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급 천장 - 커리어와 인생에 드리운 긴 그림자
샘 프리드먼.대니얼 로리슨 지음, 홍지영 옮김 / 사계절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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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영국 엘리종 종18000데이터175건의 인터뷰 통하여 각자의 계급적 상황을 조사한 것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실제 이러한 연구작업은 대개 난잡하고 일관성이 결여될 수 있지만 나름대로 원칙을 가지고 집요하게 체계적으로 실시된 것으로 보인다이 책은 그러한 인터뷰와 정리를 통해서 무엇이+어떻게 각자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쳤는지를  탐구하였다.  

우선 이 책의 제목인 <계급천장>을 처음 보았을 때 '천장'이라는 단어를 어디서 봤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그렇다! '유리천장’. 이러한 유리 천장이라는 은유는 우리에게도 여성들 집단이 남성들과 직위와 급여에서 동일한 보상을 받고자 할 때 보이지는 않지만 견고한 장벽을 강조하는데 사용되었다.

이러한 천장은 남성이 아닌 여성들에게만 있는 것으로 들었는데 이 책에서는 여성이라는 존재는 계급을 구성하는 많은 요소중에 하나다젠더라는 요소뿐만이 자신이나 부모의 출신 배경이나 재산정도흑인을 비롯한 다양한 인종성적 취향(성소수자문제출신 지역 내지는 사는 지역학력 같은 것들이 결합되면 더 복잡해지고 상층계급은 훨씬 좁아진다.


우리에게도 이민자들 같은 존재들이 있지만 영국과 같이 대규모적이거나 체제를 위협할 정도는 아니지만 영국은 자기들의 과거 업보 때문에 이민자들이 많은데 인도계/파키스탄 또는 방글라데시계/중국계/기타 아시아계/흑인 아프리카계/카리브해계 흑인-영국인/기타 인종 민족 집단 등등이 복잡하게 혼합되어 있다런던에 가면 인종백화점이. 그렇지만 어차피 백인이 아닌 이런 이민자들은 상위 계급에 편입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이 책 내용의 골격을 이룬다..

 

우리는 계급이라는 용어를 안 쓰고 신분이라는 용어를 쓴다조선시대에 신분은 백성들의 정체성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요소였다그러나 우리나라는 한국전쟁 때 그 전의 신분질서가 완전히 깨졌다다른 나라에서는 유래를 볼 수 없을 정도로우리 사회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의 영향으로 한국전쟁이 끝나고 대부분이 가난한 상태로 setting 되었었다그 이후 새롭게 신분이 만들어지고 공고화되고 대물림되고 있다지금은 사다리를 타고 신분 상승한다는 말들도 많이들 한다.


그렇지만 영국은 그 전의 제국주의 전쟁과 제12차 세계대전에 참여하였지만 점령당하거나 패배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어떤 나라들보다도 전쟁의 피해를 덜 입었다그러나 사회가 안정되었을지는 몰라도 전통적 질서 내지는 계급이 해체되거나 새롭게 형성될 기회는 없었다고 본다그래서 전통적인 계급이 더 위력을 발휘하고 있을 것이다영국은 지금도 왕족이 있고 귀족제도가 있으며우리보다도 더 전통을 중시하는 사회다영국의 계급은 우리의 신분보다도 더 오래되었고 더 총체적이고 더 확고한 듯하다그래서 그 천장은 유리가 아니라 철판으로 되어 있을 것 같다.

이러한 계급은 진공상태에서 작동되지 않으며우리는 불평등이 어떻게 상호작용하여 인구통계적 교차점에 있는 사람들에게 불이익을 주는지 파악하는 것이 계급천장을 이해하는데 핵심적이라고 본다.” 356.

계급은 유리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지속적으로 이익을불리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불이익을 준다.


우리나라에서 한국전쟁 이후 지금까지 70년 동안 사회가 재형성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처음에는 능력에 따라 재편되는 듯 했으나 지금 단계에서는 자기의 능력 보다도 부모 찬스가 중요하다고 인식되었다이 책에서는 엄마 아빠 은행” 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써 오던 부모 찬스’ 라는 것과 거의 유사하다.

배우 지망생이었던 짐과의 대화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자신의 배우 경력에 가해진 제약에 대한 뚜렷한 분노그리고 그런 제약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그가 느낀 깊은 무력감이었다돈 문제가 이 이야기 정체를 관통했다.” 153영국도 우리나라도 특히 예술 분야는 최정상의 사람들 이외에는 대부분이 예술로 밥벌이 하기가 힘들다그래서 부모찬스는 결정적이다.  


영국은 우리나라보다도 물가와 집세가 많이 비싸다특히 영국 런던의 임대료는 해결이 불가능할 정도로 높그래서 엄마 아빠 은행을 가진자와 못가진자들 사이에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못가진자들에게 경제적 불안정은 고질적인 문제다.

물론 우리나라도 어디서 자랐느냐가 스펙이 될 정도로 지역은 중요하다지방 사람들이 서울이나 수도권에 정착하기가 만만치 않다나는 서울 생활을 해서 실감을 못하지만 지방 출신들에게 수도권에서 거주공간 확보는 중요하다이럴 때에 부모찬스는 중요하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통계자료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영국의 상위직종에서 소득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가 거주지 및 근무지이다예를 들어 런던 중심부에서 엘리트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은 영국 내 다른 지역 평균보다 16000파운드(36%, 약 272만원더 높은 수입을 올린다.”고 한다 113

대체로 부모가 가진 자본은 경제자본(자산과 소득), 문화자본(학력과 전통적 지식기술취향의 소유), 사회자본(유용한 사회적 연줄 및 친구관계등으로 구분할 수가 있는데 이러한 자본들은 어린 시절부터 주로 가정과 학교 교육을 통해서 이루어지는데 이러한 자본들은 누적되고 대물림하는 경향이 있다.


예전에 우리나라에서 취업하고 사회생활하는 데에 (back)”이라는 것이 많이 작용했다그런 빽은 비공식적이고 불법(비합법)적인 것이었는데 그런 빽이 있는 사람은 사회생활하는 데에 특히 유리했다이런 것도 부모찬스인데 영국에도 있겠지.

영국에서도 어떠한 형태의 후원이 커리어를 빠르게 발전시키는 역할을 하며종종 투명하지도 않고 책임을 묻기도 쉽지 안은 '뒷문back-door' 경로를 제공한다물론 후원이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상당한 이점을 제공하는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후원은 '자연스러운또는 '유기적인문화적 공통성에 의해 공고해진다.


우리나라에서 한국전쟁 후에 사회가 재편되고 계층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그래도 가장 중요한 요소는 학벌이었다대부분이 못 배우는 시절에 더 배운 소수의 사람들(소위 가방끈이 긴 사람들)이 앞서 나갔다.

영국도 그러했다. “우리의 논의에서 중요한 점은학력이 다수의 엘리트 직업에 접근하기 위한 핵심 요소이기에 교육적 성취의 불평등이 노동시장에서 나타나는 불평등한 결과를 설명하는 데 중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사회가 안정될수록 교육은 실제로 계급의 이점과 불이익을 재생산되는 핵심적인 경로이다. “ 67

예전에는 이런 학력과 시험 성적이 능력의 표상이었고 그에 따르는 것이 공정하다고 여겨진 적도 있었다그렇지만 지금은 저런 능력주의에 대한 비판은 유행병 처럼 너무나 흔하다.


수세대에 걸친 정치인들과 정책 입안자들의 희망과 확신에도 불구하고교육적 성취는 영국에서 '위대한 평등 기제'(great equaliser)가 아니다그럼에도 상위층 계급에서의 교육을 통한 직업의 획득은 자기들의 지위와 부를 확보하는 중요한 통로가 된다평화시에는 경쟁이 치열할수록 교육은 차별을 만들어내고 합리화하기 중요한 기제(機制)영국에서는 케임브리지-옥스퍼드 대학으로 상징되지만 우리나라는 SKY로 대변되는 입시경쟁이 개인과 가족의 현재와 장래를 결정짓는 척도가 되고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모든 교육적인 문제는 결국 대학 입시 문제로 귀결된다.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 주제는 계급 태생에 뿌리를 둔 (신분인종학벌 등의동종 선호가 계급 천장의 핵심 동인이라는 것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사기업은 다르겠지만 공적인 기관에서의 채용과 대우에 있어서는 영국만큼 동종의 선호가 작동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지난번에 국회의원이 자기 공기업넣었다혼이 고 재판도 고 다음 국회의원에 출마못했.  친구공기업아들넣었다아들구속되었었. 


물론 영국에서도 능력과 재능에 따른 대우가 기본이겠다그렇지만 이런저런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다양한 편견과 분리하여 완전히 객관적인 방식으로 평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에 나중에 결과적으로 보니까 동일 계급의 선호가 결정적일 수가 있겠다나라마다 정도의 차이겠지만 영국처럼 다양한 인적 요소들이 오랬동안 누적되고 체계화되어 계급이라는 기제에 녹아있다면 결국 사회는 계급으로 나눠지고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면서 계급천장이 형성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해결책자기가 어느 계급출신이라는 것은 (선택이 아닌태생적인 운에 따라서 결정적으로 달라지는데도 사람들은 운이 좋은 사람은 그것을 노력해서 얻는 것으로 믿게 되고 운이 없는 사람은 자신의 불운과 무능을 탓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가장 큰 문제는 그러한 계급적 운명이 인간들을 과도하게 좌우하여 심히 불평등하게 보상을 배분하는 경제시스템이다그것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결론이다.

이 책에서 이러한 결론은 너무 나이브하다이런 책이 발간되고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지만 이러한 문제제기에서 더 나아가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이 책의 추천의 글에 브래디 미카코는 정치는 땅바닥을 굴러 다니고 있을 뿐 아니라 천장을 받치고 있기도 하다.” 고 썼다.


맞다나는 이런 문제를 정치가 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정치가 해야 하는 일은 저런 명확하고 불합리한 불평등을 해소하여 가난한 사람들의 불행과 고통을 덜어주는 것이다내가 보기에는 조세정책을 통한 소득재분배와 사회복지가 가장 긴요한 방법이다즉 높은 계급의 고소득자들에게 많은 세금을 거두어 낮은 계급의 사람들에게 사회복지적 혜택을 받게 하는 것이 그것이다영국도 고소득자들에게 많은 세금을 내게 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 책에는 그러한 상황들과 방법들이 전혀 언급되지 않고 있다.

이 책의 치명적인 한계이다계급사회의 이러한 문제 제기도 중요하겠지만 그러한 문제들에 대한 명확한 해결책도 제기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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