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농장 - 최신 버전으로 새롭게 편집한 명작의 백미, 책 읽어드립니다
조지 오웰 지음, 신동운 옮김 / 스타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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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너 농장>에 존경받는 돼지 메이져 영감이 어느 날 밤 동물들을 모아 회합을 연다. 인간이 동물들에게 그동안 얼마나 부당하고 파렴치했는지를 피력하고 동물들이 주인이 되는 날이 올 것이라는 예언과 함께 <영국의 동물들>이라는 노래를 가르쳐준다. 다른 동물들은 봉기를 꿈같이 여기지만 얼마 후 일어난 사건에서 부당한 대우에 동물들이 항거하면서 실제로 봉기가 성공한다. 혁명 세력은 메이저 영감이 이른대로 인간의 악습을 폐하고 동물들의 평등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 칠계명을 만든다.

칠계명

1. 두다리로 걷는 자는 누구든지 적이다.

2. 네 다리로 걷거나 날개를 가진 자는 모두 우리의 친구다.

3. 어떤 동물도 옷을 입어서는 안 된다.

4. 어떤 동물도 침대에서 자서는 안 된다.

5. 어떤 동물도 술을 마셔서는 안 된다.

6. 어떤 동물도 다른 동물을 죽여서는 안 된다.

7.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39쪽

처음에는 스노볼과 나폴레옹이 주축이 되어 동물들을 격려하며 동물농장을 훌륭히 경영해 나갔다. 하지만 풍차건설을 주장하는 스노볼과 반대하는 나폴레옹의 대립이 극에 달하면서 나폴레옹은 개 9마리를 이용해 스노볼을 축출한다. 스노볼의 공적은 철저히 왜곡되고 나폴레옹의 독재가 시작된다. 풍차건설도 원래는 자신이 의도하던 것이라 주장하며 동물들을 격려해 일을 시작한다. 동물들 모두 고된 작업에도 행복해하며 힘을 모은다. 농장을 내려다 보며 이 모든 것이 자신들의 것이라는 생각에 황홀해한다. 고된 노동의 시간이 끝나면 은퇴하여 농장 한 구석에서 평화로운 노년을 보내며 행복하게 눈을 감게되리라는 희망에 가슴이 뛰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돼지들은 권력을 독점하고 칠계명을 어기며 다른 동물들을 착취하기 시작한다.

이 칠계명이 하나 하나 덧칠해지는 순간 실소를 금치 못했다. 어리석게 선동당하고 거짓을 세뇌당하면서도 그 것이 거짓인지조차 분간 못하는 우매한 동물들. 그 동물들이 곧 우리의 모습이었다. 혁명의 의미가 퇴색되고 시작된 독재정치의 합리화로 사용되는 사상교육들이 소름끼치도록 닮았다.

개인적으로 애정이 가는 동물은 말 복서와 당나귀 벤자민 영감이었다. 알파벳을 4개 이상 기억하지 못할 만큼 우둔했지만 늘 앞장서서 남들 보다 더 열심히 일했던 복서. 늘 냉소적으로 당나귀는 오래 산다는 말만 하던 벤자민.

몸을 돌 보지 않고 일만하던 복서가 병에 걸려 폐마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날 벤자민이 울며 달려온다. 복서가 어디로 끌려가는줄 아냐며 복서를 구해야 한다고. 힘없이 끌려가 죽임을 당하는 복서를 보며 가슴이 먹먹했다. 쓰임이 다하면 폐기처분 되는 것이 독재다. 독재사회에 은퇴 동물을 위한 자리는 없었다.

메이져 영감은 마르크스를 나폴레옹은 스탈린을 스노볼은 트로츠키를 상징한다고 하는데 이런 배경지식이 전혀 없어도 소설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다. 대단한 풍자소설이지만 그냥 동물을 소재로 한 우화소설이라고만 해도 무척 재미있다. 어리석은 동물들 묘사에 웃음이 터져나왔고 돼지들이 인간화되어가는 모습도 웃겼다. 처음으로 술마시고 숙취에 죽을 고생한 돼지라니. 지팡이를 집고 두다리로 걷는 돼지라니. 이렇게 기발할 수가! 혁명의 선두에 섰다가 독재로 나아가는 돼지들의 변화와 그에 설득되고 선동되는 하층동물들의 이야기가 설득력있다.

마지막 장면이 압권이다. 서로를 치하하며 앞으로의 관계를 다지던 인간과 돼지가 카드게임을 하다 어긋나기 시작해 싸우는데 논쟁이 격해지면서 나중에는 인간이 돼지인지 돼지가 인간인지 구분할 수가 없었다.

'설령 여러분들이 인간을 정복했을 때도 그들의 악덕만은 절대로 답습하지 말아야 합니다. 어떤 동물도 집에서 살며 침대에서 자거나, 옷을 입거나,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거나, 돈을 만지거나, 장사를 하거나 하면 안됩니다. 인간의 습관은 모두 악입니다.'

이보다 완벽한 결말이 있을까 하고 생각했다. 절대 닮지 말라는 인간을 그대로 복사한 듯한 돼지. 돼지는 곧 인간의 본성이고, 인간의 본성 때문에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사회주의 이념은 결코 가능한 것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재미도 있고 역사도 정치도 있고 사상도 있는 얇지만 묵직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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