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신경림 지음 / 우리교육 / 199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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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의 시 속에는 영혼의 여행기록이 담겨있다. 시인의 몽상을 가능케 하는 것은 그를 둘러싼 모든 환경(그것은 정신적이거나 물질적 모두를 포함한다)이다. 이들과 상호작용을 통해 시인은 영감을 얻게 된다. 시를 읽고 감동의 울림을 느끼게 되는 것은 그 속에 이런 부단한 세계와 자아의 교감 때문인지도 모른다. '시인을 찾아서'는 이 땅을 살다간 시인들이 어떤 삶을 보냈는지에 주목한다. 그들의 고향 풍경과 일화들, 한 개인의 내면을 읽어내어 시작품에 녹아있는 그들의 모습을 불러낸다. 시를 배우는 사람이나 쓰는 사람이나 향유하는 사람이나 우리는 시인들의 삶에서 따뜻한 인간의 모습을 먼저 만나게 된다. 좋은 시를 읽고 느꼈던 환희를 그 시에 걸맞는 생애를 보낸 시인에게서도 느끼게 되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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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고 높고 쓸쓸한 - 안도현 시집 문학동네 시집 99
안도현 / 문학동네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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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연탄을 좋아한다. 이 시집의 서두에 실린 시는 말한다. 연탄 함부로 차지 말라고 너는 누군가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고 반문한다. 어린 시절을 함께 했던 이 오래고 오랜 연료인 연탄, 시집은 우리의 추억 속에 있던 사라졌가고 있는 것들을 소환하여 되새긴다. 국방색 바지, 연애시절, 학창시절 멀어져가는 추억들을 애써 기억해내어 따스한 추억으로 만들어낸다.

시인이 해직교사로 쫓겨난 학교를 그리는 순간 아이들이 소란스럽게 그를 반기고 밤에 시쓰기를 하면 불구멍을 조절하고 있을 젊은이를 생각하며 엮어내는 따뜻한 시. 이 시집의 곳곳에는 이 추억의 잔치가 펼쳐져 있다. 시집의 제목인 '외롭고 높고 쓸쓸한' 은 백석의 시에 있는 구절이다. 가난하고 외로운 상황에서 문득 떠오르는 사랑이 그 시에 있었다. 아마 안도현 시인이 제목으로 정한 이유도 자신의 시가 힘겨운 세상의 모든 괴로움에서 사랑을 발견하길 원하는 소망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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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쟝그르니에전집 6
장 그르니에 지음, 함유선 옮김 / 청하 / 198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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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길'에서는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떠나고 또 떠나세요. 풀잎에 머무는 이슬도 되어서는 안 됩니다' 끊임없는 방황이 이끄는 영혼들은 무언가 부서지고 깨어진 상처가 느껴진다. 한 철학자의 고독한 내면 속에서도 세상의 모든 존재들은 그와 함께 흐느낀다. 그 흐느낌이 그친 뒤 새롭게 발견하는 생의 의미가 있음은 너무도 명백한 일이다.

그는 말한다. '나는 그저 살아간다는 사실보다는 차라리 왜 우리가 살고 있는지를 생각해야 하는 그런 운명을 지니고 태어난 사람들 중의 하나였다'고 그의 이런 자기인식은 여행으로 이어진다. 왜냐하면 여행이야말로 '가장 소중한 무엇인가를 밖으로 드러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내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 여행을 떠나는 큰 이유이며 마력일 것이다. 쟝 그르니에는 그 여행의 공간으로 '섬'을 선택한다.

무한 속에 떠있는 고립된 존재감, 이것은 놀랍게도 한 방랑자의 내면과 무엇이 다른가. 하나의 매혹이며 절망적인 막막함 그 외의 다른 무언가가 '섬'을 통하여 전해진다. 그리고 이 특별한 공간이 불러일으키는 착각 혹은 상상은 자연, 시간이라는 고리를 끊고 진실과 마주서게 한다. 장 그르니에의 산문은 그 절대순간에 걸맞는 향기를 지닌다. 간결하며 은유적인 한 편의 시적 문체 그 안에 사유는 자유롭다. 책속에 떠있는 섬들은 가지각색이다. 어떤 것은 특별하지 않은 일상을 쉽게 풀어낸 경쾌함마저 느껴진다.

한 마리 고양이와의 추억, 이웃에 사는 한 사내에 대한 이야기. 인도에 대한 상상으로 이름붙여진 이국에 대한 철학적 인식들. 텅빈 마음에 홀연히 찾아드는 충만의 시간. 쟝 그르니에의 글들은 우리에게 상상의 여행으로 인도한다. 우리는 그와 함께 한 작은 섬에 이르러 보게 될 것이다. 바다 위를 떠도는 꽃들과 해조들, 시체와 잠든 갈매기들을 그가 말한 것처럼 이곳은 '행운의 섬'이 될 것이다. 충격과 희망이 뒤섞여 있는 섬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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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1 - 신화를 이해하는 12가지 열쇠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1
이윤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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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인리히 슐리만의 꿈은 현실이 되었다. 그가 발견한 일리온, 트로이는 일리아드라는 서사시에서 튀어나와 현실공간에 존재하고 있다. 우리가 신화를 볼때 믿기지 않는 이야기가 되는 것은 신화의 문맥에 드러난 표면만을 보기 때문이다. 이윤기는 서양문화의 원류로서 그리스 로마 신화를 번역한 것이 아니다. 인류의 정신유산, 곧 신화 속에 인간에 대한 무한한 상징과 우주적 교감이 담겨 있는 것이다. 인간과 같은 형상을 한 신들과 초인적인 영웅들의 세계에서 우리는 허황된 느낌을 받는 것이 아니라 흥미를 넘어선 존재에 대한 통찰을 발견하게 된다. 신화의 상징체계에 대한 이해야말로 이윤기가 이 책으로 우리를 매혹하려는 의도이다. 그것이 분명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할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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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의 마을 - 제5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 시집 문학과지성 시인선 46
최승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8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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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최승호의 시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은 소모임을 통해서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교과서의 시가 전부였고, 특별히 시집을 많이 접해보지 못한 나였다. 그런 나에게 그의 시는 전율을 불러 올 정도로 파격적이었다. 그런 느낌 때문이었는지 방학 중 그의 첫 시집을 읽어보았고 그가 이 시대에 대한 나름의 시적 탐구를 지속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최승호의 두번째 시집 <고슴도치의 마을>(1985)은 그의 첫 시집 <대설주의보>가 보여준 삶과 사물에 대한 깊은 관찰과 이를 통해 삶의 충동이 억압받는 현실을 드러내려는 모습이, 이번에는 현대사회의 삶의 이면에 있는 부정성을 형상화하는데 이른다. 눈뭉치의 둔중함에서 가시의 날카로움으로의 변화다.

'짓밟힌 뼈'에서는 80년대에서 지금에 이르는 억압의 상황이 표현된다. 잘못된 권위와 물질의 노예가 된 종교, 돈이 우상화되는 현상. 이것은 인간이 건강한 삶의 진정함을 상싱하고 왜곡되는 비극적 상황이다. 정직하게 사는 사람들이 칭얼거리는 세계,찌그러진 삶이 이를 말한다면, 비통한 가죽자루를 찟듯 억압의 고리를 벗는 날은 불행하게도 죽음 밖에 없다. '자동판매기'라는 시는 이 문명의 산물을 매개로 현대사회가 지닌 타락상을 사실성 있게 그려낸다. 돈만 넣으면 작동하는 자동판매기. 우리가 믿고 있던 인간적 가치가 한낱 돈으로 치환되어버리는 현대문명의 기만성이 자동판매기라는 현대문명의 상징물을 통해 드러난다.

돈으로 환전된 性의 聖스러움, 종교의 신성함. 우리가 얻는 것은 왜곡된 쾌락과 구원 뿐이다. 삶은 쳇바퀴 마냥 돌아간다. 반복되는 일상, 그 속에서 사람들은 맡겨진 의무를 다하며 살고 있다. 여름의 도시처럼 인간들이 무기력한 존재로 내몰아 넣어지는 빌딩의 안. 네모는 일상을 넘어서 현대인들의 삶의 공간인 도시를 나타낸다. 사실 네모를 이해하는 것은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만이 아니다. 우리가 '던져진 주사위' 같은 존재라는 것은 이미 부정하기 어려운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니까.

굴비를 두려운 존재로 말하는, 시인의 의도는 언어놀이에 의해 뒤바뀌는 '비굴'에 있다. 굴비의 무력하기 짝이 없는 비굴함. 주사위 같은 인간의 모습을 바로 이 굴비로 말한다. 굴비로 구체화된 우리의 자화상. 시인은 굴비에서 현대인의 무력한 모습을 그려낸 것이다. 삶의 음울함과 불안감은 현대 사회가 빚어낸 그늘진 모습이다. 이 시집에서 자주 나오는 죽음의 이미지는 그것과 결합해 운명적 비극을 더욱 고조시킨다. 최승호 자신이 지속적으로 탐구했던 자동화된 일상에서 느껴지는 삶의 진부함과 음울함. 그리고 살아있는 모든 존재가 도달할 수밖에 없는 죽음. 우리의 삶은 어떤 것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진실을 재확인시켜준다.

최승호의 시는 딱딱하면서도 무시할 수 없는 진실을 지닌다. 그것은 시대적인 진실에서 머물지 않고 보편적 삶의 진실로 확장된다. 우리의 삶은 죽음과 같은 운명적 비극과 타락한 현대사회가 만든 그늘진 길을 가는 여정이다. 하지만 사람이 하늘보다 어질게 느껴진다는 시인이다. 현실을 냉철히 바라보는 그의 눈에는 변하지 않는 인간적 믿음이 서려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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