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래봤자 책, 그래도 책
박균호 지음 / 소명출판 / 2021년 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ㅣ 책을 첫인상으로 판단하지 말라!

이 책을 처음 만났을 때, 세련되어 보이지 못하는 책의 표지 탓일까 어느 오래된 나이의 독서광이 이야기하는 독서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그런 책인가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역시 이건 책을 잘 읽지 못하는 나쁜 습성이라는 것을 책을 읽자마자 바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읽기 시작한 책을 꽤 늦은 시간까지 집중해서 읽는 나를 발견하고 이 책이 들려주는 책 이야기들이 꽤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책을 모두 읽고 나서 서평을 쓰는 순간이 되어서야 이 책의 출판사가 소명출판사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책의 표지가 조금 더 이뻤다면은 이 책은 훨씬 더 좋은 책으로 평가받을 거야라고 투정 부렸던 저 스스로가 나쁜 사람이 되어 버린 느낌이었습니다.
(사람들의 관심이 높지 않은 학술서만을 1,900여 종 가까이 펴낸 출판사가 바로 소명출판사라고 합니다. 또한 팔리지 않는 학술서만을 내면서도 무려 1천만 원의 상금을 주는 임화 문학예술문학상을 후원하고 있다고 합니다. 어느 출판사가 잘 팔리지 않을 학술서를 출판할지, 이 출판사가 아니었다면 1,900여 종의 학술서들은 세상의 빛 조차 보지 못했을 거 같습니다)
어쨌든 중요한 건 책은 사람과 같이 겉모습, 그러니깐 절대 겉표지만으로 평가받아서 안된다는 것입니다.
ㅣ 책의 숨겨진 이야기들

이 책을 읽으며 통 들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초반부에 나오는 시집 진달래꽃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김소월의 진달래꽃은 너무도 유명해서 대한민국의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꼭 들어봤을 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작 그 시 외에 김소월이라는 시인과 진달래꽃이라는 시집이 탄생하게 된 이야기에 관해서는 한 번도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는 거 같습니다.
유명한 책을 쓴 작가들의 비애인지는 모르겠지만, 정작 책을 낸 그 시점에는 유명해지지 못하고 훗날에 유명해지는 책 혹은 예술작품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TV를 통해서 가끔씩 듣기는 했었습니다. 김소월 또한 불과 33살이 나이로 자결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자결하기 며칠 전 아내에게 '세상을 사는 것이 참 고달프구려'라는 말을 남겨다는 이야기를 보며 김소월의 얼마나 고단하게 살았는지 엿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김소월의 진달래꽃 초판은 200부 정도 찍었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하는데, 현재 단 4권만이 소재가 파악된다고 합니다. 몇 천권에서 몇 만권씩 찍어서 출판되는 현재의 책들과는 너무 많은 차이가 나는 양인데, 이런 적은 양에도 불구하고 지금 현재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록 유명한 시집이 되었다는 게 신기하기 따름입니다.
이런저런 진달래꽃이라는 시집에 관한 숨겨진 이야기들을 듣고 있잖니, 김소월의 진달래꽃이라는 시집을 만나게 된다면 바라보는 시각이 이전과는 확실히 달라질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ㅣ 나도 책을 수집하고 싶다

이 책의 저자는 많은 책들을 수집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책을 수집하면서 생긴 다양한 일들에 관해서도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데요.
그 이야기 중 하나로 민음사에서 나온 단원 풍속도첩이라는 책을 소개했습니다.
단원 풍속도첩은 단원을 대표하는 25편의 풍속도를 원화의 90% 크기로 담아서 책의 제본을 우리나라 전통 제책 방식인 5 침 안정법을 사용하여 제본했다는 것입니다. 또한 제책 방식뿐만 아니라 책등을 비단으로 감쌌다고 하며, 여기에 더해서 튼튼한 북 케이스까지 있다고 합니다. 이 책이 책을 수집하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관심을 가질만한 책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책을 모르는 사람도 느껴질 만했습니다.
이 책은 일찌감치 절판되었으며 지금은 정가의 두 배를 줘야 간신히 구할 수 있는 귀한 책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런 내용을 보면서 저의 서재에는 오래도록 보관하고 싶은 책이 얼마나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책들은 깨끗하게 잘 읽어서 중고서점에 팔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책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갑작스레 이 책에 나오는 문학적으로 가치 있는 책보다는 어렸을 적부터 소장하고 싶었던 '슬래덩크'라는 만화책이 떠올랐습니다. 무슨 만화책이냐고 웃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소장하고 싶은 책(만화책이지만) 생겼다는 것이 어디냐라고 대꾸하고 싶네요.
ㅣ 책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자.

이 책을 읽고 나서 책이 가진 다양한 배경 이야기들에 관심을 가져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책의 배경 이야기들을 알고 있다면 아무리 어려운 책이라도 용기 내서 읽을 수 있을 거 같고, 힘들어도 참고 참으며 끝까지 인내를 가지고 책을 읽을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봤자 책, 그래도 책은 책을 바라보는 시각을 다르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이북으로 원하는 책들은 서점에 가거나, 택배를 기다리지 않아도 당장이라도 만날 수 있는 이 시점에 쾌쾌한 종이 냄새가 날지도 모르는 절판 책들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출판사들이 문학전집을 내면서도 사연이 있고, 책 제목에도 사연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책도 사람이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다양한 이야기들이 존재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런 이야기에는 왜 관심을 가지지 못했는지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서 책을 조금 더 재밌게 읽을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된 거 같아서 너무 좋았습니다.
나도 언젠가 이 책의 저자처럼 책 몇 권은 수집하고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봤자 책, 그래도 책
#박균호
#소명출판
#책수집
#흥미로운책이야기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