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속으로 들어간다니! 모두 불타버리는 거 아닌가?
아니 그전에 엄청난 압력으로 짜부라져 버릴지도 모를 일인데......
나와 같은 생각으로 따라나선 악셀은 온통 비관적이며, 부정적인 여행의 앞날을 예고하며 마지못해 여행을 시작한다. 하지만 생각보다 크게 변하지 않는 땅속 기온과 난관에 봉착할 때마다 과학적인 근거를 들어 불안을 잠재우는 리덴브로크 박사의 지성과 우직하고 충실하며, 흔들림 없는 아이슬란드인 한스로 이 여행은 계속 이어나간다.
악셀이 기존에 갖고 있던 땅속 세상에 대한 과학적 편견은 리덴브로크 박사의 증명으로 점점 깨지게 되고, 급기야는 삼촌의 영혼이 악셀에게 들어온 양 지구 중심 속으로 '갑시다! 전진!’을 외치는 그의 놀라운 변화도 보게 된다!
물론 기존 과학 이론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장면도 만나게 되어 책을 읽는 내내 이게 가능할까? 하는 의구심이 들지만, 읽어가면서 리덴브로크 박사에게 설득되어(아니다! 쥘 베른에게 설득되어) 나또한 땅속 망망대해와 4m 신장의 고대의 인간을 상상하게 되었다.
마치 땅속을 직접 다녀오기라도 한 듯한 쥘 베른의 풍경 묘사는 정말 탁월하다! 그에 더해 소설의 내용에 과학적 신빙성을 곁들이는 해박한 광물, 식물, 인류, 고생물 등등에 관한 지식은 놀랍다!
약 160년 전에 쓴 소설이라고 하나 지금 읽어도 세련되고, 있지 않은 세계를 있게끔 만드는 그의 놀라운 묘사력은 실제로 땅속 세계를 다녀온 듯한 환상에 빠지게 만든다.
평생 여행을 꿈꿔온 사람처럼, 눈앞에 아이슬란드의 스네펠스 산으로 향하는 여정과 땅 속 세상을 날짜와 시간별로 세세히 잘 기록해 놓아 나 또한 이 멋진 여행에 동반자로서 잘 다녀온 것 같다.
게다가 본문 속 에두아르 리우(1833~1900)의 삽화들은 덤으로 시간 여행의 느낌이 들 정도로 쥘 베른이 소설을 쓰던 시기의 아이슬란드 풍경을 잘 담아냈다. 거기에 쥘 베른의 상상력을 대변이라도 하듯 명확하지 않게 연출한 판화의 느낌은 소설 속 내용에 내 상상력을 펼치게 해 소설을 더욱 재미나게 읽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