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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면 녹는 Entanglement 얽힘 1
성혜령.이서수.전하영 지음 / 다람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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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방파리

햇볕을 보니 눈에 거뭇한 잔상이 남았다. 언니가 무심코 눌러 죽인 나방파리 같은 검은 얼룩이 천천히 사리지기를 나는 기다렸다. P.44


 -️언 강 위의 우리들 (⭐⭐⭐⭐⭐)

연대, 위로, 응원, 다정함, 따듯함. 그게 우정의 전부는 아닐 것 같았다. 마음의 상처, 후회, 성가시고 끈질기게 따라붙는 자그마한 분노, 비교와 대조, 차이와 차별, 무시로 귀결된 언사와 가까스로 참는 인내와 견딤은 우정이라 할 수 없을까. 집착과 오해와 증폭된 피해 망상은. 그것에 대해선 왜 아무도 말하지 않을까. 우정이 아니라서? 혹은 우정의 보기 싫은 점이라서? P.85


 -️시간여행자-처음 한 여행과 다르게 여행하는 것

내가 시간에 대해, 우리에 대해 쓴다면, 여전히 우리를 우리라고 말하고자 한다면, 살아 있는 그는 나를 응원해줬을까? 내 마음은 그럴 수 밖에 없을 거라는 쪽으로 기운다. 내가 다음에 올 사람들을 미리 용서하듯 그 역시 그렇게∙∙∙∙∙∙ p.163



앤솔로지 '얽힘'은 공통 키워드와 장소로 구성된 이야기가 담긴 소설집이다. 첫번째 책의 키워드는손절’, 장소는정독 도서관’ 이다. 배경인 도서관을 풍경으로 지나가는 인물 1,2,3 의 사연을 들여다보는 느낌이었는데 인물들이 가진 고민과 지나쳤던 장소가 같으니 다음 단편을 읽어도 흐름이 끊기지 않는다고 느껴졌고 세 이야기는 현실감 있게 와 닿았다.


성혜령 작가님의 <나방파리>는 주인공 일영과 종희 언니가 종로로 향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종희는 자식 시온이 죽고 난 후 그와 대화하기 위해 여러 영매를 찾아다녔는데 그 중 용한 이발소 영매가 종로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왜 자신을 데려가냐는 일영의 질문에 종희는 네가 부조를 가장 많이 했다는 싱거운 대답을 한다. 그리고 일영은 종희를 처음 만났던 기억과 자신과 같이 아픔을 안다고 생각했던 언니에게 감정 쓰레기통처럼 전화를 받았던 그 시절을 떠올린다. 이발소 영매를 만나고 난 후의 밝혀지는 사실들을 꽤 섬뜩하고 습한 곳에서 자라는 나방파리처럼 서늘했다.


가장 좋았던 작품은 이서수 작가님의 <언 강 위의 우리들>이었다. 주인공 예슬은 친구 미진과 이제는 손절하겠다는 종선의 말을 들으며 종로의 숙소로 향하게 된다. 미진이 자신을 손절하고 무시하는 것 같다고 화내다가 끊임없이 그녀에 관한 이야기를 멈추지 않는 종선을 보며 예슬은 우정에 너무 집착하지 말라는 말을 남긴다. 그러다 지난겨울, 셋이서 국화호텔을 방문했던 추억을 회상하다 미진의 인스타 스토리를 통해 그녀가 근처 음식점에 있다는 사실을 알 게 되는데. 오래된 친구들과의 관계에 대해서 고민해 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만한 내용이 많이 담겨있고 호텔 앞 언 강 위를 바라보며 우정에 대해 생각하는 이야기는 정말 아름다워 기억에 남는다.


전하영 작가님의 <시간여행자>는 주인공 태주와 친구 현무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이다. 태주는 현무와 소진을 사진 세미나에서 만나게 된다. 그들은 같은 학교에 다녔음에도 서로 모른 척했지만 세미나 후의 만남에서는 아무에게도 하지 않을 가족 문제, 남몰래 앓는 병, 복잡한 마음들에 대해 나누곤 했다. 그러다 어느 날 현무가 죽었다는 사실을 듣게 되고 그 후부터 그에 관한 꿈을 꾸기 시작한다. 그의 죽음을 되돌리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한 과거 회상은 그녀의 미래를 괴롭히기도 하고 지난날의 미련을 끊어내기도 한다. 긴 이야기의 분량이었지만 과거와 미래가 차곡차곡 쌓여가는 느낌이 들어 신기하고 또 시원한 느낌이 드는 소설이었다.



* 본 게시물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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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것들 달달북다 6
김지연 지음 / 북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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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고 남은 것들]


🌊 왜 그런 최악의 경우만 먼저 떠올리는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진짜로 닥칠지도 모를 일이 너무 무서워서 미리 예방주사를 놓는 건지도. 어차피 이 모든 시간은 지나가버릴 것이고 다가올 일들을 미리 당겨 걱정할 필요는 없다. 지나가기 전에는, 지금은 함께 있고 싶었다. P.73


달달 북다 2기의 마지막 책이다. 퀴어라는 주제를 한데 모아 읽고 느낀 점은 다른 소설들보다 유독 아픈 손가락 같이 느껴졌다는 점이다. 역경과 차별을 기본값으로 매기는 듯한 인물들과 끊임없이 정체성에 대한 검열을 피할 수 없는 그들이 안타까워서, 그런 그들을 도울 방법이 없는 것 같아 그렇게 느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동안 듣지 못했던 속마음을 책에서나마 진솔하게 들을 수 있어 조금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지나가는 것들』은 미수와 영경의 이야기이다. 주인공 미수는 어플을 통해 영경을 만난다. 영경의 첫 모습은 그다지 호감이지 않았지만 두 손을 모은 그 모습이 사마귀 같아서, 미래가 느껴진다는 말도 안 되는 명랑한 말에 미수는 영경과의 미지근한 만남을 이어나간다. 우연히 놀이터 입구에서 발견한 사마귀를 보고 영경은 사마귀가 죽기 싫어서 죽을 것 같을 때 먼저 죽은 척을 한다는 말을 남긴다. 그리고 둘의 관계가 진전되었을 때, 어떤 사진을 우연히 보게 되는데.


둘 사이에는 어떤 것들이 남게 될까. 불안하지만 한 발자국을 내딛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사랑 앞에서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까. 파도처럼 잔잔한 만남이었지만 그 끝은 어떨까. 작업 일기에서 작가님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소설 속에서 불안과 초조와 체념 같은 것들이 더는 유효하지 않게 되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소설을 쓴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나도 같은 마음으로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다.


🏷 정말이지 조용히 살고 싶다는 마음과 될 대로 되라는 마음이 자주 충돌해서 점점 더 이도 저도 아닌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왜 살지. 이럴 거면 이렇게 살 거면 내가 아닌 채로 살 거면 왜 살지? 나는 누구의 삶을 대신 살고 있는 거지? 그럴 때마다 나름의 해방구가 되어주는 것이 서현 언니와 수아가 있는 그 단톡방이었다. P.43-33


🏷  그런 시커먼 속내를 가지고 만나서는 자만추라고 할 수 없어요. 내가 그렇게 반박했지만 언니는 시커먼 속내가 뭐가 문제냐고 했다. 속이라는 건 말이야. 빛이 안 통하게 꽁꽁 싸매져 있잖아. 그래서 누구나 다 시커멀 수 밖에 없어. P.49


🏷 나는 내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도대체 누구인지를 확인하는 시간이 너무 지겨웠기 때문에, 자기가 누군지 헷갈리는 사람과는 만나지 않으려고 했었다. 하지만 그 사람이 영경이라면, 영경의 그 시간을 함께 있어주고 싶었다. P.7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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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민 골짜기와 무민의 첫 겨울 무민 골짜기 이야기 시리즈
이유진 옮김, 토베 얀손 원작 / 어린이작가정신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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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에서 깬 무민의 겨울 홀로서기]

 

어느 순간, 달빛 한 줄기가 창에 비쳐 들었어요. 빚줄기는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무민의 얼굴을 똑바로 비추었어요. 그러자 전에 한 번도 없던 일이 일어났어요. 무민이 겨울잠에서 깬 거에요! P.7

 

동글동글 하얀 몸에 기다란 꼬리, 사랑스러운 무민이 다가오는 25년을 맞아 탄생 80주년을 맞이한다고 합니다. 그런 무민을 어린이의 눈높이로 재해석한 시리즈의 아홉 번째 이야기 『무민 골짜기와 무민의 첫 겨울』은 토베 얀손 작가의 연작소설 『무민의 겨울』을 바탕으로 새롭게 나온 그림책입니다. 잠에서 깨어버린 무민은 아무도 일어나지 않은 겨울, 홀로 일어나 버리게 되는데요. 무민마마를 깨우지만 깊이 잠든 그녀는 일어나지 못하고 결국 무민은 집 밖을 나가 다른 친구들을 찾으러 나갑니다.

 

확실히 알 수 없어서 눈이 오히려 맘 편하다는 투티키, 아름답지만 모든 걸 얼어붙게 하는 얼음 여왕, 덩치 크고 하고 싶은 것이 많아 동네를 시끄럽게 만드는 헤물렌, 자신들의 잼을 다 먹어버릴까 그를 걱정하는 무민과 작고 여의었지만 용기 있게 헤물렌을 찾아가는 개 소리우.

 

깊은 겨울, 다양한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며 무민은 본인이 알지 못하던 세계를 만나고 세상을 좀 더 이해해 나갑니다. 섬세한 자연 묘사로 겨울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무민 그림책. 자연과 삶의 순환, 두려움과 용기 그리고 우정과 사랑이라는 주제를 담아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그 메시지에 감동할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코끝까지 차가운 겨울에 읽으면 그 깊이를 잘 느낄 수 있는 귀여운 그림책입니다(´▽`)

 

🚪눈을 잘 모르겠어.” “나도 그래. 눈은 차갑지만, 눈으로 만든 집은 따뜻해. 눈은 부드러울 수도 있고, 돌보다 더 단단할 수도 있어. 확실히 알 수가 없어서 난 차라리 마음이 편해.” P.9

 

🚪미이! 넌 상상도 못 할 거야…… 자다가 깨어났는데 다시 잠들 수가 없었다니까. 얼마나 외로웠는지…… 겨울은 너무 무서워. 너도 기억나지? 지난여름에……” 하지만 미이는 지난여름에 있었던 일은 신경쓰지 않았어요. “봤어? 내 공중제비 멋졌지? ?” p.10

 

🚪 무민은 얼굴을 붉히며 엄마에게 말했어요. “잼은 다 떨어졌을 거예요……” “그렇더구나. 엄마가 부끄럽지 않게 우리 무민이 손님들을 잘 대점한 모양이야. 고맙구나.” “엄마, 정말 너무너무 사랑해요.”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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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없이 싫어하는 것들에 대하여
임지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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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음을 마주하는 용기]


🕳 미움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생각할수록 사람을 더 잘 견디게 된다는 건 조금 이상하지만, 정말로 그렇다.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건 그것대로 멋진 일이다. 그러나 무언가를 미워한다는 것 또한 때로는 좋은 일이다. 거기에는 거기서 찾아낼 수 있는 것들이 있다. P.9


누군가를 미워하고 있다면 그 사람 모습 속에 보이는 자신의 일부를 미워하는 것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내 안에 없는 것은 나를 자극하지 않는 법이라는 말인데 시간이 지나보면 무언가를 미워했던 마음 깊은 곳에는 상처가 숨어있던 것 같다.


『이유 없이 싫어하는 것들에 대하여』는 1. 나에 관한 것, 2. 당신에 관한 것으로 나누어 싫어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단순히 싫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에 끝나지 않고 그 안을 깊이 들여다본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 반지하, 엄마, 할머니와 동거인 그리고 타인들과 겪었던 일상을 솔직하게 풀어낸다.


당시엔 이해할 수 없던 사람들과 감정들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샅샅이 마주치는 글이다. 그리고 그것들을 잘 들여다본 결과로 스스로를 다독이고 또 타인을 이해하는 경지에 오르기까지 한 느낌도 들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작가님은 이렇게 나한테 다 말해줘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내 이야기도 들려줘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마음을 주지 않거나 아예 제3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그냥 신경쓰지 않지만 마음을 준 사람, 가족과 같이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속상한 감정과 이해하는 감정이 동시에 들어 맘이 복잡할 때가 있다. 이런 양가감정에 생각이 많아질 때가 있었는데 글을 다 읽고 나니 얼굴을 꼭 마주하고 바라보는 느낌이 든다. 싫어하는 마음을 외면하지 말고 그 속을 들여다보기. 용기가 무척 필요하지만 나를 더 잘 이해하게 되는 방법이다.


🏷️ 나를 키워 부모처럼, 언제나 모르면 모르는 대로 해내는 것들이 있다. 하지만 배우면 배우는 대로 해내게 된다. 그걸 뒤로 나는 배우고 싶은 모든 조금 오래 본다. P.105


🏷️ 다만 사실을 증명하겠다고 나를 몰아세우는 그만두었다. 스스로를 보살피는 죄가 아니라는 개조차 그냥 안다. 나는 개처럼 살아 쉰다. 개에게 배운 , 그건 머무르는 자리에서 언제나 뼘의 볕을 찾아내야만 한다는 뜻이다. P.106


🏷️ 나는 읽고 쓰는 일을 놓지 않을 것이었다.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어떻게든 살아갈 것이었다. 나를 망치려는 상대가 원하는 , 결코 호락호락하게 내어주지 않을 것이었다. 그것이 용감하고 담대한 거라면얼마든지 그러겠노라고, 나는 책을 단단히 그러쥐었다. P.148


🏷️ 후회는 발견한다. 어디가 잘려나간다 해도 사랑을 주고 받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후회는 포함한다. 지금보다 나은 무언가를 위한 마음을. 후회는 포함한다. 지금보다 나은 무언가를 위한 마음을. 후회는 그토록 많은 한다. P.178


🏷️ 겨울마다 부서진 눈사람은 어디에나 있었다. 누구라도 있을 정도로 많은 눈사람이 죽었다. 부지런히 눈을 뭉치고 굴리는 사람들도 눈사람의 미래를 아주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었다. 그러니까, 부수는 사람이 있을 거라는 알면서도 끝내 눈사람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매년, 언제나. P.185


🏷️ 기대에 부응하려 혼자 진지해온 이들은 점차 기대보다 믿음을 중요하게 여기게 된다. 거듭 인생의 맛을 보다 보면 삶의 지지분함을 처리하는 결국 자기 자신에게 달려 있다는 알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은, 나는 나무를 보는 방식만으로도 지지분한 시간을 지나갈 있다. 그건 때로 살아간다는 것에 다름없다. P.202


🏷️ 나는 유령이 할머니를 의식하며 옷을 매만지고 일부러 성큼성큼 걷고 입꼬리를 올린다. 하지만 할머니와 달리 나는 괜찮게 지내는 손녀 역할을 번번이 실패한다. 멀쩡해 보이려고 힘차게 걷고 입꼬리를 올려보려다가도 왈칵, 지나가는 노인들을 보다가도 왈칵, 볕을 쬐고 바람을 맞다가도 왈칵할머니가 어디선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할수록 자꾸 고장이 난다. P.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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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축 소멸 사회 - 압축 성장 대한민국은 왜 복합 위기의 길로 들어섰나
이관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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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소멸에 앞선 정치 소멸]


📉 정치가 소멸하면 정치를 하려는 사람들은 고통스럽겠지만 다만 권력을 쥐려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별 의미가 없는 일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정치가 소멸한 결과는 정치의 소멸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 징조는 여려 군데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한없이 표류하는 중입니다. 이렇게 몇 년을 허비해 버리고 나면 다시 정치가 살아나기 전에 벌써 이 공동체가 소멸의 길로 들어설지 모릅니다. P.153


24 12 3일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하였다. 그리고 12 14일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었다. 이는 헌법적 정당성과 민주적 가치를 훼손했다는 비판과 함께 여의도를 채운 수많은 불빛으로 수습한 결과였다. 지난 2주는 국민들의 분노와 상처가 가득한 시간이었고 이런 시국을 예상이라도 한 듯 『압축 소멸 사회』가 출간되어 읽게 되었다.


압축 소멸 사회는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는 한국의 인구 소멸에 관해 다루는 책이다. 이에 대한 근거로 언급되는 고령화, 인구 절벽, 지방 소멸에 대한 현실적인 이야기가 전개된다. 사실 이 주제에 대해 수없이 들어온 나는 이제 무덤덤해질 지경인데(그렇다고 우울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먼 나라의 외신들은 이를 연구 대상으로 삼고 있고 그로 인해 한국이 자주 언급되는 뉴스를 보면 새삼 문제를 체감하곤 한다. 위의 이야기는 시작일 뿐이다. 저출산과 혐오 범죄, 자살률 1위와 같은 문제들을 여전히 현재를 괴롭히고 있다. 이렇게 총체적 난국에 처한 우리나라는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저자는 대한민국이 전 세계에 어떤 나라도 해내지 못한 극적인 성공, 압축 성장에 성공했다고 표현한다.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성장이 빠른 시간 내로 소멸의 위기를 맞이하는압축 소멸에 이르게 했다고 한다. 이러한 소멸의 시대를 연 원인에는 극단적 경쟁, 개인주의, 경제적 양극화와 같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원인으로는 정치의 부재를 뽑는다. 정치도 소멸의 위기에 놓였다는 것이다. 현 한국 정치는 정치적 무관심과 비효율성으로 위기에 처해있고 정치인들은 상대를 경쟁자가 아닌 적으로만 간주한다. 상대를 경쟁자가 아닌 적으로 보니 배제하거나 심판하려는 경향이 강해졌고 이러한 상황에서 제대로 된 정책 경쟁과 협의는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춥고 혼란스러웠던 2주였지만 다양한 세대의 시민은 형형색색의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왔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한마음으로 목소리를 내었다. 저자는 이 세계가 이대로 끝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아빠의 모습을 껴안은 아이처럼, 길가에 쓰러진 누군가를 도우려는 사람들처럼, 인기척이 없는 옆집의 문을 두드리는 이웃처럼. 이런 이야기를 간직하고 믿는 사람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행동하기 시작할 때 소멸의 이야기가 희망의 이야기로 바뀌리라 믿는다는 것. 이제 탄핵 이후를 바라봐야 하는 때이다. 어지러운 세상 속 갈피가 필요하다면 올해가 가기 전에 꼭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더 나은 나라, 더 좋은 사회는 누가 대신 만들어 주지 않을 것입니다. 시민 스스로 소멸하는 대한민국을 멈추고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정치가 가장 중요합니다. 정치 혐오로는 아무것도 이뤄 낼 수가 없습니다. 지금은 정치가 만연해서가 아니라 정치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정치가 없어서 문제입니다. 정치가 아니라 권력 투쟁에만 몰두하는 정치인과 정당들에게는 박수든 비난이든 보낼 겨를이 없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치 그 자체입니다 P.236


🏷️ 그러므로 정치의 소멸은 다음 가지 하나일 것입니다. 누구도 국가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갖고 있지 않은 경우, 경쟁해야 정당들 사이에서 문제 해결의 비전이나 방식에서 차이가 없는 경우, 그리고 정치적 주체들이 권력 투쟁에만 매몰되어 제대로 정책 경쟁이나 협력이 일어나지 않는 경우 말입니다. P.78


🏷️ 그동안 합계출산율을 1.13에서 0.81 떨어졌습니다. 헛돈을 것입니다. 당연한 결과입니다. 지난 20 가까이 정부하 일은, 이를테면 화장실 생각이 전혀 없는 사람들을 위해 화장실로 가는 길을 만들고, 표지판을 만들고, 휴게소를 만들고, 화장실을 대리석과 보석으로 꾸미고, 앞에서 보고 나온 사람들을 위해 박수 부대를 준비해 놓은 것이나 다름이 없기 때문입니다. P.113


🏷️ 선거를 통해 새로 교체된 세력이 이전보다 나은 역량을 보여 주지 못하는 민주주의는 제자리걸음을 뿐입니다. 변화하는 세계에서 제자리걸음을 하는 국가는 사실상 퇴보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P.151


🏷️ 순전히 권력을 획득해 그것을 나누자고 하는 무리들의 계파라면 같이할 때는 맹목적으로 친분을 과시하고 충성하다가 헤어질 때는 노골적으로 서로를 비난합니다. 여기에 정책이나 정치가 들어설 자리가 없습니다. P.164


🏷️ 민주주의란 본래 불확실성을 제도화한 정치 제도이므로 누가 반드시 당선되어야 한다거나 반대로 누구는 떨어져야 한다는 당위란 없는 법입니다. 만약 그런 생각으로 정치를 보고 있다면 사람도 불행하고 나라도 불행해집니다. P.178


🏷️ 사실 기후란 너무 엄청난 일이라서 인간이 아무것도 없을 같은 무력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중략) 한때 우리는 프레온 가스로 오존층이 파괴되어 남극의 빙하가 녹고 있는 것을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인간은 1989 오존층 파괴 물지에 대한 몬트리올 의정서 채택하고 프레온 가스 사용량을 99% 줄였습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오존층이 회복되고 있고 2060년대가 되면 예전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합니다. 인간은 생각보다 힘이 셉니다. P.218-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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