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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
황석영 지음 / 창비 / 2025년 12월
평점 :
‘할매‘라는 단어는 나에게 있어 굉장히 따스한 말이다. 나는 우리 할머니를 할매라고 불렀다. 나는 우리 할매를 굉장히 좋아하고 사랑한다. 그러니까 나에게 있어 ˝할매˝라는 말은 굉장히 큰 의미를 가진다. 따스한 느낌을 가지고 있는 참 좋은 말이다.
책 표지에 있는 나무를 보고 강원도 영월에 있는 청령포 소나무가 생각이 났다. 청령포는 단종이 유배를 했던 곳이다. 그곳에는 단종이 살았던 집과 600년 된 소나무가 있다. 소나무가 위로 자라는 것과 또 다른 하나는 옆으로 기울어서 자라고 있었다. 그당시에 소나무는 단종이 외로워하고 슬픈 것을 지켜보고 들었을 것이다. 세월이 흘렀지만, 이 소나무는 현재도 그곳을 지키고 있다. 어린 시절에 나는 그 소나무가 단종도 보았고, 지금의 우리도 바라보고 있으니, 만약 소나무가 사람과 같았다면 많은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나는 600년 된 팽나무 할매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라는 생각으로, 그 큰 ‘흐름‘을 따라 가보자는 마음으로 이 소설을 읽었다.
표지를 보고나서 실제로 600년 된 팽나무가 있겠구나! 했다. 그래서 검색을 해보았다. 전북 군산의 하제마을에 있는 팽나무이다. 이 팽나무는 우리나라 팽나무 중 가장 오래된 나무라고 한다. 이 소설에도 하제마을이 나온다. 이 하제마을에 있는 할매 나무를 중심으로 하여 600년의 역사를 돌아보는 이야기로 소설은 진행된다.
소설은 개똥지빠귀 흰 점박이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책을 읽으면서 어쩜 머릿 속에서 상상을 바로바로 할 수 있을 정도의 표현을 할 수 있는 것인지 감탄하면서 읽었다. 자연의 섭리와 같이 탄생부터 성장, 죽음을 표현하고 그 죽음에서 또 다른 생명인 팽나무의 시작까지 전개되는데 정말 놀라웠다.
소설 속에는 ˝흐름˝이 존재한다. 이 흐름들이 자연스레 흘러가면서 세월이 지나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팽나무가 자라서 열매를 맺고 이를 몽각이 먹은 후 씨앗을 묻는다. 생명이 퍼지고 또 퍼지는 느낌이 들었다. 개똥지빠귀의 시작이 팽나무의 시작을 만들고 그 팽나무의 열매는 또 다른 생명으로 퍼져나간다.
특히 나는 몽각의 이야기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 자연대로 돌아간다는 그 느낌이 나는 정말 좋았다. 요즘 사람들은 자연의 소중함을 잘 느끼지 못하고, 보호할 줄 모르는 이들이 많은데 몽각은 그렇지 않았다.
“할매, 이것이 당신 자식이라오. 내가 키웠어요.” 라는 말이 정말 따스하게 들려서 계속 이 문구를 또 읽고 또 읽었다.
저렇게 따스한 사람들이 요즘에도 많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몽각이 죽었을 때 너무 슬펐다. 나는 조부모님이 생각나서 눈물이 글썽거렸다.
정말 황석영 작가님의 글은 아름답다. 글이지만 머릿 속에 모든 것들이 그려지도록 표현을 한다. 책을 읽으면서 계속 그 생각을 하게된다.
이후에 고창댁 이야기가 펼쳐지면서 역사의 흐름에 따른 여러가지 일들로 소설이 전개된다. 사람들이 나오는 부분에서는 인물들이 여러 명이 나와서 인물 관계도를 포스트잇에 적어놓고 천천히 읽어나갔다.
큰 흐름들을 보면 조선시대 초기는 건국된지 얼마되지 않아 잘 정비를 하고, 그 이후부터 전쟁들, 대기근 등 여러 이야기가 나온다. 그 당시 백성들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소설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사람 귀한 줄 알고, 함께 도우면서 살면 참 좋으련만 양반들이나 관리자들은 자기네 밥그릇 생각만 하고. 에고에고.
천주교 박해와 순교자들 이야기, 동학농민운동 이야기 부분에서는 눈물이 글썽거렸다. 특히 동학농민운동부분은 예전에 학교에서 역사시간에 배웠던 이야기가 떠올라서 더욱더 생생하게 느껴졌다.
일제시대에는 일본에 의해 꽃 다운 나이의 젊은이들이 희생을 해야했다는 사실에 너무 슬펐다.
새만금 간척사업의 경우에는 실제로 새만금 쪽을 가보진 않았지만, 학교에서 이야기를 들었던 것보다 더욱더 심각한 일이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작가님의 글 표현이 정말 실감났다. 갯벌에서 살아가는 여러 생물들의 고통, 갯벌에서 생업을 나아가는 분들의 애통한 목소리들.
책을 읽으면서 내가 만약 팽나무 할매였으면 정말 우리의 역사를 바라보면서 눈물을 계속 지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실제로 600년 된 이 팽나무도도 지정 기념물이 되지 않았으면 일반인에게 공개가 되지 않았을거라고 뉴스 기사에 나온다. 기념물 지정이 되고 시민들 사이에서 팽나무를 지키려고 하는 생각들도 나오게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우리의 소중한 터전, 지켜야 할 것들이 있다면 노력해야한다고 생각을 하게되었다. 600년 된 팽나무에서 우리의 역사를 되돌아볼 수 있었다. 자연 속의 작은 시작으로 이렇게 많은 이야기들을 풀어낼 수 있다니 정말 놀라웠다. 큰 흐름을 천천히 실감나게 살펴본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