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없이 남의 책을 평하던 제가 책을 썼습니다.
그래서 많이 부끄럽네요.
저는 학교폭력을 겪고 이상한 결론이지만 교사가 된 사람입니다.
부모에게 돌봄을 박탈 당했고 남들이랑 관계를 잘 맺지도 못했습니다.
우울이나 약한 공황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의 이야기를 찾으려 많은 책을 뒤적였습니다.
그러다 글을 썼습니다.
저와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 말을 듣고 말을 했습니다.
제가 절박하게 알고 싶던 다른 몸들을 만났습니다.
그래서 나온 책이 《사이렌과 비상구》입니다.
제목이 사이렌과 비상구인 이유는 사이렌과 비상구가 필요한 사람들의 이야기면서, 누군가에게는 사이렌 울리고 비상구 돼줄 이야기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나만 이렇게 살진 않는다는 감각을 말을 들으며 알았습니다.
ADHD 진단을 받은 교사, 코다로 부모를 돌봤던 청년, 소규모 동물단체 운영자, 정신질환이 있는 자녀를 돌보는 엄마, 전라북도에서 지방 교육의 변화를 마주한 초등교사, 지방에서 살다 서울로 이주한 논바이너리 레즈비언 당사자, 섭식장애가 있는 여성 청소년 등 교육-돌봄-몸을 아우르는 사람들을 만났어요.
하나의 정체성이나 이름으로 규정하기 어려운 삶의 복잡한 맥락과 이야기들을 담았습니다.
이야기를 소재로만 삼거나 제가 다 안다며 대신 말하기보다는 본 맥락을 최대한 살리려 했지만, 여전히 남의 이야기를 전하려 했다는 원죄 의식이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목소리를 남겨준 분들의 선의와 공감을 핑계로 글을 계속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