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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것들 ㅣ 달달북다 6
김지연 지음 / 북다 / 2024년 11월
평점 :
[지나가고 남은 것들]
🌊 왜 그런 최악의 경우만 먼저 떠올리는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진짜로 닥칠지도 모를 일이 너무 무서워서 미리 예방주사를 놓는 건지도. 어차피 이 모든 시간은 지나가버릴 것이고 다가올 일들을 미리 당겨 걱정할 필요는 없다. 지나가기 전에는, 지금은 함께 있고 싶었다. P.73
달달 북다 2기의 마지막 책이다. 퀴어라는
주제를 한데 모아 읽고 느낀 점은 다른 소설들보다 유독 아픈 손가락 같이 느껴졌다는 점이다. 역경과
차별을 기본값으로 매기는 듯한 인물들과 끊임없이 정체성에 대한 검열을 피할 수 없는 그들이 안타까워서, 그런
그들을 도울 방법이 없는 것 같아 그렇게 느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동안 듣지 못했던 속마음을 책에서나마
진솔하게 들을 수 있어 조금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지나가는 것들』은 미수와 영경의 이야기이다. 주인공 미수는 어플을
통해 영경을 만난다. 영경의 첫 모습은 그다지 호감이지 않았지만 두 손을 모은 그 모습이 사마귀 같아서, 미래가 느껴진다는 말도 안 되는 명랑한 말에 미수는 영경과의 미지근한 만남을 이어나간다. 우연히 놀이터 입구에서 발견한 사마귀를 보고 영경은 사마귀가 죽기 싫어서 죽을 것 같을 때 먼저 죽은 척을
한다는 말을 남긴다. 그리고 둘의 관계가 진전되었을 때, 어떤
사진을 우연히 보게 되는데.
둘 사이에는 어떤 것들이 남게 될까. 불안하지만 한 발자국을 내딛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사랑 앞에서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까. 파도처럼 잔잔한 만남이었지만 그 끝은 어떨까. 작업 일기에서 작가님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소설 속에서 불안과
초조와 체념 같은 것들이 더는 유효하지 않게 되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소설을 쓴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나도
같은 마음으로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다.
🏷️ 정말이지
조용히 살고 싶다는 마음과 될 대로 되라는 마음이 자주 충돌해서 점점 더 이도 저도 아닌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왜 살지. 이럴 거면 이렇게 살 거면 내가 아닌 채로 살 거면
왜 살지? 나는 누구의 삶을 대신 살고 있는 거지? 그럴
때마다 나름의 해방구가 되어주는 것이 서현 언니와 수아가 있는 그 단톡방이었다. P.43-33
🏷️ 그런 시커먼 속내를 가지고 만나서는 자만추라고 할 수 없어요. 내가 그렇게 반박했지만 언니는 시커먼 속내가 뭐가 문제냐고 했다. 속이라는
건 말이야. 빛이 안 통하게 꽁꽁 싸매져 있잖아. 그래서
누구나 다 시커멀 수 밖에 없어. P.49
🏷️ 나는 내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도대체 누구인지를 확인하는 시간이 너무 지겨웠기 때문에, 자기가 누군지 헷갈리는 사람과는
만나지 않으려고 했었다. 하지만 그 사람이 영경이라면, 영경의
그 시간을 함께 있어주고 싶었다. P.72-73
* 본 게시물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