아이들 20명의 용돈의 평균을 내보니 평균값이 22,000원이 나왔는데, 반 아이들은 생각보다 자신의 용돈이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에 놀란다.

그러자 선생님은 아이들 중에 용돈을 평균보다 많이 받는 학생이 별로 없다고 얘기한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20명 반 인원 중 19명이 평균보다 적은 용돈을 받음을 알리고, 아이들은 한 사람이 평균보다 굉장히 많은 금액의 용돈으로 받아 평균값이 그렇게 높아진 사실을 깨닫는다. 따라서 실제 우리나라의 소득이 있는 여러 경제 활동들은 평균값보다 중윗값이 더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자연스럽게 자신의 용돈에 대입하여 새로운 개념을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아이들은 현실의 인물과 가상공간의 여러 캐릭터를 통해 경제를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고, 자신과는 다른 가치관도 수용하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게 되기도 한다.

가상경제학교에 입학한 민준이는 4인의 캐릭터를 만나 미션을 수행하는데, 알듯 말듯 한 질문에 당황하기도 하고, 실패를 거듭하기도 한다.


<가상 현실을 이용하여 경제 미션을 수행한다>

퀘스트. 1

월급 외에 정기적인 수입이 되는 방법

한 가지를 찾아내 그 방법에 익숙해질 것

82쪽


민준이는 곧 첫 번째 퀘스트의 실마리를 찾아냈다. 바로 땅이나 건물을 빌려주고 정기적으로 받는 경우였다. 보통 '월세'라고 불리는 돈이었다.

<중략>

"방금 네가 얘기한 건 '렌트'의 한 예야. 렌트는 소유한 물건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고 사용료를 받는 건데 '임대'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해."

이든의 설명을 들은 민준이는 자기가 가진 물건들을 하나씩 머릿속에 떠올렸다. 혹시 그중에 빌려주고 돈을 벌 물건이 없는지 확인해 보기 위해서였다.

"이든아, 내가 가진 물건은 책 아니면 장난감이 다야. 책이나 장난감도 렌트해서 돈 벌 수 있어?"

"뭔ㄴ 되고 뭐는 안 된다는 원칙은 없어. 하지만 돈을 내고 네 물건을 빌리겠다는 사람이 있는 게 중요해. 집을 월세로 빌려줄 수 있는 이유는 그만큼 집을 빌리고 싶은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거든."

"내 책이나 장난감을 돈 내고 빌리겠다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아. 세상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 사람을 어떻게 찾겠어? 나하고 렌트는 별로 상관이 없나 봐."

"꼭 그렇지는 않아. 만약 네가 노래를 작곡했다고 해 봐. 사람들이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네가 작곡한 노래를 들으면 그게 바로 렌트야."

<중략>

"현실에서 민준이 네가 집을 살 돈은 없지. 그렇지만 여기는 가상 세계니까 아예 불가능하지는 않아. 열심히 일해서 품(가상세계의 돈의 단위)을 많이 모으면 돼. 그렇게 모은 품으로 가상 세계의 땅을 사고 그 땅에 건물을 지어 월세를 받는 경험을 해 봐."

82~85쪽




인물들의 대화 흐름을 따라가며 어떻게 종잣돈을 마련하여 월급 이외의 돈을 만들어보는지 아이들은 블루마블 같은 게임을 떠올리며 열심히 고민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드디어 종잣돈을 모아 렌트업을 해 본 후 민준이는 깨닫는다.

"이든아, 렌트는 돈 버는 방법은 맞지만 취직해서

월급을 받는 것보다는 어려운 일인 것 같아.

내가 가진 건물을 빌리겠다는 캐릭터가 없어서

얼마나 고생했는지 몰라.

게다가 어쩌다 건물을 빌린 캐릭터가

제때 월세를 내지 않아서 골치가 아팠어." 89쪽


경험이라는 것은 직접 겪어보면서 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그랬을 경우 드는 기회비용이나 드는 손실을 무시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비록 가상의 세계지만 직접 월급을 받고, 창업을 해보고, 자신의 사업체를 상위 기업에게 뺏겨도 보면서 민준이는 경제활동의 명암을 간접적으로 체험을 하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민준이가 경험한 '가상경제학교'가 실제 게임이나 교육 프로그램으로 나와도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이렇게 방대한 경제와 금융의 지식을 어쩜 이렇게 잘 이야기로 풀어냈는지 계속 감탄하며 주변인들에게도 이 책을 읽어보도록 추천하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들었다.

초등 중학년부터 어른들도 즐겁고 재미있게 경제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각 장을 꾸며낸 것이 정말 잘 만들어진 책이라 어린이 경제 서적으로 강력하게 추천한다!!


*네이버 미자모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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