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여자들 - Dear 당신, 당신의 동료들
4인용 테이블 지음 / 북바이퍼블리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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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검사가 몇 년 이라는 오랜 고민 끝에 조직 내 성추행 및 성폭력에 대해 고백하였다.
이보다 수개월전 헐리우드 유명 영화 제작자인 하비 와인스틴의 성추문이 전세계를 휩쓸었다.
여배우들을 비롯하여 많은 여성들이 실상을 토로하고 SNS를 중심으로 #Metoo 해시태그는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얼마 전 있었던 제60회 그래미어워드에서는 가수들이 성폭력 근절을 위하여 흰 장미를 들고 등장하였다.
신작 'A Rainy Day in New York' 의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감독 우디 앨런은 수양딸 성폭행 혐의로 영화 개봉이 불투명해졌다.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은 자신들의 출연료를 성폭행 반대 단체에 기부하겠다고 선언하였다.

이 모든 사건들은 영화계, 음악계, 법조계 등 어디 하나 빼놓을 것 없이 직장이라면 어느 곳에서나
여성들은 성폭력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술자리라든가 전시 뒤풀이에서 나이 많은 작가나 갤러리 관계자들이 젊은 여성 큐레이터나 작가를 성추행하는데 본인들은 그게 추행인지도 모른다. 대놓고 잠자리를 요구하거나 작품을 팔았는데도 돈을 주지 않을 때도 있다.

p.93


내 또래 작가들 상당수가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당해서 고민했지만 해결책이 없었다. 나 역시 당시 있던 팀의 부장이 내 손을 잡는다거나, 담배를 피울 때 옆에 앉혀놓고 자기가 젊은 여자 작가랑 데이트를 했었다며 자랑하기도 했고. 그런 걸 듣는 게 너무 싫었다.

p. 108


공연이 끝나면 세탁을 위해 의상을 수거하는 여자 크루가 있다. 한번은 남자 배우 하나가 그 친구에게 "너도 벗고 들어와"라고 한 적이 있다. 내가 너무 화가 나서 계속 그런 식으로 얘기하면 다신 나 못 볼 줄 알라며 난리를 쳤는데 이런 일이 많다.

p. 170


예전에 N 포털 사이트에, 살면서 성추행을 당한 경험에 대해 이야기한 게시글이 있었다.
그리고 그 게시글에는 댓글로 자신도 당했다며 공감을 형성한 여성들이 많았다.
중간 중간 눈에 띄는 건 남성으로 추정되는 네티즌들의 댓글이었다.
그들은 "다들 거짓말 하는 거 아냐? 세상에 이렇게 성추행을 많이 당해?" 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럴 만한다.
왜냐하면 남자는 성추행을 당할 일이 여성보다는 훨씬 드물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나와 내 친구들 주변의 모든 이들이 성추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
다만 이를 주변 남자들은 모른다.
워낙 교묘하게 이루어지니까 말이다.
심지어 나의 남자친구조차도 믿지 못하다가 같이 있던 순간에 내가 성추행 당하는 장면을 목격하고서야 믿게 되었다.
그렇다.
모든 여성은 직장에 다니든 그렇지 않든 성폭력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이건 절대 피해의식이 아니라 모두, 그리고 개개인의 경험에서 나온 증거를 바탕으로 한 사실이다.

 




'여성은 늘 피해자다.' 라는 의식은 옳지 않다.
여자고 남자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사람 대 사람이라는 의식이 중요하다.
그게 진정한 페미니즘이고,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이다.
그러나 은행에서 뒤에 앉은 은행장 자리는 여자가 차지하고, 젠틀맨 문화가 발달한 서양 일부 국가들과는 달리,
우리나라에는 여성을 낮게 보는 의식이 뿌리 깊게 깔려있다.
유교의 사상에서 원래 있지도 않았던 '남존여비' 사상은 그 옛날부터 내려와서 지금도 남아 있다.
여성은 약한 존재이니 보호하라는 게 아니고, 여성은 남성에게 의지하라는 게 아니다.
1:1 대등한 관계로서 서로 할 일 확실히 하고 피해를 주지 말자는 거다.
하지만 여전히 사회 고위직은 남성이고 중요 결정은 남자들이 내리고 있다.

하루는 상사가 불러서 나한테 아직은 대리를 할 때가 아니라고 그러더라. 내년에 대리를 시켜주겠다고. 대리는 7년을 일해야 다는 거라고. 그런데 남자들은 신입으로 들어와도 1년만 있으면 대리가 되더라. 3, 4년 동안 사원으로 일하는 여자가 있더라도 남자가 있으면 먼저 승진하는 거지.

p. 71


요즘 방송을 하면서 느끼는 건데, PD나 작가가 모두 여자여도 책임 PD인 CP는 남자다. 책임자가 남자인 시스템인 거다. 이건 결정권자가 여자로 바뀌지 않는 이상 아무리 아래에서 말을 해도 바뀌지 않는 고질적인 문제다.

p. 193



회사에서 능력이 안 되는 여성을, 일도 못 하는 여성을 무조건 승진시키라는 게 아니다.
다만 성별에 상관없이 능력으로 인정받는 사회가 필요하다는 거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 정부가 1기 내각 구성을 할 때 지역, 성별 등에 의해서 차별받지 않도록 신경썼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물론, 직업군의 특성상 남녀 성비에 조절이 가해지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초등학교 교사가 그런데, 교대(교육대학교)에서는 입학시 남성 할당제가 시행 중이다.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남성성과 여성성을 고르게 접하는 게 중요한 데,
너무 여자 선생님만 만나는 것은 한 쪽으로 치우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봉급 때문에 남성들 자체가 초등학교 교사를 그리 선호하지 않고,
막상 교사가 된다 하더라도 몰지각한 관리자(교장, 교감)나 동료 교사들 때문에 힘든 일을 떠맡기도 한다.
여자도 힘은 세다.
자기 일은 자기가 합시다.

언론고시를 준비하면서 예비 언론인 과정에서 함께 공부한 사람들 중에 지금 현업에 있는 남자들은 다 방송사 아니면 일간지에서 일한다.<br />(중 략)<br />이건 임금 문제를 언급하지 않고서는 설명 할 수가 없다.

p. 193

 





회사를 비롯한 직장 전반에 깔린 남성 중심 문화에 지친 여성들이 많을 거라 생각한다.
회식 가서 술 따르는 걸 요구하는 행위는 성추행에 해당해서 이제는 많이 교육되었을 것이라 믿지만,
여전히 상사 옆에 앉아 못 마시는 술을 마시거나 - 이는 남자도 해당한다. - 야한 농담을 들어야 한다.

선배 작가들, 특히 유명한 남자 라디오 작가나 PD들이 해준 얘기는 여자 작가는 술을 잘 마셔야 한다, 잘 놀아야 한다, 이혼이랑 도둑질 빼고 다 해봐라 같은 거였다. 이들이 여자 작가에게 요구하는 것은 험한 경험인 거다. 그런 쓸데없는 이야기들을 우리에게 ''이게 업계야" 라는 식으로 말했다.

p. 107


함께 술을 마시고 심지어 여성 도우미가 나오는 노래타운에 가는 건 지극히 남성적인 문화이다.
직장인들이 친목 도모를 위해 꼭 술과 노래와 춤이 있어야 하는가?
나는 여자친구들과 만나면 영화를 보거나 카페에 가거나 방탈출카페에 가거나 함께 운동을 한다.
술은 즐겨하지 않고 노래와 춤은 좋아하지만 40대 아저씨들과는 아니다.
그렇다고 여자가 좋아하는 대로 직장동료들끼리 같이 영화를 보러 가자는 게 아니다.
이런 말도 안되는 회식 문화를 바꿔야 한다.
왜 젊은층이 북유럽을 로망하고 그 곳에 가서 직장을 구하며 살까?
오후 5시에 퇴근하여 가족과 함께 보내는 저녁, 그게 진정으로 바라는 거다.
아니면 미국처럼 회식 자체가 많지도 않지만, 만약 하게 된다면 부부 동반으로 하는 거다.

 




유교 문화 중에서도 쓸 데 없는 것만 남은 지금, '여자는 이래야 해, 남자는 이래야 해.' 이런 개념을 없애는 게 필요하다.
남자도 울 수 있고 약해서 도움이 필요할 수 있으며, 여자도 힘 세고 상사 위치에 있을 수 있다.
쓸 데 없는 남자 VS 여자 편가르기식 댓글 전쟁이나 하는 잉여 혹은 일베들이여, 그만 하고 직장으로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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