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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새의 선물 - 은희경 장편소설 문학동네 소설상 1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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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희경의 문장들이면 충분하다.

나는 내 행운의 유효기간이 짧았던 것보다 행운과 불운은 순서대로 온다는 것을 잊은 채 창가자리에 들뜬 엉덩이를 내려놓고 있던 자신의 이완이 더 언짢았다.

나는 지금도 혐오감과 증오, 그리고 심지어는 사랑에 이르기까지 모든 극복의 대상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언제나 그 대상을 똑바로 바라보곤 한다.

나에게 있어 사랑은 거의 마음먹은 대로 생겨나고 변형되고 그리고 폐기된다. 삼십대 중반을 넘긴 나에게 지금까지 사랑으로 인한 가벼운 비탄과 회한이 없었다고 할 수 없지만 어쩌면 그것도 달콤한 구색이었을 뿐이다. 나는 사랑이란 것은 기질과 필요가 만나서 생겨났다가 암시 혹은 자기최면에 의해 변형되고, 그리고 결국은 사라지는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사랑에 대해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사람만이 쉽게 사랑에 빠지는 것이다. 그리고 사랑을 위해 언제라도 모든 것을 버리겠다는 나의 열정은 삶에 대한 냉소에서 온다.

나는 왜 일찍부터 삶의 이면을 보기 시작했는가.
그것은 내 삶이 시작부터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삶이란 것을 의식할 만큼 성장하자 나는 당황했다. 내가 딛고 선 출발선은 아주 불리한 위치였다. 더구나 그 호의적이지 않은 삶은 내가 빨리 존재의 불리함을 깨닫고 거기에 대비해주기를 흥미롭게 기다리고 있었다.

고달픈 삶을 벗어난들 더 나은 삶이 있다는 확신은 누구에게도 없다. 그러나 사람들은 떠난다. 더 나은 삶을 위해서라기보다 지금의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아무 확신도 없지만 더이상 지금 삶에 머물러 있지 않아도 된다는 것 때문에 떠나는 이의 발걸음은 가볍다. 그런 떠남을 생각하며 아줌마는 사라진 버스 쪽을 그렇게 오래도록 바라보고 있는 것이리라.

사랑은 자의적인 것이다. 작은 친절일 뿐인데도 자기의 환심을 사려는 조바심으로 보이고, 스쳐가는 눈빛일 뿐인데도 자기의 가슴에 운명적 각인을 남기려는 의사 표시로 믿게 만드는 어리석은 맹목성이 사랑에는 있다.

운명적이었다고 생각해온 사랑이 흔한 해프닝에 지나지 않았음을 깨달았을 때 사람들은 당연히 사랑에 대한 냉소를 갖게 된다. 그렇다면 다시는 사랑에 빠지지 않을 것인가. 절대 그렇지 않다. 사랑에 빠지는 일에 대한 두려움이 없기 때문에 그들은 얼마든지 다시 사랑에 빠지며, 자기 삶을 바라볼 수 있는 거리유지의 감각과 신랄함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집착 없이 그 사랑에 열중할 수가 있다. 사랑은 냉소에 의해 불붙여지며 그 냉소의 원인이 된 배신에 의해 완성된다.
삶도 마찬가지다. 냉소적인 사람은 사람에 성실하다. 삶에 집착하는 사람일수록 언제나 자기 삶에 불평을 품으며 불성실하다.

내가 알기로 세상을 서정적으로 보는 사람은 상처받게 마련이다. 영원하고 유일한 사랑 따위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서정성 자체가 고통에 대한 면역을 빼앗아가기 때문이다.

(...) 그러므로 상대가 나를 사랑할 때 내가 가장 행복해진다면 그것은 상대의 사랑을 잃을 때 내가 불행해진다는 것과 같은 뜻임을 깨닫고 그 사랑이 행복하면 행복할수록 한편 그것이 사라질 때의 상실감에 대비해야만 하는 것이다. 타인을 영원하고 유일한 사랑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되며 이 세상에 그런 사랑은 있지도 않다는 것을 이모는 진작에 알았어야 했다.

대체 우리들이 나라고 생각하는 나는 나라는 존재의 진실에 얼마나 가까운 것일까.

이것이었어. 얼마나 기다렸던가. 이 시간, 저 사람의 웃음과 눈빛이 있는 이 풍경, 저 사람과 내가 이렇게 가까이에서 하나뿐인 세상을 공유하며 서로를 바라볼 수 있는 이 순간.

삶도 그런 것이다. 어이없고 하찮은 우연이 삶을 이끌어 간다. 그러니 뜻을 캐내려고 애쓰지 마라. 삶은 농담인 것이다.

고통받지 않으려고 주변적인 고통을 견뎌왔으며 사랑하지 않으려고 내게 오는 사랑을 사소한 것으로 만드는 데에 정열을 다 바쳤는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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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다
파울로 코엘료 지음, 권미선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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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로 코엘료 책을 두 권밖에 읽어보지 못 했지만, 내 생각보다 낙관적이라는 사람이라는 것, 그리고 사랑에 대해 믿음이 강한 사람이라는 것은 잘 알겠다. 나와 성향이 맞지 않지만 자꾸 손이 가게 돼.

정원을 일구는 사람들은 서로를 알아봅니다. 그들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식물 한 포기 한 포기의 역사 속에 온 세상의 성장이 깃들어 있음을.

태초부터 모든 사람은 사람을 통해 우주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오지 않았던가.

믿음은 오로지 사람들이 믿기 때문에 존재한다. 기적이, 성명이 불가능함에도 그것을 믿는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것처럼.

인생의 매 순간이 믿음의 행위임을 아는 것. 그 순간순간을 뱀과 전갈로 채우거나, 혹은 자신을 보호해주는 힘으로 채울 수 있음을 아는 것.

우리는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출발해서 수많은 삶과 죽음을 거치며 알 수 없는 곳을 향해 가는 거야.

"자기한테 하나 묻고 싶어. 우리는 무엇으로 만들어졌어?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이 원자들은 어디에서 온 거야?"

로렌스가 태곳적부터 존재해온 하늘을 우러러보며 대답했다.

"저 별들과, 그리고 자기가 보고 있는 이 강과 같은 순간에. 바로 우주가 탄생한 그 첫 순간이지."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은 한 번도 알지 못했던 세계과 만난다는 의미야. 배우기 위해서는 겸허해야 해.

우주 만물은 생명을 지니고 있어. 항상 그 생명들과 만나려고 노력해야 해. 그 생명들은 당신의 언어를 알아들어. 그러면 세상은 당신에게 전혀 다른 의미를 띠게 될 거야.

지혜란 아는 것, 그리고 변화하는 것이지.

저들은 자긴들이 언제라도 죽을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어. 그래서 저들에게 삶은 늘 큰 축제와도 같지.

하지만 그 어떤 삶도 똑같지는 않을 거래. 그리고 우리가 다시 못 만날 수도 있대. 내가 평생 동안 당신을 사랑했다는 걸 알아줘. 당신을 만나기 전부터 당신을 사랑했어. 당신은 나의 일부야.

세상에는 많은 여자들이 있지만, 그녀의 품만이 진정 그가 쉴 수 있는 곳이었다. 눈을 감고, 아이처럼 곤히 잠들 수 있는.

말을 한다는 것은 그전까지는 그저 에너지에 불과했던 것들을 공중에 투사하는 것과 같아. 한마디, 한마디에 각별히 주의해야 해.

그래, 이제 앞으로 뭔가를 알고 싶으면 그 안에 푹 빠져보더록 해.

우리는 우주에 대한 책임이 있어. 바로 우리가 우주이기 때문이야.

감정은 그녀가 그와 사랑에 빠진다면 그날 오후가 얼마나 근사해질지 이야기했다. 사랑에 빠지면 모든 것을 배울 수 있고, 감히 생각지 못한 것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사랑이야말로 모든 신비를 이해할 수 있는 열쇠이기 때문이었다.

사랑은 이런 식의 포기를 요구하지 않는다. 진정한 사랑은 서로에게 자신의 길을 가도록 허락한다. 그 때문에 서로가 갈라지는 일은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어."

브리다가 부드럽게 말했다.

"당신이 내게 사랑의 기쁨을 알려줬으니까."

악마는 사소한 데 깃들어 있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 운명의 주인이다. 그리고 언제나 같은 실수를 저지른다. 그리고 자신이 열렬하게 원하는 모든 것들로부터, 그리고 삶이 너그럽게 그들 앞에 놓아주는 것들로부터 언제나 도망친다.

주위를 밝히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그것은 빛이었다.

자신의 재능을 만난다는 것은 세상과 만난다는 의미인 기야.

그리고 하루하루 우주가 인간들에게 전하는 가르침을 번역할 유일한 언어이기도 하다.

당신은 내가 고독했던 시절에는 희망이었고, 의심했던 순간들에는 고통이었고, 믿음의 순간에는 확신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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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쇼코의 미소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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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고 하나의 관계가 끝날 때 마다 나는 누가 떠나는 쪽이고 누가 남겨지는 쪽인지 생각했다.

상대의 고통을 같이 나눠질 수 없다면, 상대의 삶을 일정부분 같이 살아낼 용기도 없다면 어설픈 애정보다는 무정함을 택하는 것이 나았다.

빙하가 반사하는 빛을 바라보면서 너를 생각해

그 두려움은 어린 시절부터 꾸준히 나를 추동했고 겉보기에는 그다지 위태로워 보이지 않는 어른으로 키워냈다. 두려움은 내게 생긴 대로 살아서는 안 되며 보다 나은 인간으로 변모하기를 멈춰서는 안 된다고 말해왔었다. 달라지지 않는다면, 더 나아지지 않는다면 나는 이 세계에서 소거되어버릴 것이었다.

내 적막한 마음에 함께 있어줘서 고마웠어. 한지, 네가 앞으로 살아갈 시간에 축복이 가득하길. 망각의 축복을, 순간순간마다 존재할 수 있는 힘을 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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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분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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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외엔 아무 것도 생각할 수 없어요. 삶의 비의란 바로 그런 것일 거요.

난 사랑이에요. 난 음악이에요. 함께 춤을 춰요.

서로 사랑하자, 그러나 소유하려 들지는 말자.

모든 것이 중요하다. 치열하게 살아가는 존재는 매 순간 희열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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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카스테라 문학동네 한국문학 전집 20
박민규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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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규, 이 알 수 없는 사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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