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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티 워크 - 비윤리적이고 불결한 노동은 누구에게 어떻게 전가되는가
이얼 프레스 지음, 오윤성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5월
평점 :
이얼 프레스의 《더티 워크》는 많은 사람들이 기피하지만 책임이 있는 일들을 떠맏는 낙인 받은 사람들이 하는 일들을 다룬다.
원격으로 드론을 이용해 폭격을 가하는 조정사, 원유 시추 작업 노동자, 국경 감시대, 축산 노동자 등 많은 사람들은 도덕적으로 말하는 것에는 거리낌이 없겠지만 도덕적으로 실천하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다.
일부 부정론자들이 있긴 하지만 기후위기는 상식이다. 그런데 왜 채식주의는 상식이 아닐까? 육식을 위한 사육과 동물이 섭취하는 곡물을 재배하는 것이 기후위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한 '사실' 임에도 왜 사람들은 변화하지 않는가? 왜 누군가는 가혹한 조건에서 축산 노동을 하고 그런 사람들은 주로 약자들일까?
이 책은 소위 '더티 워크'를 하는 사람들이 겪는 도덕적 외상(moral injury)-자신의 도덕관이나 사회가 생각하는 도덕관과 충돌하는 삶의 경험이 만들어내는 외상-과 정신적 부상을 논한다(물론 근골격계 부상도). 중요한 지점은 이런 사람들이 '나쁜' 일에 가담하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가담하게 되는 상황을 암묵적으로 승인하고 묵인하는 더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점이다.
책에 나온 사례는 아니지만 여성/남성/트랜스/퀴어 성노동자, 깻잎을 추수하는 한국의 이주여성노동자, 건물/화장실 청소노동자 등이 생각난다. 젠더, 연령 등 다양한 층이 있겠지만 자신의 안위에 도움면 이율배반적인 모습도 승인하는(그러면서 인간은 복잡하다고 하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의 주된 타겟으로 보인다.
흥미로운 점은 이얼 프레스가 쓴 다른 책인 《양심을 보았다》는 홀로코스트나 세르비아 내전 당시에 분위기를 거스른 영웅적이지 않은 인물들은 다룬 반면, 이 책은 조금 반대 논리로 어쩔 수 없는 더티 워커들을 다룬다는 점이다. 《양심을 보았다》에서는 엄중한 사회적 기대와 분위기에도 자신의 소신을 지킨 사람, 그런 구조에서도 '아니오'라고 말하면서 피해를 감수한 사람을 다뤘다면, 이 책은 자신의 소신을 지키기 어려운 사람, 사회 경제적 여건에 의해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 사람들의 외상, 고통, 상처를 다룬다.
이와 같은 상처, 고통, 외상을 재생산하지 않고 이해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저자는 더 많이 이야기되어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