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잃어버린 심장
설레스트 잉 지음, 남명성 옮김 / 비채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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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스트 잉의 <우리의 잃어버린 심장>은 미국 속에 벌어지는 인종 차별, 특히 중국과 아시아인에 대한 차별 이야기다. 아마도 중국계 미국인인 작가가 어릴 때부터 겪어온 수많은 경험들을 녹여낸 이야기들일 것이다.

미국 사회에 경제적 '위기'의 시기가 닥치고, 오랜 위기가 끝난 후 미국 전통문화 보존이라는 PACT(독자정부같은 최고 권력기관)가 아이들을 납치해서 다른 곳으로 보내버리는 일들이 생긴다. 주로 중국계 아시아인에 의해 그들의 위기가 생긴 것이라는 확신이 전염처럼 미국에 퍼지고, PACT가 하는 일에 반기를 들거나 의문을 제시하면 예외없이 경찰에게 잡혀가는 공포스러운 일들이 벌어진다.

중국계 미국인 마거릿 미우는 백인 남편 이선과의 사이에 아들 버드를 두었다. '위기' 속에서도 사랑으로 가정을 잘 지켜오던 마거릿은 점차 자신이 쓴 시(특히 '우리의 잃어버린 심장')로 인해 PACT에게 반동분자로 찍히게 된다. 마거릿의 시를 읽고 많은 사람들이 PACT에게 저항하는 정신을 가지게 되었고, 국가의 인종차별정책이나 아이들을 납치하여 다른 곳으로 보내버리는 일들에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마거릿은 남편과 아들 버드를 위해 PACT에게 잡히기 전에 집을 떠나고, 이후 삼년 간 수많은 곳에서 아이를 잃은 부모들의 이야기를 수집한다.

이 책은 어린 버드의 이야기로 시작하기에, 어느 날 사라진 엄마를 찾으려는 어린 소년의 모험물이나 추리물같은 느낌을 주었다. 아빠와 둘이 '튀지 않고', 엄마를 부정하며 죽은 듯이 살아가는 버드에게 어느 날, 엄마 마거릿이 보내온 편지 한 장이 도착한다. 고양이 그림만이 가득한 그 편지 한 장을 단서로 삼아, 결국 직접 엄마를 찾아 뉴욕으로 떠나게 되는 버드를 지켜보며 독자들은 궁금해진다. 왜 버드는 그렇게 이선과 함께 숨죽여 살아야만 했는지, 도대체 그의 엄마 마거릿이 어떤 반정부적인 일을 했는지, 버드는 과연 당국에 잡히지 않고 엄마를 만날 수 있는지.

그렇게 엄마를 찾아 떠나는 모험물은, 중반 이후 마거릿의 이야기가 나오면서 인종차별과 사회적 갈등, 인권의 영역으로 확장된다. 그리고 압권은, 마지막에 마거릿이 심어놓은 수많은 병뚜껑 스피커를 통해, 그동안 수집해온 사라진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도시 곳곳에서 낭송되는 것이다.

당국에 저항하는 마거릿의 시는, 길 가는 모든 사람들을 멈춰 서게 하며 눈물을 흘리게 한다.

현재형 문체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어찌 보면 인권에 대한 실상과 그 저항의 움직임을 다룬 한 편의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을 준다. 어떻게 이런 어처구니 없는 탄압과 폭력이 현대에도 이루어질 수 있는 걸까. 미국이 중국과 아시아인을 바라보는 시각 중 가장 극단의 반우호적 태도를 엿볼 수 있는 이야기.

하지만 초점을 두어야 할 것은, 그런 당국에 맞서 여러 가지 형태로 저항하는 시민들의 풍경이다. 마거릿 역시 직접 스피커를 만들며 도시 곳곳에 자신의 목소리를 전파할 계획을 세웠지만, 그보다 앞서 페인트로, 뜨개실로, 여러 가지 예술적 작업들로 PACT에 저항하는 싸인을 보내는 숨은 저항시민들이 얼마나 많은지. 작가가 무엇보다 알리고 싶었던 건 바로 이 '저항'과 '회복'에 대한 믿음이 아니었을까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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