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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년 전 중국의 일상을 거닐다
카키누마 요헤이 지음, 이원천 옮김 / 사계절 / 2023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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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은 너무 예쁘게 만들어진 표지에 있다. ‘중국 고대 일상사’와 관련한 내용을 적으며 이렇게 예쁜 색깔의 배합과 건물의 모습이라니, 한껏 기대에 차서 읽기 시작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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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말하면, 기대와는 달랐다. 실망에 가까웠다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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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중국 진한 시대를 중심으로 일상사가 잔뜩 담긴 했지만, 제한된 사료(史料)에 근거해 있고 그 사료들 중 민중들의 삶에 투영될 수 있는 것들이 다수 담기긴 했지만 좀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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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에세이식 서술을 기대했지만, 말 그대로 역사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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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이 책이 주는 재미는 확실했다. 그 재미란 ‘옛날 사람이나 지금 사람이나 사람사는 건 다 똑같구나’ 하는 재미였다. 물론 지금의 시대와 비교했을 때, 신분제의 유무를 포함해 기술 발달 수준 등의 것들은 하늘과 땅 차이니 다른 점도 분명 많겠으나 ‘삶을 살아가는 존재로서의 사람’ 이라는 기준에서는 피식, 하고 웃음도 나올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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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면 이런 이야기들.
입 냄새가 심하게 나 그것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
일반적으로 식사는 아침 식사와 저녁 식사만 대부분의 민중들은 했다는 것.(슬픈 일인가..)
도시 사람의 걸음걸이를 따라하다가 예전 걸음걸이를 잊은 젊은이의 이야기.
남녀 간 말 걸고 작업(?) 거는게 일상적이었고, 심지어 공자도 제자한테 시켜서 여성에게 말 걸었다가 까였다..
치질 치료법으로 사람이 항문을 핥아주는 방식이 있었다..
동성애에 대해서 거부감이 없었다(심지어 현대의 그것들과 비교했을 때 크게 차이가 없는 물품(?)들도 있다)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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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진한 시대의 일상을 지금의 시점에서 읽으면 무슨 재미가 있겠냐 싶겠지만,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건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에 대한 비교와 동시에 ‘나아진 것과 나아지지 않은 것’에 대한 생각할 거리를 준다는 것을 빼놓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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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한 것처럼 신분제가 사라지고, 과학기술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했지만 정말 지금의 시대는 예전보다 나아졌다고’만’ 말할 수 있는가. 단 하나의 예를 들면, ‘사람 사이의 사랑’이라는 인식으로 받아들여졌던 동성애에 대해서, 지금은 이것을 사랑으로 받아들이는지 아닌지 등.. 이런 문제 의식을 갖고 읽으면 더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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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좋아하고, 거시사보다는 미시사나 일상사(생활사) 좋아하시는 분이 읽으면 더 재밌게 읽을 것 같다. 재미 없는 책은 아닌데, 읽다보면 묘하게 답답한 부분들이 있다. 후반부로 갈수록 재밌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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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사계절출판사로부터 받아서 읽었고, 금전적인 이익은 받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