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하나의 문장
구병모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문장이 몹시 만연해 가독성이 떨어진다. 설명이 부족해 불친절하게 느껴지는 소설도 여럿 있다. 이 책을 읽으며 깨달았다. 구병모는 현실에 머물러 있으면서도 상상의 범위가 우주까지 확장되어 있는 작가다. 둘의 밸런스가 잘 맞으면 내 취향에 맞고, 공상의 비율이 높아질수록 나와 멀어진다.

소설에 표출한 것처럼 단어 쓰임에 꽤 집착한다. 비일상적인 단어를 남발한다. 어휘력이 풍부하다고 해야할까. 소설을 읽다 국어사전을 검색하기도 했다. 하나 고마운 건 ‘미개하다’라는 단어에 의문점이 많았는데, 이 소설이 그에 대한 답을 일러주었다.

참 이상한 게요, 단지 그 사회 발전이 덜 됐고, 문화가 덜 발달한 상태라는 객관적인 뜻만 사전에 담겨 있었는데… 그렇지, 그냥 꽃이 아직 피지 않았다는 것도 미개하다예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미개하다는 말 속에 강한 혐오와 모욕의 의도가 담겨 있더라고요. 쓰는 사람도 욕설의 의미로 쓰고, 받아들이는 사람도 그 말을 듣는 순간 인격 살해를 당하기나 한 듯 언제라도 고소할 준비가 되어 있고요. 어느 때부터 이게 우리 사회에서 비웃음이나 손가락질로 널리 통용되기 시작했을까. 솔직히 저 어릴 적에는 사회 교과서에서 개도국 설명할 때 말곤 흔하게 쓰지도 않았던 말 같은데, 그 말이 일상의 한가운데로 들어오니 객관적 의미보다는 폭력적인 뜻에 더 무게가 실린 거예요. 사전적 정의부터보충해야 할 정도로요. 사회 문화 발전이 되지 않은 상태, 라는 뜻에서 사회 문화 발전이 되지 않은 상태를 비하하는 말, 이라고 말이에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