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쟝그르니에전집 6
장 그르니에 지음, 함유선 옮김 / 청하 / 1988년 8월
평점 :
절판


영화 '길'에서는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떠나고 또 떠나세요. 풀잎에 머무는 이슬도 되어서는 안 됩니다' 끊임없는 방황이 이끄는 영혼들은 무언가 부서지고 깨어진 상처가 느껴진다. 한 철학자의 고독한 내면 속에서도 세상의 모든 존재들은 그와 함께 흐느낀다. 그 흐느낌이 그친 뒤 새롭게 발견하는 생의 의미가 있음은 너무도 명백한 일이다.

그는 말한다. '나는 그저 살아간다는 사실보다는 차라리 왜 우리가 살고 있는지를 생각해야 하는 그런 운명을 지니고 태어난 사람들 중의 하나였다'고 그의 이런 자기인식은 여행으로 이어진다. 왜냐하면 여행이야말로 '가장 소중한 무엇인가를 밖으로 드러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내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 여행을 떠나는 큰 이유이며 마력일 것이다. 쟝 그르니에는 그 여행의 공간으로 '섬'을 선택한다.

무한 속에 떠있는 고립된 존재감, 이것은 놀랍게도 한 방랑자의 내면과 무엇이 다른가. 하나의 매혹이며 절망적인 막막함 그 외의 다른 무언가가 '섬'을 통하여 전해진다. 그리고 이 특별한 공간이 불러일으키는 착각 혹은 상상은 자연, 시간이라는 고리를 끊고 진실과 마주서게 한다. 장 그르니에의 산문은 그 절대순간에 걸맞는 향기를 지닌다. 간결하며 은유적인 한 편의 시적 문체 그 안에 사유는 자유롭다. 책속에 떠있는 섬들은 가지각색이다. 어떤 것은 특별하지 않은 일상을 쉽게 풀어낸 경쾌함마저 느껴진다.

한 마리 고양이와의 추억, 이웃에 사는 한 사내에 대한 이야기. 인도에 대한 상상으로 이름붙여진 이국에 대한 철학적 인식들. 텅빈 마음에 홀연히 찾아드는 충만의 시간. 쟝 그르니에의 글들은 우리에게 상상의 여행으로 인도한다. 우리는 그와 함께 한 작은 섬에 이르러 보게 될 것이다. 바다 위를 떠도는 꽃들과 해조들, 시체와 잠든 갈매기들을 그가 말한 것처럼 이곳은 '행운의 섬'이 될 것이다. 충격과 희망이 뒤섞여 있는 섬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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