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질병의 왕국 - 만성질환 혹은 이해받지 못하는 병과 함께 산다는 것
메건 오로크 지음, 진영인 옮김 / 부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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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면역질환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는 사람의 질병 서사이다. 어떤 면에서는 반-서사에 가깝다. 의학적 진단으로 품을 수 없는 아픔을/상태를 가진 몸. 신체 증상 장애나 여성의 스트레스로 환원 불가능한 증상의 몸. 현대 서양 의학으로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는 몸과 통증에 대해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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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세대의 아날로그 양육자들 - 통제와 차단, 허용과 방치 사이에서 길을 잃은 디지털 시대 육아 탐구 보고서
소니아 리빙스턴.얼리샤 블럼-로스 지음, 박정은 옮김, 김아미 감수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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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 인종, 장애 정도 등 여러 격자와 디지털 문화와 양육이 겹치는 부분을 잘 드러낸 책입니다. 이분법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닌 실제 경험을 포착하는 장면들이 유익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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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삶을 나누는 여섯 단어 이매진의 시선 18
조기현 지음 / 이매진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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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 멈추고 밑줄 긋고 다시 읽길 반복했다. 저자는 담담하게 이야기하는데 나는 울컥했다. 의존하기 때문에 취약한 것이 아니라 돌봄과 의존을 부인하기에 더 취약해진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놀랄만큼 침착하게, 담담히 그리고 묵직하게 돌봄과 의존성을 이야기한다. 아주 필요한 인식과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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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춤추면서 싸우지
한채윤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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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지만 트랜스젠더/퀴어 뿐 아니라 앨라이 혹은 앨라이가 되길 희망하는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교육자로서 활동가로서 소수자로서 경험한 바가 잘 드러난다. 한국의 퀴어사의 단면들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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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와 역사의 정치 딕테 시리즈 3
조앤 스콧 지음, 정지영 외 옮김 / 후마니타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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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정말 재미없게 생겼지만

사실은 아주 재밌는 책이다.


기본적으로 푸코적인 논의를 하는데

대충 이야기하면,

푸코는 자연화된 무엇이 있는 게 아니라

자연화하는 작업과 그 결과라고 말했다(고 나는 알고있다. 아님 말고).


이를 이어받은 주디스 버틀러는

섹스가 있는 게 아니라

섹스가 이미 젠더라면서

섹스라는 것이 자연인, 내재적인 무엇이 아니라

물질화되고 담론화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 쉽게 말하면

여성 남성이 있고 이들 간 차이가 있네 없네 인간이 어쩌네 웅앵웅 다 사실은 헛소리라는 것.

왜냐하면 

여성 남성을 분류하는 것 자체가 우연적인 것이고(성기로 분류하는 것 자체가 필연적인 무엇이

아니라 임의로 붙인 것이라는 의미에서) 이런 성별 분류 자체가 자연이 아니고 

자연화/물질화한 것이라서 그렇단다.


물론 이 책은 버틀러가 나오기 전에 낸 책이므로 버틀러 이야기를 하는 건 좀 치사할 수 있다고 보지만, 어쨌든 조앤 스콧은 버틀러가 나중에 말하는 식과 거의 유사한 걸 먼저 말했다고 볼 수 있다. (버틀러로 기준 삼은 건 좀 죄송)


이 책의 첫 번째 요점은 젠더라는 게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 내적으로 정합적인 무엇이 아니라

그런 것으로 자연화한 것이라는 것이고,


이 책의 두 번째 요점은 젠더라는 건 여성성, 여성의 사회진출, 동일임금 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상을 돌아가게 하는 핵심적이고 인식론적인 틀이라는 것이다.


신시아 인로가 "젠더가 세상을 돌아가게 한다"고 했었던 게 생각나는데, 남성 노동자는 생계 부양자로, 여성 노동자는 비생계 부양자로(지금까지도 있는 임금 격차 논리) 삼는 식의 인식 자체를 분석할 수 있는 틀은 '젠더'로 볼 때만 가능한 것이다. 이런 식의 가정/여성성/육아/돌봄을 여성적 영역으로 두는 견해 자체가 '예외적인' 빻은 생각이 아니라, 근본적인 것이다. 그러니까 온갖 것들을 젠더로 볼 수 있는 것이다(난 대통령 외교에서 '영부인'들이 만나는 것, 그들의 역할, 그들의 모습, 그들의 재현 이런 것들이 옜날부터 이해갸 안 되었다).


이 책의 세 번째 요점은 여성(소수자 집단)들의 곤경인데, 보편적인 man인 백인 남성은 인종을 고려하든 젠더를 고려하든 고려 대상이 안 된다. 왜냐하면 이들은 젠더나 인종이 없는 중립적인 집단으로 그려지기 때문이다(실제로는 없는 게 아니라 없는 것으로 여겨지는 것이지만). 반대로, 여성이나 미국 내 흑인들은 특수 집단으로 고려되는데 이 자체가 문제라는 것. 


여성은 집단으로서 자신들이 가진 차이가 차별로 이어지는 것에 반대해야 하면서도, 보편자인 man들과 같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말해야 한다는 것. 그러니까 여성이면서 여성운동도 해야 하지만, 인간 대접도 받아야 하는데 이게 아이러니라는 것. 조앤 스콧은 이런 곤경은 해결가능한 것이 아니고, 차이와 평등을 고려하기 위해 이런 담론과 이런 상황에 놓이게 만드는 것들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분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위에서 만나자는, 부자 되자는, 파이 챙기자는 분들도 피곤하지만

그런 정체성 정치는 문제야 하는 선생님들의 의견에도 공감하면서도

왜 이런 지지리 궁상 같은 상황에 놓이는지 생각하면 참 답답하지만

이런 아카데믹한 글에서 의외의 위안을 얻으니(내용적으로는 참신한 건 아니지만)

기분이 좋아지긴 한다.


다른 포스트~ 어쩌고 저쩌고들 처럼 끝나지만,

그래도 아주 통찰력있는(특히 10장이 아주 좋았는데) 글들은 이도저도 아닌 이 포스트 어쩌고들이 어떤 해석력이 있는지 다시금 깨닫게 해준다.


그리고 '젠더'에 대한 쓰임도 좀 생각하게 하는데, 이 gender라는 것. 한국에서는 외래어로 정착이 되었고, 트랜스젠더들이 본인들을 부르면서 '젠더'라고 부르기도 했다는 것, 여기저기 만연한 성교육 현장에서는 sex와 대비되는 사회적 개념/관념이라는 구닥다리 방식으로 설명되는 개념이기도 하다. 왜 이런 이야기를 쓰냐면 사실 '젠더'의 문화번역에서 시간과 공간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도나 해러웨이가 《Simians, Cyborgs and Women》에 쓴 '젠더'의 번역에 대한 아티클(사이보그 선언이 8장, 상황적 지식이 9장인데 이 아티클은 7장)이 떠올랐기 때문인데, 이 아티클에서는 '젠더'라는 말의 번역의 어려움을 '젠더'에 대한 계보를 구구절절 썼는데, 그만큼 언제 어디서 쓰냐가 그리고 누가 쓰냐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퀴어 집단에 속한 사람들도, 내가 충분히 퀴어인가? 퀴어가 맞나? 퀴어라고 할 수 있나? 별로 퀴어이고 싶지 않은데라는 의문을 품을 수 있을텐데, 이 집단적 정체성(여기선 '퀴어')이 개인을 포획하고, 특수자인 개인은 그 집단성으로 해명되는 상황을 어떻게 인식해야 하는지(인식하게 하는 것들은 무엇인지, 이런 딜레마 상황은 왜 놓이게 되었는지 등등)에 도움이 될 만한 부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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