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와 톨킨의 판타지 문학클럽 - 더 옥스퍼드 잉클링스
콜린 듀리에즈 지음, 박은영 옮김 / 이답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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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의 톨킨과 <나니아 연대기>의 c.s. 루이스가 우정을 나누는 사이였다?



둘이 몸 담았던 그룹은 잉클링스라고 불리운다. 잉클링스 구성원은 대부분 루이스가 선택한 친구들이었다. 1920년대 루이스가 친구들과 산책과 도보여행을 같이 하면서 모임이 시작되었다. 그러다1936년 루이스가 자신의 모임에 톨킨을 초대하면서 잉클리스는 거대한 발자국을 뗀다. 모임에서는 주로 자신의 최근 창작물을 낭독하고 자유롭게 토론했다. 단순한 감상발표 차원이 아니었다. 다들 훌륭한 청자이면서 각자의 전공 분야 및 관심분야에서 식견이 대단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은 보충해주기도 했다.



이 그룹의 핵심은 첫째, 격식이 없다. 둘째, 구성원 대다수가 그리스도교를 믿었다. 셋째, 창작활동을 목적으로 하고 있었다. 왕성한 지식축적과 토론을 기반으로 하는 지성인들의 교류는 '올드 웨스트' 즉 옛 서양문화를 부흥시키는데 일조했다. 영문학자, 교수, 변호사, 의사, 소설가 로 이루어진 문학 클럽이 옛 서양 문화를 부흥시켰다는데에 의구심이 들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저들의 업적을 보면 과언이 아니다. 특히 톨킨과 루이스는 학문적인 분야에서의 저작도 훌륭했지만 북유럽 설화를 바탕으로 아이들만을 위한 동화가 아니라 성인까지 독자로 포함하는 현대적 판타지 소설을 탄생시켰다는데 영문학사적 의의를 갖는다.



두 사람은 이런 종류의 이야기들이 오랜 역사에 걸쳐 어른들에게 이야기되고 향유되었음에도 '어린이용'으로 치부된다는 것을 꽤 늦게 깨닫게 되었다. 그야말로 오랜 세월 동안, 강한 전사들조차도 승리의 순간에는 환호성을 지르고 사건이 비극으로 치달을 때는 눈물을 닦아가며 이 이야기들을 즐겼지 않았는가. … 두 사람은 서문에서 밝힌 것처럼 사람들이 이 책들을 '다시 읽게'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특히 성인 독자층을 창출하겠다고 생각했다. 226쪽



톨킨은 이런 이야기를 나눈 것이 <반지의 제왕>의 태동이라고까지 여겼다. 북유럽 신화를 바탕으로 <호빗>, <반지의 제왕> 3부작을 성공시켰고 루이스는 <나니아 연대기> 를 출간했다. 누군가 아이디어를 내고 글을 써 낭독하면 회원들은 서로 칭찬과 비판을 하기도 했고 크고 작은 오류를 찾아내 해결책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호영향'이 가능했던 것은 멤버들간의 순수한 우정 때문이기도 하다.



'상호영향'은 잉클링스의 문학적 정체성의 핵심 열쇠이다. 다이애너는 캐런 르페브르<<사회적 행위로서의 창작>>를 인용하여 작가들이 사 회적으로 상호작용할 때의 4가지 공통 역할을 편집자, 공명자, 협력자, 반대자로 정리했다. '작가들은 종종 다른 사람들의 참여를 통해 창작하기도 한다. 그 사람들은 편집자와 평가자로서 논평을 통해 창작의 진행을 지원하고, '공명자'로서 창작 당사자뿐 아니라 창작 자체에 자양분과 격려를 제공하며, 협력자로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조할 수 있게 상호작용한다. 또한 반대자 혹은 선의의 비판자로서 작품의 반대 입장에서 도전과 대안적인 관점을 제공한다.' 347쪽



잉클링스 회원 중에서도 저자는 특히 주요 멤버인 루이스와 톨킨의 우정을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루이스가 찰스 윌리엄스와 친밀해지면서 찰스 윌리엄스를 못마땅하게 여기던 톨킨과 루이스는 소원해지고 말았다. 하지만 이때도 톨킨은 루이스와 윌리엄스에게 신의를 가지고 있었으며 그들의 업적을 존중했다. 정말 아름다운 우정이 아닌가!

저자는 잉클링스 멤버들을 공룡들에 비유했다. 이렇게 거대한 몸집을 가진 인사들이 같은 시대에 같은 곳에서 교류를 나누었다는 것은 그들에게도 그리고 그들의 창작물을 읽을 수 있는 우리에게도 대단한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잉클링스 모임은 1963년 루이스의 사망으로 더이상 이어가지 못한다. 루이스의 장례식에 다녀온 톨킨이 딸 프리실라에게 쓴 편지가 마음을 울린다.



지금까지 나는 내 나이의 사람이 일반적으로 지니는 느낌을 지녀왔다. 늙은 나무가 하나하나 잎을 잃어 가는 느낌 말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뿌리 근처를 또끼로 내려친 것 같은 느낌이구나. 지난 몇 년간 우리가 그렇게 서로 멀어져 지낸 것이 매우 슬푸구나. 그렇지만 우리가 가까이 소통했던 시간들은 둘 모두의 기억 속에 간직되어 있단다. 나는 오늘 아침 미사를 올리고 그곳에 다녀왔다. 하버드와 던다스 그랜트도 왔더구나' 312쪽



거장들의 우정을 바탕으로 한 상호관계와 그 결과로 탄생한 저서들을 다루는 책이다. 흥미로웠다.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를 보고나 후와 비슷한 느낌이 들어서 나중에 영화화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사람의 생애와 업적이 이들처럼 훌륭하고 아름다울 수는 없지만, 이런 우정은 진심으로 부럽다. 그를 위해 노력하며 살아야겠다. 내 삶의 의미를 찾는 일이 될 것 같다.



서문 앞에 들어간 글을 인용해본다. 루이스에게 우정이 어떤 의미였을지 짐작할만 하다.



권력이 왜 우정을 못마땅하게 여기는지 이해하기는 쉽다. 진실한 우정은 일종의 이탈, 심지어 모반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주인들이…모두가 동행자이되 누구도 친구가 아닌 세상을 만드는 데 성공했더라면 이탈의 위험들은 사전에 제거되었을 것이며, 완전한 예속에 대항하는 가장 강력한 보호장치를 우리에게서 앗아갔을 것이다.



C.S. 루이스 <네 가지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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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 - 최신 버전으로 새롭게 편집한 명작의 백미, 책 읽어드립니다
조지 오웰 지음, 신동운 옮김 / 스타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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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너 농장>에 존경받는 돼지 메이져 영감이 어느 날 밤 동물들을 모아 회합을 연다. 인간이 동물들에게 그동안 얼마나 부당하고 파렴치했는지를 피력하고 동물들이 주인이 되는 날이 올 것이라는 예언과 함께 <영국의 동물들>이라는 노래를 가르쳐준다. 다른 동물들은 봉기를 꿈같이 여기지만 얼마 후 일어난 사건에서 부당한 대우에 동물들이 항거하면서 실제로 봉기가 성공한다. 혁명 세력은 메이저 영감이 이른대로 인간의 악습을 폐하고 동물들의 평등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 칠계명을 만든다.

칠계명

1. 두다리로 걷는 자는 누구든지 적이다.

2. 네 다리로 걷거나 날개를 가진 자는 모두 우리의 친구다.

3. 어떤 동물도 옷을 입어서는 안 된다.

4. 어떤 동물도 침대에서 자서는 안 된다.

5. 어떤 동물도 술을 마셔서는 안 된다.

6. 어떤 동물도 다른 동물을 죽여서는 안 된다.

7.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39쪽

처음에는 스노볼과 나폴레옹이 주축이 되어 동물들을 격려하며 동물농장을 훌륭히 경영해 나갔다. 하지만 풍차건설을 주장하는 스노볼과 반대하는 나폴레옹의 대립이 극에 달하면서 나폴레옹은 개 9마리를 이용해 스노볼을 축출한다. 스노볼의 공적은 철저히 왜곡되고 나폴레옹의 독재가 시작된다. 풍차건설도 원래는 자신이 의도하던 것이라 주장하며 동물들을 격려해 일을 시작한다. 동물들 모두 고된 작업에도 행복해하며 힘을 모은다. 농장을 내려다 보며 이 모든 것이 자신들의 것이라는 생각에 황홀해한다. 고된 노동의 시간이 끝나면 은퇴하여 농장 한 구석에서 평화로운 노년을 보내며 행복하게 눈을 감게되리라는 희망에 가슴이 뛰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돼지들은 권력을 독점하고 칠계명을 어기며 다른 동물들을 착취하기 시작한다.

이 칠계명이 하나 하나 덧칠해지는 순간 실소를 금치 못했다. 어리석게 선동당하고 거짓을 세뇌당하면서도 그 것이 거짓인지조차 분간 못하는 우매한 동물들. 그 동물들이 곧 우리의 모습이었다. 혁명의 의미가 퇴색되고 시작된 독재정치의 합리화로 사용되는 사상교육들이 소름끼치도록 닮았다.

개인적으로 애정이 가는 동물은 말 복서와 당나귀 벤자민 영감이었다. 알파벳을 4개 이상 기억하지 못할 만큼 우둔했지만 늘 앞장서서 남들 보다 더 열심히 일했던 복서. 늘 냉소적으로 당나귀는 오래 산다는 말만 하던 벤자민.

몸을 돌 보지 않고 일만하던 복서가 병에 걸려 폐마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날 벤자민이 울며 달려온다. 복서가 어디로 끌려가는줄 아냐며 복서를 구해야 한다고. 힘없이 끌려가 죽임을 당하는 복서를 보며 가슴이 먹먹했다. 쓰임이 다하면 폐기처분 되는 것이 독재다. 독재사회에 은퇴 동물을 위한 자리는 없었다.

메이져 영감은 마르크스를 나폴레옹은 스탈린을 스노볼은 트로츠키를 상징한다고 하는데 이런 배경지식이 전혀 없어도 소설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다. 대단한 풍자소설이지만 그냥 동물을 소재로 한 우화소설이라고만 해도 무척 재미있다. 어리석은 동물들 묘사에 웃음이 터져나왔고 돼지들이 인간화되어가는 모습도 웃겼다. 처음으로 술마시고 숙취에 죽을 고생한 돼지라니. 지팡이를 집고 두다리로 걷는 돼지라니. 이렇게 기발할 수가! 혁명의 선두에 섰다가 독재로 나아가는 돼지들의 변화와 그에 설득되고 선동되는 하층동물들의 이야기가 설득력있다.

마지막 장면이 압권이다. 서로를 치하하며 앞으로의 관계를 다지던 인간과 돼지가 카드게임을 하다 어긋나기 시작해 싸우는데 논쟁이 격해지면서 나중에는 인간이 돼지인지 돼지가 인간인지 구분할 수가 없었다.

'설령 여러분들이 인간을 정복했을 때도 그들의 악덕만은 절대로 답습하지 말아야 합니다. 어떤 동물도 집에서 살며 침대에서 자거나, 옷을 입거나,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거나, 돈을 만지거나, 장사를 하거나 하면 안됩니다. 인간의 습관은 모두 악입니다.'

이보다 완벽한 결말이 있을까 하고 생각했다. 절대 닮지 말라는 인간을 그대로 복사한 듯한 돼지. 돼지는 곧 인간의 본성이고, 인간의 본성 때문에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사회주의 이념은 결코 가능한 것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재미도 있고 역사도 정치도 있고 사상도 있는 얇지만 묵직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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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버 여행기 - 환상적 모험을 통한 신랄한 풍자소설, 책 읽어드립니다
조너선 스위프트 지음, 김문성 옮김 / 스타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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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읽어봐야 하는 풍자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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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와 톨킨의 판타지 문학클럽 - 더 옥스퍼드 잉클링스
콜린 듀리에즈 지음, 박은영 옮김 / 이답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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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을 탄생시킨 문학클럽이라니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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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 - 단숨에 이해하는 다이제스트, 책 읽어드립니다
알베르 카뮈 지음, 서상원 옮김 / 스타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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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는 알제리의 해안에 있는 오랑이라는 도시에 쥐 한마리로 시작된 페스트와 그에 맞서 싸운 10개월 간의 기록을 그려낸 소설이다. 

소설에서 인간 대 페스트균의 장장 10개월에 걸친 사투끝에 페스트균은 자취를 감춘다. 허나 작가는 페스트균은 결코 사라진 것이 아니며, 앞으로 언젠가 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무서운 경고로 소설을 끝맺는다. 그 경고는 유효했다. 당장 근래의 사스나 메르스를 겪어 경험치를 쌓았다고 생각했던 우리 앞에 코로나19가 등장했다. 처음엔 과거와 다르게 정보 공개가 투명한 덕에 그저 페렴에 불과한 병이 너무 확대해석 되는게 하는가 하는 우려도 있었다. 허나 코로나19 발현 두달 만에 전 세계 1만8천명의 확진자가 발생했고 그 중에 만 여 명이 죽었다.

놀라운 건 소설 속의 오랑시와 현재의 세계 모습이 무섭도록 닮아 있다는 것이다. 사상 초유의 사태에 앞장서서 싸우는 사람(리외나 타루, 파늘루 신부와 랑베르), 의연하고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는 사람(그랑), 자기만 살겠다고 밀수를 하고 폭리를 취하는 사람(코타르) 등 소설 속 군상들의 모습은 바로 지금 우리의 모습이다.

카뮈는 오랑시라는 공간에서 발생한 페스트의 진행과정을 보여주며 전염병의 공격에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살아가기에 반드시 선한 의도만으로 살수는 없다. 때로는 나쁜 의도없이 폐를 끼치기도 하고 의도적으로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많은 사람들은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방법을 모색하고 어려운 상황에 처한 이웃을 돕는다는 사실이다. 지나친 낙관이나 비관은 쓸데 없다. 제 할 일만 잘 해내면 된다. 국가는 아주 작은 것이라도 놓치지 않고 위험 요소를 신속히 파악한다. 시민은 각자의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되, 가능한 범위내에서 서로를 돕는다. 그 것 뿐이지만 그 것이 다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것은 인간 뿐이다.

훌륭한 책이다. 다이제스트판에 담긴 내용만으로도 울림이 크다. 완역본을 꼭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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