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찌니주의보
정지아 지음 / 창비 / 2026년 8월
평점 :
나는 2026년 1월에 창작과 비평 비버단으로 연재 소설 <찌니주의보>를 읽기 시작했다. 창작과 비평 홈페이지에는 작가님들이 작품들을 연재해주시는 카테고리가 있다. <찌니주의보>는 그곳에 연재되던 소설이였는데, 이번에 출판이 되었다.
<찌니주의보> 책은 정겨운 시골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사투리와 할머니들, 레즈비언인 혜진이와 성진, 마을 이장과 그의 아내인 쑤언의 이야기가 재미있으면서도 따뜻하고, 코 끝이 찡- 해지는 느낌이다. 등장인물들 대다수가 할머니들이어서 사투리가 많다. 사투리가 참으로 정겹게 들렸다. 나는 시골에서 학창시절을 보낸터라 옛 향수들을 느낄 수 있었다.
정지아 작가는 <아버지의 해방일지>로 유명하다. 비버단 활동을 하면서 소감을 올렸는데, 다른 비버단 분이 작가님의 책을 추천해주셨다. 따뜻한 댓글을 받아서 기분이 좋았다. 1회차를 읽으면서 나의 할매가 생각이 났다. <찌니주의보>를 읽으면서 할머니 생각을 많이 하게 될지도 모른다. 옛 시골의 정이 담겨있는 작품이다.
목차를 보면서 생각을 했다. "누구나" 라는 건 우리 삶 속에서 보편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것을 말하니, 이 소설 속의 이야기는 소설이라 허구이기도 하겠지만, 어딘가에서는 이런 비슷한 일들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목차를 쭉 읽어보는데 나는 다 해당되었다. 하하하. 우리 모두 그렇지 않을까? 이 책은 우리 모두 다 마주할 수 있는 이야기다.
윤 선생이라는 할머니가 레즈비언인 성진과 혜진을 레지라는 이유로 마을에서 쫓아내려고 하는 모습, 마을 사람들에게 독하게 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으로 저리 남을 힘들게 하고 싶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또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면 윤 선생 할머니는 어떤 사연이 있지 않을까? 하고 측은지심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윤 선생 할머니 자신의 사위, 딸부터 해서 모든 사람들한테 왜 그리 모질게 대할까? 하고 화가나기도 했다. 남아선호 사상으로 자신의 아들에게는 오냐오냐하는 모습이 답답했다. (아마 지금도 윤 선생 할머니와 비슷한 분이 많으실 것 같다.)
특히 정말 멋지다고 생각한 인물은 쑤언이다.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시집을 왔지만 욕도 잘하고 성격도 시원한 쑤언이 두 찌니를 위로해주는 마음이 참 예뻐보였다. 하지만 쑤언도 자신의 동생과 시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내가 등을 토닥여주고 싶었다.
나는 저 말이 참 좋았다. " 먼 말을 주고받아야 멀 좋아하는 중도 알 것 아니냐. 니가 먼첨 말을 붙여봐야. 그래야 쑤언이도 우리헌티 맴을 붙이제" 이장의 어머니이자 쑤언의 시어머니인 양촌댁은 정말로 마음이 곱고 따뜻했다. 나도 모르게 읽으면서 힐링받고, 위로받는 느낌이었다.
윤 선생 할머니 때문에 두 찌니가 시골 사람들 앞에서 마치 발가벗겨진 듯한 느낌으로 그리 상처를 받았지만, 혜진이가 변호사라는 사실에 상황이 좀 달라지기 시작하는 는것이 나를 무척 궁금하게 했다. 내용 전개가 어떻게 될까 싶어서 속도를 내어 읽어내려갔다.
두 찌니와 할머니들, 마을 사람들 이야기 외에도 찌니의 친구인 기희와 장씨댁 이야기도 너무 웃겼다. 닭을 정말 자식처럼 생각하는 기희가 너무 우스웠다. 나의 할매가 살아있었으면 기희가 하는 행동을 보고 뭐시 달구를 저리 애끼냐고 한 마디 하셨을 것 같았다. 그걸 또 상상하니 웃음이 났다.
절골댁과 두 찌니의 밥상대화는 정말 감동적이었다.
시골인심 정이고, 따뜻하기도 하지만, 오랜세월 익혀온 관습이나 사회상이 굳어있는 할매들이 레즈비언에 대한 시각을 달리보려고 하고, 이것을 넘어 사람 대 사람으로 다가가려고 하는 모습이 세대 간의 화합을 나타내는 것 같아 보기 좋았다.
스토리가 정말 잘 버무려졌다. 시골 인심 팍팍 넣은 양푼이 비빔밥을 뚝딱! 해치운 느낌이다. 정지아 작가님의 다른 작품도 읽어보러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