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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축 소멸 사회 - 압축 성장 대한민국은 왜 복합 위기의 길로 들어섰나
이관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2월
평점 :
[인구 소멸에 앞선 정치 소멸]
📉 정치가 소멸하면 정치를 하려는 사람들은
고통스럽겠지만 다만 권력을 쥐려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별 의미가 없는 일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정치가
소멸한 결과는 정치의 소멸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 징조는 여려 군데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한없이 표류하는 중입니다. 이렇게 몇 년을 허비해 버리고
나면 다시 정치가 살아나기 전에 벌써 이 공동체가 소멸의 길로 들어설지 모릅니다. P.153
24년 12월 3일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하였다. 그리고 12월 14일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었다. 이는 헌법적 정당성과 민주적 가치를 훼손했다는 비판과 함께 여의도를 채운 수많은 불빛으로 수습한 결과였다. 지난 2주는 국민들의 분노와 상처가 가득한 시간이었고 이런 시국을
예상이라도 한 듯 『압축 소멸 사회』가 출간되어 읽게 되었다.
압축 소멸 사회는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는 한국의 인구 소멸에 관해 다루는 책이다. 이에 대한 근거로 언급되는 고령화, 인구 절벽, 지방 소멸에 대한 현실적인 이야기가 전개된다. 사실 이 주제에 대해
수없이 들어온 나는 이제 무덤덤해질 지경인데(그렇다고 우울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먼 나라의 외신들은 이를 연구 대상으로 삼고 있고 그로 인해 한국이 자주 언급되는 뉴스를 보면 새삼 문제를
체감하곤 한다. 위의 이야기는 시작일 뿐이다. 저출산과 혐오
범죄, 자살률 1위와 같은 문제들을 여전히 현재를 괴롭히고
있다. 이렇게 총체적 난국에 처한 우리나라는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저자는 대한민국이 전 세계에 어떤 나라도 해내지 못한 극적인 성공, 즉 ‘압축 성장’에 성공했다고 표현한다.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성장이 빠른 시간 내로 소멸의 위기를 맞이하는 ‘압축 소멸’에 이르게 했다고 한다. 이러한 소멸의 시대를 연 원인에는 극단적
경쟁, 개인주의, 경제적 양극화와 같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원인으로는 정치의 부재를 뽑는다. 정치도 소멸의 위기에 놓였다는 것이다. 현 한국 정치는 정치적 무관심과 비효율성으로 위기에 처해있고 정치인들은 상대를 경쟁자가 아닌 적으로만 간주한다. 상대를 경쟁자가 아닌 적으로 보니 배제하거나 심판하려는 경향이 강해졌고 이러한 상황에서 제대로 된 정책 경쟁과
협의는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춥고 혼란스러웠던 2주였지만 다양한 세대의 시민은 형형색색의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왔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한마음으로 목소리를 내었다.
저자는 이 세계가 이대로 끝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아빠의 모습을 껴안은 아이처럼, 길가에 쓰러진 누군가를 도우려는 사람들처럼, 인기척이 없는 옆집의
문을 두드리는 이웃처럼. 이런 이야기를 간직하고 믿는 사람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행동하기 시작할
때 소멸의 이야기가 희망의 이야기로 바뀌리라 믿는다는 것. 이제 탄핵 이후를 바라봐야 하는 때이다. 어지러운 세상 속 갈피가 필요하다면 올해가 가기 전에 꼭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 ‘더 나은 나라, 더 좋은 사회’는 누가 대신 만들어 주지 않을 것입니다. 시민 스스로 소멸하는 대한민국을 멈추고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정치가 가장 중요합니다. 정치 혐오로는 아무것도 이뤄 낼 수가 없습니다. 지금은 정치가 만연해서가 아니라 정치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정치가
없어서 문제입니다. 정치가 아니라 권력 투쟁에만 몰두하는 정치인과 정당들에게는 박수든 비난이든 보낼
겨를이 없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치 그 자체입니다 P.236
🏷️ 그러므로 정치의 소멸은 다음 세 가지 중 하나일 것입니다. 누구도 국가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갖고 있지 않은 경우, 경쟁해야 할 정당들 사이에서 문제 해결의 비전이나 방식에서 별 차이가 없는 경우, 그리고 정치적 주체들이 권력 투쟁에만 매몰되어 제대로 된 정책 경쟁이나 협력이 일어나지 않는 경우 말입니다. P.78
🏷️ 그동안 합계출산율을 1.13에서 0.81로 떨어졌습니다. 헛돈을 쓴 것입니다. 당연한 결과입니다. 지난 20년 가까이 정부하 해 온 일은, 이를테면 화장실 갈 생각이 전혀 없는 사람들을 위해 화장실로 가는 길을 만들고, 표지판을 만들고, 휴게소를 만들고, 화장실을 대리석과 보석으로 꾸미고, 그 앞에서 일 보고 나온 사람들을 위해 박수 부대를 준비해 놓은 것이나 다름이 없기 때문입니다. P.113
🏷️ 선거를 통해 새로 교체된 세력이 그 이전보다 나은 역량을 보여 주지 못하는 민주주의는 제자리걸음을 할 뿐입니다. 변화하는 세계에서 제자리걸음을 하는 국가는 사실상 퇴보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P.151
🏷️ 순전히 권력을 획득해 그것을 나누자고 하는 무리들의 계파라면 같이할 때는 맹목적으로 친분을 과시하고 충성하다가 헤어질 때는 노골적으로 서로를 비난합니다. 여기에 정책이나 정치가 들어설 자리가 없습니다. P.164
🏷️ 민주주의란 본래 불확실성을 제도화한 정치 제도이므로 누가 반드시 당선되어야 한다거나 반대로 누구는 꼭 떨어져야 한다는 당위란 없는 법입니다. 만약 그런 생각으로 정치를 보고 있다면 그 사람도 불행하고 나라도 불행해집니다. P.178
🏷️ 사실 기후란 너무 엄청난 일이라서 인간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무력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중략) 한때 우리는 프레온 가스로 오존층이 파괴되어 남극의 빙하가 녹고 있는 것을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인간은 1989년 ‘오존층 파괴 물지에 대한 몬트리올 의정서’를 채택하고 프레온 가스 사용량을 99% 줄였습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오존층이
회복되고
있고
2060년대가
되면
예전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합니다. 인간은
생각보다
힘이
셉니다. P.218-219
*본 게시물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