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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실종자
질리언 매캘리스터 지음, 이경 옮김 / 반타 / 2025년 9월
평점 :
"또 다른 실종자"는 단순한 스릴러가 아닙니다. 한 여성의 실종을 둘러싼 사건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사라진 사람’을 찾는 이야기가 아니라 ‘남겨진 사람’의 내면을 추적하는 이야기로 바뀝니다.
영국의 작은 해안 마을에서 스물두 살의 올리비아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그녀의 실종을 맡은 줄리아 데이 경감은 냉철한 형사이자 한 아이의 엄마입니다. 수사가 진행될수록 사건은 점점 그녀의 개인적인 삶과 맞닿기 시작하고, 단순한 업무가 아닌 모성의 싸움으로 변해갑니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탄탄한 플롯 속에서 반전이 끊임없이 이어진다는 점이에요. 처음엔 정통 추리물의 재미로 읽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믿었던 사실들이 하나씩 무너지고, 인물들의 관계가 뒤엉키며 놀라운 전환이 일어납니다. 그 과정에서 독자는 단순한 ‘범죄 추적자’가 아닌, 감정의 목격자가 됩니다.
하지만 "또 다른 실종자"가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반전의 묘미 때문만은 아닙니다. 작가는 이 사건을 통해 진실, 책임, 인간의 윤리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집니다.
진실을 밝히는 행위는 언제나 옳은가?
지켜야 할 책임이 개인의 자유와 충돌할 때, 우리는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
사라진 사람이 있는 이야기 속에서, 나 자신은 어떤 관계를 잃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는가?
이런 질문들은 책을 덮고 나서도 오랫동안 여운을 남깁니다. ‘실종’이라는 소재가 단순한 범죄가 아니라, 인간이 겪는 상실과 고립의 은유로 다가오기 때문이에요.
결국 이 작품은 범죄소설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그 속에는 삶의 방향을 잃은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또 다른 실종자"는 단지 ‘사라진 누군가’를 찾는 이야기이자, 동시에 “나 자신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를 묻는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