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히 식물이 좋아집니다 - 헤매고 있는 초보 가드너를 위한 홈가드닝 플랜 4
한진아 지음 / 책밥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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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식물이 들어선 공간에 가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라 그 안에서 함께 편안함을 느끼나 보다.

요즘 들어 일들이 많고 머리가 복잡했었는데, 그럴 때마다 우연찮게 수목원을 찾았다.

무릎 아래 옹기종기 피어난 들꽃부터 해서 이름도 모를 야생화며, 여름의 무더위를 뚫듯이 높이 자라 빽빽하게 들어선 울창한 전나무 숲까지 하나같이 나에게 말을 건네왔다.

확실히 자연에서 보는 풀과 나무와 꽃은 생명력이 있고 생동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막상 집으로 돌아와 내가 키우고 있는 식물들을 보니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마치 부잣집에 놀러 가, 잘 자라는 남의 자식들을 보다가 집으로 돌아와 배곯고 있는 비실비실한 내 아이들을 보는 느낌이랄까?

처음에 이 집으로 이사 와서 나와 함께 동고동락을 해온 반려 식물들인데 그간 무심했던 마음만큼 기운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한창 초록이 싱그러워질 여름임에도 에어컨 바람 탓인지 힘이 없고, 수목원에서 느꼈던 총 천연색의 느낌도 덜 느껴졌다. 인공조명 아래에서 허옇게 뜬 잎과 같은 느낌이라 창가로 위치를 바꿔봤다. 사는 곳 주변의 아파트 공사 소음과 분진으로 창문을 자주 열어놓지 못해 더 쇠약해진 탓일까? 오랜만에 햇볕 아래로 나온 잎들이 조금씩 생기를 찾는다.

 

 <서서히 식물이 좋아집니다와 우리집 용심목^^>

 

이 책의 저자 한진아 작가는 식물에게 받은 위안을 발판 삼아 디자인 회사를 나와 플랜트 숍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며 식물과 함께하는 삶을 살아가기 시작했다고 한다. 초록 식물을 좋아하는 마음에서 과감한 이직과 플랜트 숍 입사, 원예치료사 과정 수료, 가드닝 수업 강사 등 다양한 이력을 거쳐 현재는 플랜트 숍 서서히를 운영 중이다. 단순히 식물이 좋아서 삶의 방향을 바꾼 셈이다. 진정한 덕업일치로구나!

 

이 책은 4단계의 플랜으로 식물에게 서서히 다가가기를 권한다.

 

첫 번째 단계에서 나의 식물을 돌아본 뒤 (반성 단계), 두 번째 다시 제대로 알아가기로 실전 지식을 쌓도록 한다(기본 보살핌 단계). 플랜 3단계에서는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었다면 조금 더 나아가도록 분갈이, 지지대 설치, 가지치기, 영양 공급 등 조금 더 노력해 보도록 권한다(발전 단계). 마지막으로 작가가 추억하는 여러 식물들을 감상하며 나도 그런 식물과의 추억을 위해 노력해 보게끔 살짝 자극을 준다(희망 모드).

 

각 단계별로 들어가 보면,

플랜 1. 나의 식물 생활 돌아보기

잠시 멈추어 그동안의 식물 생활을 돌아보고 받아들이는 단계다.

식물과 적당한 거리 유지를 해왔는지, 식물과 처음 만나는 순간에 신중했는지, 식물의 자생지의 환경처럼 조성해 주었는지, 시들어가는 식물을 위해 일련의 노력들과 식물의 수명 등에 대해서도 체크해 보도록 한다.

 

<작가의 초보 가드너 시절의 뼈아픈 식물 몬스테라, 지금은 수경재배로 생명 연장 중>

 

플랜 2. 다시 제대로 알아가기

후회되는 실수는 잊고 식물에 대해 차근차근 다시 알아가도록 하는 단계다.

식물에게 집이 되어주는 흙, 생각보다 중요한 바람, 빛과 적절하게 물 주기 등 다시 제대로 기본 모드로 돌아가 차근차근 일러준다. 여기에서는 흙 마름 상태를 확인하는 단계 제시가 좋았다.

<흙마름 확인 단계를 안내>

 

 <저면 관수를 해줘야 하는 식물들 예시>

 

그간 다육이를 많이 보살피다 보냈는데, 다육이 물 주기를 다시 곱씹어 보게 해주었다. 다육이도 물을 그래도 자주 줄 게 있고, 아닌 게 있었고, 저면 관수가 적합한 것도 있었다. 진정 처음 알았다 ㅠㅠ 다음에는 다육이와 함께 나무젓가락을 준비해 봐야겠다.

    

플랜 3. 조금 더 노력하기

기본적인 것 외에 무엇을 더 해줄 수 있는지 고민해 보도록 해준다.

분갈이의 의미, 영양공급, 지지대 설치, 전정과 정지, 월동 준비, 병충해 알아채기 등에 관한 정보가 나와 좀 더 손길이 요구되는 단계다. 하지만 어렵지 않고 따라 할 만하다.

<다양한 화분의 소개와 장단점 안내>

 

플랜 4. 식물과의 추억 기록하기

함께 하고 있는 식물과의 추억을 다채로운 시각으로 기록해 보는 단계로 다양한 식물도 소개되었고, 활용해 볼 만한 활동도 나온다. 여기에서 생화 리스 만들기에 도전해 보고 싶다.

 

<제주도에서 했던 가드닝 수업 후 청기린과 찰칵!>    

 

<생화리스 만들기, 재료부터 구입처, 만드는 방법까지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수강생과 저자의 인터뷰도 재미있다.

 

식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오죽 컸으면, 초보 가드너들에게 식물을 대하는 방식과 마음을 전하고자 이 책까지 기획하게 되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래서인지 식물을 잘 키우는 노하우를 가득 담았다기보다 책을 덮고 나면 집에서 가꾸고 있는 나의 식물을 더욱 사랑해주고, 보살펴주고 싶구나.’라는 식물에 대해 돌봄의 마음가짐이 잔잔하게 생겨있다. 식물에 대한 저자의 따뜻함이 전해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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