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독일의 한 젊은 철학자가 새로운 리얼리즘을 내세웠다고들 한다. 들어본즉슨 현실은 감각 너머에 있는 것도, 감각에만 있는 것도,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대상도, 대상에 대한 나의 주관적인 관점도 아니다. 마찬가지로 모든 현실을 포괄하는 세계(현실)가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물리적 대상인 우주도 세계보다 더 크지 않다. 세계가 나의 의미 장(場) 안에서 파악될수 있는 것이라면, 세계는 전체로 파악될 수 없고 또 그럴 필요도 없다.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무한의 책》에서 읽었듯이 세계는 주인공이 존재하기를 그만두면 사라질 수 있는 어떤 것이다. 그렇지만 세계보다 더 많은 것들이 존재할 여지는 남아 있다.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는 마녀나 경찰복을 입은 일각수와 같은 허구 또한 엄연히 존재하는 것이다. "새로운 리얼리즘은 우리가 사실을 두고 하는 생각 역시 그 생각의 대상인 사실 못지않게 똑같은 권리를 가지고 존재한다고 인정한다." / p.106

이 작가들의 선구적 작업이 장르문학과 본격문학의 해체와 혼효라는 2000년대 문학의 현실에 어떤 명암을 던져줄 것인가. 그들이 상상하는 세계 몰락이후의 미래는 어떤 것일까. 그 형상이 기껏 과거나 현재의 한 변형에만 머무르지 않기를! / p.19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