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봄
한연진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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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추워서 잔뜩 움츠러드는 계절, 타인의 곁을 바라는 마음이 있으면서도 내 곁을 내주기 쉽지 않은 계절이다. 이런 계절에 딱 어울리는 따뜻한 그림책이 뭉끄1기 마지막 책으로 도착했다.

❝작은 숨들이 찾아낸 숨은 봄❞

봄을 찾아가던 기나긴 여행 중, 무리의 낙오자가 된 작은 새에게 아이는 쉴 공간을 내준다. 높고 높은 곳에 오르면 봄을 만날 수 있다는 작은 새의 할머니 새가 해주었다는 얘기를 듣고는 새와 함께 봄을 찾아 나선다.

이 둘이 봄을 찾는 모험 중에, 숲속 동물들이 그들의 작은 숨을 보태 그들의 모험을 응원한다. 그러나, 세찬 눈바람으로, 작은 새도 동물 친구들의 숨이 담긴 외투도 모두 잃게 된다. 소녀는 자신을 처음 찾아왔던 작은 새에게 자신의 따뜻한 숨을 나눠준 것을 떠올리며 곧 다시 만날 것이라는 믿음으로 작은 숨을 불기 시작하자 할머니 새가 아이의 외투와 함께 작은 새를 안고 나타난다.

❝마음속 작은 씨앗이 탁, 하고 트이는 것만 같았어.❞ 🌱

한연진 작가님의 <숨은 봄>을 읽고 나면 작은 것이라도 나눌 줄 아는 마음, 그 마음이 나에게 주는 힘, 작은 것들의 소중함,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작은 것들의 힘이 모여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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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여성 과학자의 초상 - 편견과 차별을 넘어 우주 저편으로 향한 대담한 도전
린디 엘킨스탠턴 지음, 김아림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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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여성과학자로서 과학계와 교육계에 만연하고 당연시된 여성에 대한 편견과 차별에 맞서 업계의 관행을 변화시키고 자신의 연구 프로젝트(프쉬케)를 어떻게 성공시켰는지에 대한 기록이다.

❝질문은 캄캄한 어둠 속에서 내가 팔을 뻗어 주변 풍경을 이해하는 방식이었다.❞

학문의 주도권이 대부분 남성에 있던 1980년대, MIT에 입학하지만 여성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겪는다. 질문하는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하던 린디는 MIT에서는 질문이라는 것은 자신의 무지를 나타내는 것이고 상대를 찌르는 검이라는 걸 알게 된다.

첫 결혼 생활 전후로 린디가 겪었던 우울증의 근원은 어릴 때 여러 차례 당했던 성폭행에 있다. 당시 가족에게 사실을 알려지만 여자에 대한 편견이 있던 엄마는 딸의 고통에 외면했고 가족들은 피하고 덮어두는 방식을 택했다. 어릴 때의 이런 경험은 린디가 많은 시간을 공포 상태에서 보내는 PST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걸리게 했다. 린디는 과감하게 전문 심리치료사와의 상담과 치료를 통해 이를 극복한다. 린디의 이런 의지로 그녀는 30대 중반 이후 공포가 사라지게 된다. 스스로 결정하는 이런 의지는 그녀가 앞으로 학계에서 살아남고 성공하는데 크나큰 원동력이 된다. 또한 '자신이 거대한 우주의 아주 작은 부분일 뿐이라는 깨달음'이 그녀를 버티게 하는 힘이기도 하다.

🔖지질학과 방대한 지질학적 시간, 행성의 성장 과정은 인간이라는 존재의 취약성과 실패를 덜 위협한 것처럼, 그리고 결국 덜 중요한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제임스에게 수학은 일상의 진실과 대면하는 관점과 안도감을 주였다. 그레그에게 은하들 사이의 엄청난 거리는 일상에서 겪는 순간의 작은 고통을 가라앉혔다. 광대한 시간은 내 마음을 크게 위로한다. (141p)

석사를 마치고 학계를 떠났다가 다시 학계로 돌아온 린디는 몇 차례 걸친 시베리사 현장 탐사를 통해 '시베리아 프로젝트'를 완성했다.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러시아 등 다른 나라 과학자들과의 협업 중에도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과 편견을 겪으며 여성 과학자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한다. 남성 스탠더드의 탐사 과정에서 여성이라서 받는 편견에도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고 의식적으로 신경 쓰지 않으려 노력했다. 오랜 프로젝트 기간 동안, 여자 상급자로서 어떻게 팀워크를 만들어 성공을 이끌어갈 것인지에 대한 협업의 노하우를 쌓아간다.

❝싸우지 않으면 얻지 못한다.❞

❝이것은 권력을 이용해 다른 사람을 학대하는 사람들과 학대받는 사람들 사이의 싸움이었다.❞

그녀를 지금의 그녀로 만든 두 가지는 싸움과 질문이다.
여성 학과장으로서 학내에 만연한 여성 편견에 맞서고 교수들의 제자들에 대한 미투를 위한 행동을 선도한다. 그녀의 이러한 지속적인 공론화는 '성추행이 표절이나 자료 위조를 판단하는 하나의 척도이자 과학적 비위 행위'로 인정하게 만든다.

질문으로 세상을 이해했던 린디는 훌륭한 연구용 질문을 위한 '질문 생산성 지수'를 만들어 질문의 가치와 규모, 구체성을 판단한다. 좋은 질문은 연구로 확장되고 배움의 장을 수직관계를 수평관계로 바꾸게 한다. 모든 질문은 '메타 인지'인 것이다. 다양한 목소리를 위해선 '영웅모델'은 필요 없다.

난소암에 걸리고 치료를 받았지만 도전에 대한 열정은 누그러들지 않는다. '프시케 프로젝트'의 책임 연구원으로 그녀는 자신의 이전 경험들을 모두 살려 결국 나사로부터 승인을 받게 된다. 프로젝트를 따 낼 수 있었던 건 그녀의 합리적인 연구 방식과 팀워크였다. 죽더라도 후회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던 그녀는 프로젝트의 투명한 수행을 위해 오늘도 벽돌 한 장을 쌓아 올린다. '인생의 가치를 성공이 아닌 소소한 부분과 매일의 노력이라는 그녀는 그 자체가 진보이며 나름의 의미가 있다는 말'(366p)이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팀의 습성을 바꾸고 사람들을 조직하는 문제에 절대적이고 보편적인 진리나 물리적 법칙은 없다. 무엇을 찾아내든 그것이 옳다고 주변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다면 변화는 실제로 일어난다. 이것은 과학이 작동하는 방식은 아니다. 그러나 이것은 사람들이 팀을 이루어 일하는 방식이다.(57p)

🔖지식의 세계는 우리가 살아가는 실제 우주만큼 복잠하고 방대하며 다차원적이지만, 우리가 열심허 탐색하기 전까지는 눈에 잘 띄지 않고 사실상 거의 보이지 않는다. (131p)

#젊은여성과학자의초상 #린디엘킨스탠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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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 스펙트럼
신시아 오직 지음, 오숙은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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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숄은 마법의 숄이었다.❞

유대인 수용소에서 굶주림에 허덕이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로사 루볼린은 자신의 15개월 된 딸 마그다를 남들 눈에 띄지 않게 숨겨 키우고 있다. 젖은 말라 나오지 않은 지 한참, 마그다는 낡디낡은 숄의 모서리를 빨아먹으며 배고픔을 달랜다. 마그다에게 있어 숄은 마르지 않는 양식이자 요람, 위안이었다. 로사의 열네 살 조카 스텔라는 마그다의 숄이 탐난다. 몸을 숄에 감싸 살인적인 추위를 조금이라도 피하고 싶다. 스텔라는 이기적인 질투심으로 마그다의 숄을 훔친다. 숄이 없어진 마그다는 엄마를 부르며 막사 밖을 나오다 병사에 발각돼 전기 울타리에 부딪혀 떨어져 죽는다.

멀리서 마그다가 병사에게 붙잡혀 가는 것을 지켜본 로사는 스텔라에게서 되찾은 숄을 들고 로사에게 달려가려 하지만, 그녀는 그러지 못한다. 터져 나오는 울음을 숄로 틀어막으며 제자리에 못 박힌 듯 서있다. 살기 위해서. 죽지 않기 위해서.

🔖지금 그녀의 뼈 사다리를 타고 올라오는 늑대의 울부짓음을 토해냈다가는 그들이 총을 쏠 테니까. 그래서 그녀는 마그다의 숄을 쥐고 입에 쑤셔 봉었다. 꾸역꾸역, 늑대의 울부짓음을 삼키게 될 때까지, 꾸역꾸역, 마그다의 침이 배어든 계피와 아몬드 맛이 느껴질 때까지. 그리고 로사는 그 울부짓음이 마를 때까지 마그다의 솔을
마셨다. (20p)

전쟁이 끝나고 난민이 되어 미국에 온 지 30년이 흘렀다. 로사는 스텔라가 주는 생활비로 버틴다. 자신의 딸을 죽음으로 몰고 간 원인이 된 스텔라는 수용소에서의 기억을 덮고 미국인으로 살아가려고 애쓴다.
그러나 로사의 인생은 죽은 마그다의 환영을 보며 고통으로만 점철된, 여전히 수용소의 삶을 살고 있다.

❝ 내 스스로를 가둔 이곳은 지옥이야.❞

로사의 시계는 수용소에서 마그다를 잃은 후 멈춰있지만, 사람들에게는 지나간 역사의 한 페이지일 뿐이다. 로사는 절대 잊지 못하는 기억을 사람들은 알지 못했다. 이해하지도 못 했다. 뉴욕에서 마이애미로 옮겨 와 묵고 있는 호텔에서의 삶은 지옥 그 자체다. 불구덩이 같은 뜨거운 날씨는 그녀의 몸을 달군다. 스스로 고행하는 삶, 삶이 없는 삶, 그녀는 생각 안에 똬리를 틀고 웅크린다.

🔖"삶이 없는 사람은," 로사가 대답했다. "자기가 살 수 있는 데서 사는 거죠. 가진 게 생각뿐이라면, 생각 속에서 사는거고요." (45p)

전쟁으로 삶을 빼앗긴 사람들의 삶, 홀로코스트 이후 과거의 올가미에서 벗어나지 못해 고통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사람들, 전쟁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답이 없는 질문.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이후의 로사는 홀로코스트의 생존자 연구를 위한 유용한 데이터를 위한 표본일 뿐이다. 그녀는 '인간'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번호로, 난민으로 생존자, 표본으로서 존재할 뿐이다.

❝ 무고한 사람을 철조망 뒤에 가두는 건 나치뿐이에요!❞

해변을 거닐다 사유지에서 나가지 못해 철조망 안에 갇혀 버린 로사, 그녀를 붙잡는 과거와, 그녀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철조망에 갇힌 로사 자신을 보여주는듯하다. 철조망에 갇힌 그녀를 아무도 알지 못한다.

로사와 스텔라가 장거리 전화 통화를 할 때, 스텔라가 말한 '장거리 (전화)'에 유령처럼 나타난 나비가 된 마그다, 30년 전 마그다가 철조망에 부딪힌 모습을 '먼 거리'에서 지켜보던 로사가 나비로 본 것처럼, 그렇게 나타났다. 로사는 마치 죽은 자를 위한 제문을 읽듯 그녀의 과거를, 역사를 마그다에게 들려준다.

세상은 그녀를 미쳤다고 하지만, 로사의 눈에는 그들이, 세상이 미쳤다. 그리하여 미치지 않고는 미친 세상을 살아갈 수 없는 것이다.

로사의 입을 틀어막아 꺽꺽거리는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 작품을 관통하는 그녀의 독백은 억눌린 슬픔으로 가득 찼다.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듯한 철책이 그녀 주위를 둘러싼듯하다. 마그다와 함께 했던 수용소 생활과 현재의 로사의 삶은 나란히 간다. 작가가 홀로코스트 역사를 직접 격지 않고 이 작품을 썼다는데 놀라움을 금치 못하겠다. 그 정도로 감정의 밀도가 높아 장편을 읽은 듯한 기분이었다.

지금도 이어지는 전쟁과 제대로 마무리되지 못한 과거사, 그곳에서는 오직 평범한 사람들만이 지옥을 경험한다. 누구를 위한 전쟁이고, 홀로코스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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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 - 우리는 왜 검열이 아닌 표현의 자유로 맞서야 하는가? Philos 시리즈 23
네이딘 스트로슨 지음, 홍성수.유민석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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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왜 검열이 아닌 표현의 자유로 맞서야 하는가?❞

올 초, 국민의힘은 인터넷상의 '혐오. 차별 표현 금지법'을 발의했다. 인터넷상 특정 집단이나 개인에 대한 혐오 표현을 법으로 금지하고 처벌하자는 내용이다.

일반인들은 고개가 끄덕여질법한 법안이라고 여기겠지만, HATE(혐오)의 저자 네이딘 스트로슨은 '혐오표현금지법' 에 대한 강한 우려를 나타내며 다양한 문제점을 제기한다. 이 법은 근본적으로 미국의 수정헌법 제1조 (종교.언론.집회.출판.탄원의 자유)에 상당 부분 위배된다.

'혐오'는 주로 특정한 집단과 특정한 개인적 속성에 대해 혐오 내지 차별적 관점을 나타내는 표현으로 이것은 단일한.특정한 의미를 가지지 못 한다. 종교나, 역사, 정치적 상황에 따라 혐오 대상은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 혐오 표현의 '난감한 모호함과 광범위함 때문에' 표현의 자유와 평등을 저해한다.

미국을 중심으로 여러 나라의 사례를 들어 혐오발언금지법을 반대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으며 반대에만 그치지 않고 '대항표현'이라는 대안도 제시한다. 물론, 헌법으로 처벌가능한 '혐오표현'도 있다. 그 차이는 '긴급성의 원칙(특정한.임박한.심각한 해악을 직접적으로 유발하는 경우)'과 '관점 중립성 원칙(반감만으로 표현을 검열할 수 없다.)'에 따른다. 혐오표현금지법이 아니더라도 해악이 분명한 혐오표현에 대한 처벌은 기존의 다양한 민.형사법으로 가능하다.(폭력, 재산침해, 등)

'혐오표현금지법'의 가장 큰 문제는 '검열'의 문제다. 이것은 '미래의 어떤 경향성'이 있다는 이유로 검열을 정당화한다. 또한 해악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다는 충분한 증거가 없다. 우리의 말과 사상을 선택할 권한을 '정부'에 부여하는 것이고 이는 자유와 평등,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인 사상의 자유를 침해한다. 이 법은 어떤 관점을 위험에 빠뜨리는데 유럽에서 이 법이 좌파적인 관점을 억압하고 처벌하는 데 사용된다는 점은 흥미롭다. '정부가 우리의 정신이나 행동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표현을 억제할 수 있게 허용한다면, 그 어떤 표현도 안전하지 않을 것이다.' 활기찬 담론을 위축시키는 정치 환경을 만들어 낼 것이다.

소설미디어의 '혐오표현'금지도 문제로 지적하는데 이는 모호한 기준이 일관성 없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그들의 지침은 '주관적'이다. 페이스북은 몇 년 전부터 퀴어 인권운동가나 흑인 운동가들을 검열하는 혐오표현 정책으로 레이스북(racebook)을 별명을 얻었다.

'혐오표현의 전략적 대응은 더 많은 표현이다.' 표현의 자유를 통해 더 많은 표현들이 쏟아지면 혐오적인 언행에 대한 저항이 증가하고 대항표현이 는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나는 혐오표현의 정신적, 정서적 해악이 있다고 믿는 편이었는데, 저자는 정서적 해악은 여러 요인에 따라 가변적이고 개인적 특성에 따른 차가 크다고 말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조사 참여자 대부분이 유대인과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발언을 한 발화자에 대해 연민의 대상이라 여겨졌고 거리 두기나 무언의 대응을 취하겠다는 답변을 했다.

극단주의적 표현에는 그것을 금지하기보다는 더 많은 호의적 메시지를 추가하거나, 무대응, 소외된 집단에 대한 긍정적인 정보를 전달하는 교육등의 '대항표현'으로 효과를 볼 수 있다. 즉, '혐오표현금지법'이 아닌 비(非)검열적 방식으로 혐오 표현의 잠재적 해악을 효과적으로 억제한다고 주장한다.

미래의 해악을 미리 막자는 생각으로 '혐오표현금지법'에 접근했다면, 그 이상으로 이 법에 담긴 다양한 의미와 오히려 이 법 자체가 갖는 해악들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누구도 피부색이나 배경이나 종교 때문에 다른 사람을 혐오하도록 태어나지 않았다. 사람들은 혐오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틀림없으며, 그들이 혐오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면 사랑하는 법도 배울 수 있다.-
넬슨 만델라(Nelson Mandela)

❝우리 모두는 중요한 대의를 촉진하기 위해 가장 본질적인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 즉, 침묵하지 않을 권리 말이다.❞ (28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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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 케어 보험
이희영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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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인트,테스터, 소금아이에 이어 읽게 된 이희영 작가님의 <BU 케어 보험>, 이번 작품에서 작가님은 사랑과 이별이 가진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주며 그에 맞게 이별 후 상처를 회복해 나가는 과정도 다 제각각의 모습임을 보여준다.

이름도 생소한 BU 케어 보험이라는 것은, BU( Break up의 첫 글자), 이별 후 아픔을 케어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보험이다.

산후조리원에서 만난 간가영, 난나희, 단다빈, 라라미. 이들은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 커피 두 잔 가격 밖에 안 되는 보험을 단순히 보험 차원에서 들어두지만 30년 후 이 보험은 빛을 발한다.

사랑과 이별은 들실과 날실처럼 서로를 엮어 기나긴 인생을 만들어 나간다. 사람의 모습이 서로 다르듯 사랑의 모습도, 이별의 모습도 제각각이다. 환승 연애를 한 남자친구와 일방적인 이별을 당하는 경우, 사랑하는 연인이 불의의 사고를 당해 영원한 이별을 하게 된 경우, 자신을 사랑하는 줄 알았지만 상대가 다른 사람을 사랑해 혼자만의 썸을 탄 경우, 연인에게 데이트 폭력이나 스토킹을 하는 경우, 동성인 연인과 헤어진 경우 등 이별 케어 서비스를 신청하는 사연들도 제각각이다. 각기 다른 상처에는 다른 처치가 필요하듯 2인 1조의 BUC(이별 케어 상담사)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그들의 이별 후 남긴 상처 회복에 최선을 다한다.

❝모든 이별은 아프지만, 그로 인해 사람은 그리고 사랑은 조금씩 성장한다. 이별이란 혹여 다음 사랑을 위한 예방접종이 아닐까? 다시 찾아올 사랑도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을 거라는 예감을, 사랑의 괴로움을 가슴속에 미리 조금 넣어주는 것이다. 비록 그렇다 한들 모두가 사랑에 면역력이 생기는 건 아니다. 이별을 잘 견딜 수 있는 것도아니다.❞

때론, 이별을 되짚으며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고 깊이 묵은 상처를 드러내 치료하는 경우도 있고, 사랑인 줄 알았지만 실은 사랑이 아니라 혼자만의 썸을 즐겼던 것을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 불의의 사고로 죽은 연인이 자신과 같은 바보 같은 사랑을 했음을 뒤늦게 깨닫기도 하고 운명적 사랑이라고 여겼지만 희생 제물을 찾던 스토커의 먹잇감이었다는 것을 깨닫기도 한다. BUC들은 단순히 현재의 이별을 아픔을 케어해주는 것이 아니라 의뢰자의 사랑을 객관적으로 다시 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든다. 과거의 상처나 경험들은 현재의 사랑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그런 헤아림이 필요하다.

'운명이니 인연이니 해도 만남은 우연에 의해 이뤄지고' 사랑이 건강하게 자라기 위해서는 '투닥거림'이나 '마찰음'을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면서 보험약관이 갱신되듯이 우리의 인생도, 사랑도 직접 부딪혀 쌓은 다양한 경험에 맞게 섬세해질 것이다.

☝️나대리, 안사원 콤비가 좋아서 시리즈물 드라마로 만들어도 재밌을 것 같다.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재밌다. 약관의 기호처럼, 가.나.다.라..

간가영, 남나희, 단다빈, 라라미, 마주, 바노, 사하, 아람 ..

🔖그는 가끔 마주의 가슴에 핀 곰팡이들을 도려내려 했다. 마치 그 부분만 떼어내고, 그 시기만 잘 넘기면 모든 것이 처음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 믿는 것처럼. 눈에 보이는 곰팡이가 피었다는 건, 이미 그 관계는 보이지 않는 권태와 무의미의 균으로 잠식되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모른 척하기는 마주도 마찬가지였다. (69p)

🔖썸이란 환상의 안개가 걷히면, 비로소 사랑이 제 본모습을 드러낸다. 두 사람의 관계가 또렷해질수록 상대에 대한 실망과 미움이 커지고 자연스레 후회와 아픔이 따라붙는다.(191p)

🔖특별한 용기나 굳은 신념으로만 앞으로 나아가는 건 아니다. 그저 그렇게 습관처럼 발을 내딛는 것이 삶이다. 돌부리를 피할 방법도, 함정을 예측할 줄도 모른다. 비나 눈이 오면 요령껏 피해 가지도 못한다. 바보처럼 차가운 눈비를 고스란히 맞고 홈백 젖는다. 삶도 사랑도 다들 그렇게 살아간다. 실망하고 후회하고 권태기가 찾아오면 모진 소리도 듣는다. 그리고 상대에게도 똑같이 내밸는다. 결국 직접 부딪혀볼
수밖에.... 뾰족한 방법이 없다. (193p)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하려는 마음이 몸에 밴 사람이었다. 왜 인간은 상대의 선함을 귀하게 여기지 않을까? 왜 그저 당연하게만 생각하고 이용하려 들까? 세상에는 그런 뻔뻔함이 너무 많았다. 가장 고귀하다는 사랑으로 묶인 관계일수록 더욱 심했다. 그만큼 가해자의 지배와 요구는 치밀하고 잔인했으며 또 파괴적이었다.(237p)

넘나 좋은 문장들이 많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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