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견주 2 - 사모예드 솜이와 함께하는 극한 인생!
마일로 지음 / 북폴리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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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나 귀여운 댕댕이가 돌아왔다!
여탕보고서를 통해 웹툰 강자로 떠오른 만화 작가 마일로의 극한견주1편에 이은 극한견주2편이 나왔다.
평소 반려동물로서의 강아지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길거리를 지나다니다가 사람과 함께 산책 중인 반려견을 보면 반드시 눈을 돌리고 쳐다보는 나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주변에 흔하게 볼 수 있는 강아지는 말티스, 푸들, 치와와 등에 한정되어 있는 게 사실이라서
사모예드 솜이를 만나는 건 더욱 특별한 경험이다.

웹툰 극한견주2의 작가 마일로도 처음에는 마당이 있는 주택에서 솜이를 길렀다고 한다.
하긴 정원도, 뛰어놀 수 있는 넓은 공간도 없는 아파트라는 곳은 강아지, 그 중에서도 대형견을 키우기에는 적합하지 않아 보인다.
솜이는 자신을 사랑하는 주인을 만나 - 만화에 따르면 작가가 어린 시절부터 계속 강아지를 기르자고 조르고 조르다가 어른이 되고 나서야 기왕 키울 거라면 대형견을 키우자는 어머니의 의견에 따라 성사되었다. - 정원에서 흙을 묻히며 신나게 뛰놀고,
귀를 축~ 늘어뜨리며 행복감을 만끽할 수 있다.

강아지들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사춘기가 있는 줄 몰랐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신체적인 변화가 있을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감정선이나 행동에도 변화가 생길 줄은 알지 못했다.
만화 속 사모예드 솜이도 여느 대형견과 마찬가지로 '못 생겨 보이는' 원숭이 시기를 겪게 된다.
나도 길을 걷다가 중간 정도 크기의 개춘기를 겪고 있는 개를 보면 "못 생겼다!" 를 외치곤 한다.
물론 경멸적인 표현이 아니라, 강아지가 개춘기를 겪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여 귀여움의 의미를 내포하고 외치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우리 인간들도 사춘기를 겪는 초등학교 6학년~중학교 3학년 시기에
호르몬 분비로 여드름이 나고 외모가 많이 변하면서 못생겨 보이는 거 같다.
그 와중에도 빼어난 미모를 자랑하여 질투와 부러움을 동시에 유발하는 친구들이 있지만,
어찌됐든 내 생각에 나의 초등학교 6학년은 갑자기 못생겨지기 시작한 시기인 거 같다.

3살이 된 댕댕이 솜이는 철이 들어버린다.
강아지의 3살은 인간의 미운 3살이 아닌, 사람으로 치자면 20대 후반에 해당하는 나이이다.
대학교를 졸업하여 취업난에 뛰어들어 비정규직으로 힘든 삶을 살고 자취를 하며 부모님이 얼마나 대단한가를 깨닫는다.
반려견이 그 정도까지 깨달을 거 같진 않지만, 이리 저리 날뛰던 솜이는 얌전하게 산책하고 집에서도 소파에 누워 조용히 있는다.
어쩌면 정신없이 시끄럽게 굴던 강아지가 조용해져서 애견인으로서는 반가움과 동시에 서운함이 들 수도 있겠다.
이제 더 이상 아기가 아닌 건가?!
그래도 힘없고 병든 노인처럼 그렇게 영원히 가만히 있진 않겠지??

반려동물 만화 극한견주2에서 솜이가 가장 귀엽게 나온 장면들은 가장 '개답게' 행동할 때이다.
산책 갔다가 길 위에 굴러다니는 병을 내내 물고 다닌다든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는데 개껌을 흙을 파서 만든 구덩이에 넣는다든가, 전력 질주하는 모습들이 그러하다.
이는 사랑받고 자란 반려견이 자신의 본능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모습으로, TV에서 보던 유기견의 슬픈 눈망울과 겹쳐지기도 한다.
그래서 더 솜이가 행복해보이고, 더 다행이라고 여겨진다.
개가 개답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게 애견인에게 가장 필요한 요건이라고 생각한다.

매일 수시로 웹툰 보는 분들, 강아지를 사랑하는 분들, 웹툰 기반의 만화책 잘 보는 분들은
댕댕이 만화 극한견주2 by 마일로를 꼭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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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의 높은 산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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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 감독의 영화 [파이이야기] 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도 드물 것이다.

보지는 못했어도 영화제 수상작이라는 사실이나 인도 소년, 바다와 호랑이가 나온다는 것, 혹은 적어도 이름 정도는 들어봤을 것이다.

[파이이야기] 이후 근 15년만에 얀 마텔이 완성한 소설추천하는 작품이 바로 여기 있다.

작가정신에서 나온 [포르투갈의 높은 산] 이 그것으로, 얀 마텔의 신작인 [헬싱키 로카마티오 일가 이면의 사실들], [셀프], [20세기의 셔츠] 이렇게 총 3권과 같이 읽으면 더욱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

베스트셀러추천하는 [포르투갈의 높은 산] 은 조선일보에 따르면, 

얀 마텔 작가 자신은 세속적인 인간이지만 종교를 통해 소설을 쓰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종교는 과학이 지금처럼 고도화되어 발달하기 전 여러가지 이해할 수 없는 현상들에 대해 인간들이 설명과 해석을 부여하기위해 만들어낸 것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나는 종교를 믿지 않지만, 그래도 영문학을 배우면서 영어 문화권의 기반이 되는 카톨릭에 대해 학문으로서 배웠기때문에 얀 마텔이 쓰는 소설 내용이 익숙한 게 사실이다.








소설추천하는 [포르투갈의 높은 산] 은 총 3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장편소설이고, 

각각의 주인공들은 서로가 모르는 사이에 서로에게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아내, 아버지, 아들을 포함한 가족의 죽음이라는 상실로, 예수라는 종교로, 침팬지라는 유인원으로, 그리고 그 모든 것의 종착지이자 시발점인 포르투갈의 높은 산으로.

예수도 인정하지 않고 오로지 신적인 존재로서의 하느님만 믿는 종교의 신자라면 화 낼 수도 있다.

아니, 예수를 믿는 종교의 신자라도 예수상 대신 침팬지 십자가상이라는 이야기를 싫어할 수도 있다.

그래서 읽기 전에 자신이 카톨릭 신자라면 다시 한 번 생각하길 바란다.

'소설은 소설일 뿐이다.' 라는 생각을 할 수 없고, 자신의 생활의 한 부분인 종교적으로 깊이 연관되어 있다면 시작도 하지 않는 게 낫다.

나와 같은 비종교인이 읽어야 그나마 받아들일 수 있다.


 








우리는 멋대로인 동물이다. 그게 우리이고, 우리는 우리일 뿐 더 나은 무엇이 아니다-더 숭고한 관계 따윈 없다. 다윈이 태어나기 오래전, 광적이지만 명석했던 한 신부는 아프리카의 외진 섬에서 침팬지 네 마리를 만났다가 대단한 진실과 마주쳤다. 우리는 진화된 유인원일 뿐 타락한 천사가 아니다.


p. 158-159 


 

종교는 인간의 영혼과 믿음을 담은 커다란 하나이다.

관은 시신을 담은 통이다.

모든 시신은 들려줄 사연이 담긴 책이며, 자동차는 시신을 담은 관과 같다.


 







시끄럽고 통제 불능인 기계와 세 개의 관이 영향력 면에서 어떻게 같을 수 있나? 그런데 이상하게도 똑같이 강렬한 두려움, 가슴 저린 외로움, 무력감이 차올라 똑같이 혼란스럽다.


p. 64









아내와 자식, 아버지를 동시에 잃고 세상에 내버려진 남자는 괴음을 내는 차에게서도 버려진다.

인간의 힘과 조작으로 움직이는 가장 속세적이고 가장 발전한 물건인 자동차와 

속세에서 비로소 벗어나게 된 시신을 담는 관이 같다면, 

과연 이승과 저승, 이 세계와 종교적 세계는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역사 전체에 걸쳐 끊임없이 나보다 나은 존재인 신을 찾는 인간에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










사비우는 운전석에서 발판으로 물러나서는, 토마스에게 진중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차에서 내려선다. 토마스는 밀려나고, 버려지고, 유기당하는 느낌이다.


p. 62









그렇다면 자동차를 숭배하는 것과 신을 숭배하는 것 사이의 다른 점은 무엇이겠는가?

무엇이 더 숭고하고 그렇지 않는가를 정하는 건 결국 인간 개개인 자신의 마음가짐일 뿐이다.

절대적 영험함과 절대적 비천함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건 설명이 아니라 차라리 숭배다. 냄새 나는 쇳덩이 장난감이 감정을 드러낼 수 있다면 당황스러워서 얼굴이 발그레해졌을 것이다.


p. 44 


 

 

맨부커상 작가 얀 마텔의 소설추천하는 [포르투갈의 높은 산] 에서는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신박한 비유가 등장한다.

정말로 좋아하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 [오리엔트 특급 살인] 과 예수의 이야기가 비교될 지 그 누가 알았을까.

추리 소설 속 13명의 승객과 예수와 열두제자, 그들은 모두 유다와 같은 면이 있으며,

이야기의 해결은 사건을 새롭게 바라보는 외국인에 의해서이다.

추리 소설과 예수의 이야기 속 핵심은 둘 다 목숨을 알아간다는 죄악으로, 여기에서 한가지 물음이 제기될 수 있다.

 사람들이 킬링 타임으로 읽는 추리 소설과 신화처럼 받아들이고 있는 예수와 열두제자 이야기는 본질적으로 같지 않을까? 

이처럼 얀 마텔은 종교는 우리 삶을 넘어선 어떤 무언가라든가 동떨어진 어마어마한 것이 아니라

내가 사는 일상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고 끊임없이 말하고 있다.



어떤 이에게는 이 소설이 제목 [포르투갈의 높은 산] 처럼 높게 느껴질 수 있다.

소설의 내용이 마치 오를 수 없는 산처럼 어렵게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작가 얀 마텔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걸 독자에게 얘기해주고 싶은 거 같다.

세상 모든 것 중에서 가장 드높고 위대해보이는 종교조차도 우리네 인간의 한 속성일 뿐이라는 걸 말해주고 싶은 거 같다.

[파이이야기] 로 감동 받은 독자라면, 이 소설로 다시 한 번 삶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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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동물학교 1
엘렌 심 지음 / 북폴리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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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이별이 얼마나 힘들고 얼마나 힘든지.
그리고 가끔은 생각한다. 만약 환생하게되면 꼭 다시 만나자고.
모든 것은 이러한 지극히도 인간적인 관점에서 시작한다.
지금 네이버웹툰에서 월요웹툰으로 인기리에 연재 중인 엘렌심의 환생동물학교가 1권 단행본으로 출시되었다.
만약 웹툰의 팬이라면 소장해도 좋을 것이, 캐릭터들의 귀여운 스티커까지 덤으로 증정된다.

 

 

반려동물들은 죽은 후 인간으로 환생하기 전 반드시 환생동물학교를 거쳐야만한다.
그 곳에 인간인 선생님이 신입으로 들어가게되는데, 얌전하게만 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애로사항이 많다.
이 반은 조금 다른 의미에서 '특수반려동물반' 혹은 '문제반려동물반' 이라 불릴 수 있다.
이상한 반려견과 반려묘들이 모인 게 아니라, 단 한명의 인간 주인과 자신의 삶 전체를 보냈기때문에 주인에 대한 애착이 대단하고, 따라서 주인을 잊고 동물의 습성을 버려야만 가능한 인간으로서의 환생이 힘들게 된 동물들이 모여있다.
강아지, 고양이, 하이에나, 고슴도치로서 기능을 하는 꼬리가 사라져야만 환생이 가능한데, 좀처럼 꼬리가 사라지지 않는다.

 


뼈다귀를 찾던 습관도 공을 물어오던 습관도 많이 개선되었지만, 생전 주인에 대해 가졌던 애정도는 줄어들 기미가 없다.

반려견과 반려묘는 다들 주인에 대한 저마다의 추억을 가지고 있다.
레이저 빔을 잡으려했지만 잡지 못했던 기억, 공을 던져주면 물어왔던 기억, 가끔 집으로 돌아와 우는 주인을 본 기억,
통조림캔을 따주던 기억, 상자 속 안락한 공간을 만들어 준 기억...
어떤 식으로든 다 주인이 자신들에게 준 애정으로 인식하고 있다.
서로 주인에 대해 대화하는 기회만 생기면 마치 배틀하듯 자기 주인 자랑이 넘치고 얼핏 미화되는 듯도 하다.
그래서 그러한 믿음에 아주 조금 금이라도 가면 세상이 끝난듯 울어버린다.
예컨대 자신이 늘 잡고 싶었던 레이저가 사실 원래부터 잡을 수 없는 허상이라는 말에 큰 실망감을 느낀다.
고슴도치는 하이에나 친구를 위하여 그가 한 입마개에 관한 진실을 감춘다.

 

 

단지 직립만 하고 사람의 말을 할 뿐, 행동이나 습성은 반려동물 시절의 그것을 꼭 닮은 주인공들을 보는 건 즐겁고 재미나다.
침을 잔뜩 묻혀가며 공을 물어오는 강아지, 혼자 있기 좋아하는 고양이, 화가 나면 가시가 올라와서 옷을 찢어버리는 고슴도치.
이 와중에 사람과 비슷한 면모를 보이기도 한다.
모범생에 반장 느낌으로 신입 선생님을 도와주려는 강아지가 있는가하면, 괜히 심술 부리는 고양이도 있고,
논리적으로 모순이 많은 말에 팔랑귀로 설득당하는 강아지도 있다.
비록 꼬리는 계속하여 달려있지만, 점점 동물에서 사람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인다.

 

 

지금 반려묘나 반려견을 키우고 있다면, 강아지를 매우 사랑한다면, 동물이 나오는 웹툰을 즐겨 본다면,
주인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동물들의 사후 학교 생활을 그린 네이버웹툰 환생동물학교1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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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여자들 - Dear 당신, 당신의 동료들
4인용 테이블 지음 / 북바이퍼블리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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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검사가 몇 년 이라는 오랜 고민 끝에 조직 내 성추행 및 성폭력에 대해 고백하였다.
이보다 수개월전 헐리우드 유명 영화 제작자인 하비 와인스틴의 성추문이 전세계를 휩쓸었다.
여배우들을 비롯하여 많은 여성들이 실상을 토로하고 SNS를 중심으로 #Metoo 해시태그는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얼마 전 있었던 제60회 그래미어워드에서는 가수들이 성폭력 근절을 위하여 흰 장미를 들고 등장하였다.
신작 'A Rainy Day in New York' 의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감독 우디 앨런은 수양딸 성폭행 혐의로 영화 개봉이 불투명해졌다.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은 자신들의 출연료를 성폭행 반대 단체에 기부하겠다고 선언하였다.

이 모든 사건들은 영화계, 음악계, 법조계 등 어디 하나 빼놓을 것 없이 직장이라면 어느 곳에서나
여성들은 성폭력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술자리라든가 전시 뒤풀이에서 나이 많은 작가나 갤러리 관계자들이 젊은 여성 큐레이터나 작가를 성추행하는데 본인들은 그게 추행인지도 모른다. 대놓고 잠자리를 요구하거나 작품을 팔았는데도 돈을 주지 않을 때도 있다.

p.93


내 또래 작가들 상당수가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당해서 고민했지만 해결책이 없었다. 나 역시 당시 있던 팀의 부장이 내 손을 잡는다거나, 담배를 피울 때 옆에 앉혀놓고 자기가 젊은 여자 작가랑 데이트를 했었다며 자랑하기도 했고. 그런 걸 듣는 게 너무 싫었다.

p. 108


공연이 끝나면 세탁을 위해 의상을 수거하는 여자 크루가 있다. 한번은 남자 배우 하나가 그 친구에게 "너도 벗고 들어와"라고 한 적이 있다. 내가 너무 화가 나서 계속 그런 식으로 얘기하면 다신 나 못 볼 줄 알라며 난리를 쳤는데 이런 일이 많다.

p. 170


예전에 N 포털 사이트에, 살면서 성추행을 당한 경험에 대해 이야기한 게시글이 있었다.
그리고 그 게시글에는 댓글로 자신도 당했다며 공감을 형성한 여성들이 많았다.
중간 중간 눈에 띄는 건 남성으로 추정되는 네티즌들의 댓글이었다.
그들은 "다들 거짓말 하는 거 아냐? 세상에 이렇게 성추행을 많이 당해?" 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럴 만한다.
왜냐하면 남자는 성추행을 당할 일이 여성보다는 훨씬 드물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나와 내 친구들 주변의 모든 이들이 성추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
다만 이를 주변 남자들은 모른다.
워낙 교묘하게 이루어지니까 말이다.
심지어 나의 남자친구조차도 믿지 못하다가 같이 있던 순간에 내가 성추행 당하는 장면을 목격하고서야 믿게 되었다.
그렇다.
모든 여성은 직장에 다니든 그렇지 않든 성폭력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이건 절대 피해의식이 아니라 모두, 그리고 개개인의 경험에서 나온 증거를 바탕으로 한 사실이다.

 




'여성은 늘 피해자다.' 라는 의식은 옳지 않다.
여자고 남자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사람 대 사람이라는 의식이 중요하다.
그게 진정한 페미니즘이고,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이다.
그러나 은행에서 뒤에 앉은 은행장 자리는 여자가 차지하고, 젠틀맨 문화가 발달한 서양 일부 국가들과는 달리,
우리나라에는 여성을 낮게 보는 의식이 뿌리 깊게 깔려있다.
유교의 사상에서 원래 있지도 않았던 '남존여비' 사상은 그 옛날부터 내려와서 지금도 남아 있다.
여성은 약한 존재이니 보호하라는 게 아니고, 여성은 남성에게 의지하라는 게 아니다.
1:1 대등한 관계로서 서로 할 일 확실히 하고 피해를 주지 말자는 거다.
하지만 여전히 사회 고위직은 남성이고 중요 결정은 남자들이 내리고 있다.

하루는 상사가 불러서 나한테 아직은 대리를 할 때가 아니라고 그러더라. 내년에 대리를 시켜주겠다고. 대리는 7년을 일해야 다는 거라고. 그런데 남자들은 신입으로 들어와도 1년만 있으면 대리가 되더라. 3, 4년 동안 사원으로 일하는 여자가 있더라도 남자가 있으면 먼저 승진하는 거지.

p. 71


요즘 방송을 하면서 느끼는 건데, PD나 작가가 모두 여자여도 책임 PD인 CP는 남자다. 책임자가 남자인 시스템인 거다. 이건 결정권자가 여자로 바뀌지 않는 이상 아무리 아래에서 말을 해도 바뀌지 않는 고질적인 문제다.

p. 193



회사에서 능력이 안 되는 여성을, 일도 못 하는 여성을 무조건 승진시키라는 게 아니다.
다만 성별에 상관없이 능력으로 인정받는 사회가 필요하다는 거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 정부가 1기 내각 구성을 할 때 지역, 성별 등에 의해서 차별받지 않도록 신경썼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물론, 직업군의 특성상 남녀 성비에 조절이 가해지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초등학교 교사가 그런데, 교대(교육대학교)에서는 입학시 남성 할당제가 시행 중이다.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남성성과 여성성을 고르게 접하는 게 중요한 데,
너무 여자 선생님만 만나는 것은 한 쪽으로 치우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봉급 때문에 남성들 자체가 초등학교 교사를 그리 선호하지 않고,
막상 교사가 된다 하더라도 몰지각한 관리자(교장, 교감)나 동료 교사들 때문에 힘든 일을 떠맡기도 한다.
여자도 힘은 세다.
자기 일은 자기가 합시다.

언론고시를 준비하면서 예비 언론인 과정에서 함께 공부한 사람들 중에 지금 현업에 있는 남자들은 다 방송사 아니면 일간지에서 일한다.<br />(중 략)<br />이건 임금 문제를 언급하지 않고서는 설명 할 수가 없다.

p. 193

 





회사를 비롯한 직장 전반에 깔린 남성 중심 문화에 지친 여성들이 많을 거라 생각한다.
회식 가서 술 따르는 걸 요구하는 행위는 성추행에 해당해서 이제는 많이 교육되었을 것이라 믿지만,
여전히 상사 옆에 앉아 못 마시는 술을 마시거나 - 이는 남자도 해당한다. - 야한 농담을 들어야 한다.

선배 작가들, 특히 유명한 남자 라디오 작가나 PD들이 해준 얘기는 여자 작가는 술을 잘 마셔야 한다, 잘 놀아야 한다, 이혼이랑 도둑질 빼고 다 해봐라 같은 거였다. 이들이 여자 작가에게 요구하는 것은 험한 경험인 거다. 그런 쓸데없는 이야기들을 우리에게 ''이게 업계야" 라는 식으로 말했다.

p. 107


함께 술을 마시고 심지어 여성 도우미가 나오는 노래타운에 가는 건 지극히 남성적인 문화이다.
직장인들이 친목 도모를 위해 꼭 술과 노래와 춤이 있어야 하는가?
나는 여자친구들과 만나면 영화를 보거나 카페에 가거나 방탈출카페에 가거나 함께 운동을 한다.
술은 즐겨하지 않고 노래와 춤은 좋아하지만 40대 아저씨들과는 아니다.
그렇다고 여자가 좋아하는 대로 직장동료들끼리 같이 영화를 보러 가자는 게 아니다.
이런 말도 안되는 회식 문화를 바꿔야 한다.
왜 젊은층이 북유럽을 로망하고 그 곳에 가서 직장을 구하며 살까?
오후 5시에 퇴근하여 가족과 함께 보내는 저녁, 그게 진정으로 바라는 거다.
아니면 미국처럼 회식 자체가 많지도 않지만, 만약 하게 된다면 부부 동반으로 하는 거다.

 




유교 문화 중에서도 쓸 데 없는 것만 남은 지금, '여자는 이래야 해, 남자는 이래야 해.' 이런 개념을 없애는 게 필요하다.
남자도 울 수 있고 약해서 도움이 필요할 수 있으며, 여자도 힘 세고 상사 위치에 있을 수 있다.
쓸 데 없는 남자 VS 여자 편가르기식 댓글 전쟁이나 하는 잉여 혹은 일베들이여, 그만 하고 직장으로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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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을 위한 길고양이 안내서
이용한.한국고양이보호협회 지음 / 북폴리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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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밀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이용한과 고양이보호협회가 함께 집필하고 북폴리오에서 펴낸 <공존을 위한 길고양이 안내서> 는 

고양이를 싫어하거나 관심이 없는 사람들을 위한 계몽서가 아니다.

도서의 띠지에서도 분명히 밝히듯이 캣맘과 캣대디를 위한 길고양이가이드북이다.

그래서 더욱 의미있다고 본다.

고양이, 그 중에서도 길고양이에 큰 관심을 두고 돕고자 하는 캣맘과 캣대디가 

단순히 애정으로가 아니라 제대로 된 지식을 갖고 행동할 수록 길고양이와 그들을 둘러싼 환경이 개선될 것이고,

그러면 절로 고양이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거나 혐오하는 여타 사람들의 인식도 조금씩 변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흔히들 '편견' 혹은 '선입견' 이라는 말을 사용하곤 한다.

과연 길고양이에 대한 사람들의 의견이 단순히 편견이나 고정관념만으로 생겨났는지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들 싫어할 만한 나름의 '이유' 를 갖고 있다.

때로는 고양이 발정 소리를, 아니면 그저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고양이 자체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이들을 두고 동물에 대한 애정이 없다고 나무라거나, 매정한 인간으로 매도하는 건 옳지 않다.

그들이 길냥이를 너무 싫어하지는 않도록 달라진 상황을 제시하면 된다.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 이들에게 억지로 길고양이를 들이다대며 좋아하라고 강요할 순 없는 노릇이다.

그 상황에서 길냥이에게 밥을 주고 있는 캣맘과 캣대디를 과연 천사라고 말할 수 있을까?

대답은 '아니다.' 이다.

결국, 중요한 건 고양이와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어쩔 수 없이 함께 살아야 한다면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 최적의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내가 고양이를 좋아해도 이웃은 고양이를 싫어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항상 고려해야 한다. 이웃과 갈등이 심해지면 결국 그 화살은 길고양이에게 돌아가므로 감정 싸움으로 번지지 않게 조심한다. 도저히 설득이 안 될 경우 급식장소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을 권한다.


p. 227




길고양이가이드북으로 좋은 이용한 X 고양이보호협회 X 북폴리오의 <공존을 위한 길고양이 안내서> 를 구매하면 

깜짝 선물이 먼저 반길 것이다.

독극물 살포 경고 스티커, 길고양이 먹이 안내 스티커를 쓸 일은 없겠지만, 

고양이를 둥그렇고 귀엽게 표현해놓은 스티커를 보고 흔들릴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혹은 금물!

비록 스티커와 일러스트레이션이 귀여울 지 몰라도 책 내용이 귀엽다고는 할 수 없으니 말이다.

중간 중간 들어간 컬러풀한 종이와 식빵 고양이 그림들, 들고 다니기 딱 좋은 사이즈, 작지 않은 글씨 크기를 보고 있자면 

어쩐지 외국 여행지 가이드북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모든 컬러와 디자인과 부록이 어서 구매하라고 유혹하고 있지만, 역시 정보를 제공하는 교양서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단순히 고양이를 좋아하는 이들이 읽게 된다면 이미 아는 사실들의 나열이라서 실망할 수도 있다.

자신이 캣맘과 캣대디라든가, 아니면 길고양이입양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봤을 경우 유용한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한국고양이보호협회(이하 고보협)에 접수된 상담 내용을 보면, 첫 단추를 잘못 끼워 경제적으로 힘든 처지가 되거나 몸과 마음이 지쳐 버린 캣맘의 사례를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p. 65


도서에 딸려 오는 스티커처럼 길냥이가 귀엽더라도 무턱대고 돌봐주거나 먹이 주거나 입양하는 등의 행동은 금물이다.

캣맘/캣대디로서 자신의 역할 뒤에는 책임이 뒤따르는 걸 알고 있어야 한다.





집사를 위한 길고양이가이드북에는 길고양이 전 고양이 전반에 관한 기본적 지식이 제공되어 있다.

인터넷에서 흔히 사용되는 그루밍, 꾹꾹이, 젤리, 식빵 굽다와 같은 용어가 있는가 하면, 

사이드 스텝, 쭙쭙이, 골골송, 냠모나이트 등 고양이 집사가 아니고서는 도저히 모를 전문 용어들도 있다.

용어들을 전체적으로 보면 고양이를 높이고 소중히 여기며 사랑하고 귀여워하는 애정이 듬뿍 담겨 있는 의미들이 많다.

그래서 비애묘인의 입장에서 보면 과연 그들만의 용어라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고양이를 아무리 귀엽게 묘사한 들, 내겐 차갑고 인간을 하대하고 무섭게 생긴 동물의 이미지로 남을 뿐이다.

길고양이 중에서도 유독 얼룩덜룩한 무늬를 가진 카오스를 특히 무서워한다.

사람의 첫인상은 3초만에 좌우된다고 한다.

고양이도 마찬가지다.

그 서늘한 눈빛을 보면 도저히 호감이 가지 않는다.



개의 발라당과 달리 고양이는 발라당 자세를 취한다고 해서 '만져도 돼.' 라는 의미까지 포함한 것은 아니다. 때문에 발라당을 하는 고양이의 배를 허락 없이 만졌다가는 한순간에 손이 스크래쳐로 변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p. 54



스크래치를 당하고도 좋아하는 캣맘이나 캣대디가 아니기에 고양이는 내게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존재이다.

내게 먼저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사랑을 주는 이를 사랑한다.

달려와 안기고 함께 즐거워 할 수 있는 강아지를 사랑한다.






든 인간과 고양이들이 터키, 일본과 같은 나라들에서처럼 평화롭게 공존하기위해 무엇이 이루어져야 하는가?

TNR을 통한 고양이 개체수 유지가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장기적 관점에서 보자면 법이 바뀌어야 한다.

일찍이 반려동물 선진국으로 자리잡은 독일의 동물보호법 제1조 1항을 보면

"동물과 인간은 이 세상의 동등한 창조물이다." 라고 나와 있다.

따라서 그들의 동물보호소는 우리나라의 동물보호소와는 사뭇 다른 사정을 지니고 있다.

쾌적한 환경 속에서 동물들이 정기적인 검역과 의료 지원을 받다가 90% 정도는 새 가족에게 입양되고, 

입양되지 않은 나머지도 안락사 대신 보살핌을 받다가 자연사 한다고 한다.

또한 반려동물을 입양하길 원한다고 해서 아무나 입양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까다로운 심사를 마쳐야만 새로운 가족을 맞이할 수 있고, 이렇게 생긴 반려동물을 유기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

한 편, 길고양이들은 독일의 동물보호소인 티어하임 안에서도 따로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데,

사람과 지내는 게 익숙하지 않다면 입양보내지 않고 중성화 수술을 시킨 다음 원래 살던 곳으로 보내거나, 

아니면 티어하임 내에 있는 커다란 풀숲에서 살게 한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 민법상 동물은 '물건' 으로 분류되어 있으니 개탄할 만한데,  

이제서야 법을 개정하기 위한 움직임이 조금씩 일어나고 있다.




강력한 법을 제정하고 이를 시행하여 어길 시 제제를 확실하게 가하기만 한다면 어려울 게 없는 일이다.

싱가폴이라는 나라 전체가 깨끗한 건 국민성이 대단히 의롭고 정직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다.

법을 정한 후 위법 행위는 분명하게 처단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길고양이도 다를 게 없다.

비단 길냥이들만의 문제는 아니기에, 동물을 인간의 소유물로만 인식하는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버리고 

앞으로의 시대에 맞는 법 개정을 먼저 할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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