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달새 언덕의 마법사
오키타 엔 지음, 김수지 옮김 / 비채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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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어울리는 소설이다.

 

표지의 청량한 여름 분위기는 단연코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을 안겨준다. 초록 숲 가운데로 드러난 푸른 하늘, 그 하늘을 가로지르는 무지개는 홀로그램으로 눈부신 싱그러움과 입체감을 발산한다. 가운데 자리한 초록옷을 입은 붉은 머리 만화 캐릭터는 신비함과 궁금함을 던진다. 그저 아무 자극과 긴장도 없이 휴식을 취하듯 편한 마음으로 책을 집어들면, 어느새 중간 부분을 훌쩍 가볍게 읽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일본 어느 시골 마을, 도심과는 꽤 멀리 떨어져 있고 언덕과 산이 많은 종달새 마을에 붉은 머리의 마녀가 '마법상점'을 열었다. 마법을 써서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기도 하고(아주 드물게 자신의 마음이 내킬 때만), 약초와 각종 찻잎을 파는 이 상점은 어느 정도 유명하기에 제법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각종 사연을 가진 평범한 이들이 저마다 불씨만한 희망을 가지고 마법상점을 찾는다. 화상 흉터를 없애려는 소녀, 죽음을 앞두고 아끼는 고양이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 마지막 힘을 짜내는 노화가, 소설을 쓰고 싶어하는 작가, 상처받은 형의 감정을 치유하고 싶어하는 동생... 그들은 자신을 위해, 또는 사랑하는 누군가를 위해 간절한 소원을 이루어 보려고 마법상점을 찾아온다. 찾아와서 마녀에게 소원을 이루어 달라고 부탁하고, 애원도 하고, 원망하기도 하며 자신의 내면 가까이 다가간다. 마법상점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그들은 자신의 내면 바닥에 있는 가장 솔직한 진실을 들여다보며,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설 이유를 찾는다.

  

다섯 편의 이야기 중에서 가장 처음인 '봄이 깃든 흉터'는 특히 청소년들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다.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메이는 자신의 팔에 남겨진 화상을 볼 때마다 친구 유토가 자책한다고 여기고, 흉터를 없애기 위해 종달새 마을 마녀를 찾아간다. 하지만 거절당한 메이는 자신의 내면에 망설임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유토와 함께 다시 마녀를 찾아간 어느 날, 메이는 뜻밖에도 마법상점에서 유토의 고백을 듣게 된다.

 

'가을비의 이정표'는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소설을 쓰고 싶어하는 하루코의 이야기다. 종달새 마을에서 여러 다정한 이웃들의 힘과 아름다운 풍경 덕분에 하루코는 슬럼프를 딛고 인생 최고의 이야기를 노트에 적어간다. 마을에 단 하나뿐인 서점, 하루코의 성공을 짐작하게 하는 마지막 장면은 훈훈하고 흐뭇한 미소를 불러온다.

 

마지막 이야기 '종달새 언덕의 마법사'에선 ''이라는 고아가 어떻게 스승을 만나 '스이'가 되었는지 잔잔한 사연을 풀어간다. 인간 부모에게서 버림받았지만, 자신과 같은 종인 마녀를 만나 사랑과 돌봄을 느끼며, 진정한 마법사로 탄생하여 독립적인 존재로서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성장 스토리다.

 

판타지를 빌리지 않고는 위안과 대리만족이 힘들 정도로 각박한 현실이다. 다섯 이야기의 평범한 인물들처럼 우리는 곧잘 힘들고 아파하지만, 언젠가 한번쯤은 만나고 싶은 마법의 존재를 책에서나마 흡입하며 여전히 우리는 녹록지 않은 이 세상을 견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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