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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개의 이름 - 정수일 평전
차병직 지음 / 창비 / 2026년 10월
평점 :
나는 어린 시절에 위인전을 읽었고, 영어원서로는 최근에 두어권 Who was 시리즈를 재미나게 읽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이 평전이라는 사실이 부담스럽지 않았다. (*평전 : 개인의 일생에 대하여 평가하는 글을 곁들어 적은 전기) 전기이기 때문에 한 사람의 일생의 기록이 담겼다.
이 책에 관심이 간 것은 정수일이라는 한 사람의 일생이 너무 궁금했기 때문이다. 일곱개의 이름, 다섯개의 국적. 여러가지 언어를 할 수 있는 사람. 쇼트 슬리퍼, 공작원(간첩)으로서의 남한에서의 생활, 구속 수감 생활 속에서도 책을 쓴, 소설이나 영화처럼 살아간 듯해서 정말 흥미로웠다. 얼른 책을 만나보고 싶었다.
정수일 선생님은 중국 연변에서 태어나 북경대학 동방학부를 졸업하였다. 중국 국비유학생으로 선발되어 이집트에 가고, 중국 공무원으로 일하다가 북한으로 환국하고 교수 생활을 하다가 공작원으로 선발되어 남한으로 오게 된다. ‘무함마드 깐수‘로 강사 생활, 교수 생활을 하다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수감되고, 출소하여서 깐수가 아닌 ‘정수일‘로서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그의 삶은 정말 영화같았다. 드라마 같기도 하고.
책 읽으면서 무함마드 깐수 라고 유튭에 치고 영상을 봤는데 왜 그 당시 사람들은 아랍인이라 생각했는지 참으로 의아하다. 나는 영상을 보자마자 한국인처럼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이 평전을 쓰신 차병직 선생님께서 두 채널에 출연하셔서 책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내주셨는데 책을 읽고나서 영상을 보니 정말 궁금했던 부분들을 시원하게 긁어주시는 느낌이 들어 참 좋았다. 재미나게 영상을 시청했다.
소설의 첫 구절부터 영화인 줄 알았다. ˝피고인을 사형에 처해주시기 바랍니다.˝ 평전이지만, 술술 읽힌다. 과거와 현재가 얽히면서 책이 진행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국가보안법에 대해 좀 더 알아갈 수 있었고, 공작원에 대해 검사가 어떻게 항소를 하는지 구체적으로 법정에서 이야기가 오고갔는지 알 수 있었다. 국정원, 국가보안법 하면 사실 베일에 싸여있는 느낌이라 궁금한 점도 있었는데 좀 풀렸다.
책을 읽으면서 왜 하필? 중국에서 북한으로 간걸까?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시대적 상황으로 민족주의가 강렬하게 남아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였다. 생각해보면 연변에서 태어났는데, 가족들은 북한 출신이였으니. 그 당시 중국은 남한과 외교를 한 것도 아니었다고 한다. 그러니 북한을 택할 수 밖에. 사상적으로도 자유주의, 민주주의를 접할 수도 없었다. 중국인은 아니지만 연변에서 태어났고, 말은 조선말을 하는데 중국인. 이 상황이라면 나의 민족, 나의 정체성에 대해 계속 생각할 듯하다.
그렇게 해서 정수일 선생님은 북한으로 환국을 하셨다. 다행이 아무 문제 없이 북한으로 갈 수 있었다. 그런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중국에 계속 있었어도 문화혁명 때문에 큰 피해를 입었을 수도 있었다고 북한으로 간 것이 나은 선택이었다고 차병직 선생님은 그리 이야기하셨다.
북한에 가서 교수로 재직하다가 공작원으로 발탁되어 북한에 있는 아내와 딸들과 헤어지게 된다. 직접적으로 남한으로 가지 않고 여러 나라를 거쳐 국적을 취득하여 오는데 저 여정을 버텨낸 것이 참으로 대단하다 생각했다.
결국에는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들은 끝내 다시 만나지 못했다는 것도 참 안타깝다. 격변의 시대에서 태어난 것이 참으로 슬픈 것 같다. 시대적인 부분은 개인적으로 노력한다고 바뀔 수 있는 것이 아니니.
정수일 선생님은 언어를 배우는데 감각도 있으셨지만, 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했다. 수감된 상태에서 번역하고, 편지를 썼다. 수감된 후 남한에서의 아내인 윤승희님에게 엄청난 분량의 편지를 썼다.
좀 부러웠던 점은 선천적으로 잠이 적어서 하루에 서너시간만 자도 괜찮았다는 부분이다. 남들이 잠들어있는 그 때 연구에 더 매진할 수 있고, 일을 더 많이 할 수 있었다는 것.
언어를 배우는 감각이 있는데 쇼트슬리퍼, 그리고 친화력도 정말 좋으신 분이었던 듯하다. 아내 분에게 시를 적어주신 걸 보니 글도 완전 잘 적으시고 정말 찐 학자 체질이셨다.
평전을 읽어보면 공작원보다는 학자로서 자신의 것을 만들어 내 세상에 보여주고 싶어하는 마음이 더 컸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의아했던 것은 이렇게 해서 남한의 정보를 모으고 보낸다고? 하는 생각을 했다. 나중에는 팩스로 정보를 보내라고 하는 것도 그냥 포기인건가? 했다. 안전하지 않을텐데. (했는데) 붙잡혔다.
가끔 북한에서 꽤나 높은 곳에 있다가 망명오시는 분들, 탈북하시는 분들은 남한에 정착하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할 때가 있었다. 근데 구금에서 풀려나도 보안관찰 제도로 감시를 받는 것도 알게 되었다. 2001년에 보안 관찰 처분을 받았는데, 안보 수사대는 2024년까지도 계속 보고 있었다는 것이 놀라웠다.
시대적인 배경이 한 사람의 인생을 이렇게 큰 변화 속에서 살아가게 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더 크게 느낄 수 있었다. 책은 내가 경험하지 못할 것들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해주는 것이 참 좋은 것 같다. 우리도 빠르게 변화하는 지금의 상황에서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본다.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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