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의 높은 산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1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안 감독의 영화 [파이이야기] 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도 드물 것이다.

보지는 못했어도 영화제 수상작이라는 사실이나 인도 소년, 바다와 호랑이가 나온다는 것, 혹은 적어도 이름 정도는 들어봤을 것이다.

[파이이야기] 이후 근 15년만에 얀 마텔이 완성한 소설추천하는 작품이 바로 여기 있다.

작가정신에서 나온 [포르투갈의 높은 산] 이 그것으로, 얀 마텔의 신작인 [헬싱키 로카마티오 일가 이면의 사실들], [셀프], [20세기의 셔츠] 이렇게 총 3권과 같이 읽으면 더욱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

베스트셀러추천하는 [포르투갈의 높은 산] 은 조선일보에 따르면, 

얀 마텔 작가 자신은 세속적인 인간이지만 종교를 통해 소설을 쓰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종교는 과학이 지금처럼 고도화되어 발달하기 전 여러가지 이해할 수 없는 현상들에 대해 인간들이 설명과 해석을 부여하기위해 만들어낸 것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나는 종교를 믿지 않지만, 그래도 영문학을 배우면서 영어 문화권의 기반이 되는 카톨릭에 대해 학문으로서 배웠기때문에 얀 마텔이 쓰는 소설 내용이 익숙한 게 사실이다.








소설추천하는 [포르투갈의 높은 산] 은 총 3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장편소설이고, 

각각의 주인공들은 서로가 모르는 사이에 서로에게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아내, 아버지, 아들을 포함한 가족의 죽음이라는 상실로, 예수라는 종교로, 침팬지라는 유인원으로, 그리고 그 모든 것의 종착지이자 시발점인 포르투갈의 높은 산으로.

예수도 인정하지 않고 오로지 신적인 존재로서의 하느님만 믿는 종교의 신자라면 화 낼 수도 있다.

아니, 예수를 믿는 종교의 신자라도 예수상 대신 침팬지 십자가상이라는 이야기를 싫어할 수도 있다.

그래서 읽기 전에 자신이 카톨릭 신자라면 다시 한 번 생각하길 바란다.

'소설은 소설일 뿐이다.' 라는 생각을 할 수 없고, 자신의 생활의 한 부분인 종교적으로 깊이 연관되어 있다면 시작도 하지 않는 게 낫다.

나와 같은 비종교인이 읽어야 그나마 받아들일 수 있다.


 








우리는 멋대로인 동물이다. 그게 우리이고, 우리는 우리일 뿐 더 나은 무엇이 아니다-더 숭고한 관계 따윈 없다. 다윈이 태어나기 오래전, 광적이지만 명석했던 한 신부는 아프리카의 외진 섬에서 침팬지 네 마리를 만났다가 대단한 진실과 마주쳤다. 우리는 진화된 유인원일 뿐 타락한 천사가 아니다.


p. 158-159 


 

종교는 인간의 영혼과 믿음을 담은 커다란 하나이다.

관은 시신을 담은 통이다.

모든 시신은 들려줄 사연이 담긴 책이며, 자동차는 시신을 담은 관과 같다.


 







시끄럽고 통제 불능인 기계와 세 개의 관이 영향력 면에서 어떻게 같을 수 있나? 그런데 이상하게도 똑같이 강렬한 두려움, 가슴 저린 외로움, 무력감이 차올라 똑같이 혼란스럽다.


p. 64









아내와 자식, 아버지를 동시에 잃고 세상에 내버려진 남자는 괴음을 내는 차에게서도 버려진다.

인간의 힘과 조작으로 움직이는 가장 속세적이고 가장 발전한 물건인 자동차와 

속세에서 비로소 벗어나게 된 시신을 담는 관이 같다면, 

과연 이승과 저승, 이 세계와 종교적 세계는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역사 전체에 걸쳐 끊임없이 나보다 나은 존재인 신을 찾는 인간에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










사비우는 운전석에서 발판으로 물러나서는, 토마스에게 진중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차에서 내려선다. 토마스는 밀려나고, 버려지고, 유기당하는 느낌이다.


p. 62









그렇다면 자동차를 숭배하는 것과 신을 숭배하는 것 사이의 다른 점은 무엇이겠는가?

무엇이 더 숭고하고 그렇지 않는가를 정하는 건 결국 인간 개개인 자신의 마음가짐일 뿐이다.

절대적 영험함과 절대적 비천함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건 설명이 아니라 차라리 숭배다. 냄새 나는 쇳덩이 장난감이 감정을 드러낼 수 있다면 당황스러워서 얼굴이 발그레해졌을 것이다.


p. 44 


 

 

맨부커상 작가 얀 마텔의 소설추천하는 [포르투갈의 높은 산] 에서는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신박한 비유가 등장한다.

정말로 좋아하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 [오리엔트 특급 살인] 과 예수의 이야기가 비교될 지 그 누가 알았을까.

추리 소설 속 13명의 승객과 예수와 열두제자, 그들은 모두 유다와 같은 면이 있으며,

이야기의 해결은 사건을 새롭게 바라보는 외국인에 의해서이다.

추리 소설과 예수의 이야기 속 핵심은 둘 다 목숨을 알아간다는 죄악으로, 여기에서 한가지 물음이 제기될 수 있다.

 사람들이 킬링 타임으로 읽는 추리 소설과 신화처럼 받아들이고 있는 예수와 열두제자 이야기는 본질적으로 같지 않을까? 

이처럼 얀 마텔은 종교는 우리 삶을 넘어선 어떤 무언가라든가 동떨어진 어마어마한 것이 아니라

내가 사는 일상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고 끊임없이 말하고 있다.



어떤 이에게는 이 소설이 제목 [포르투갈의 높은 산] 처럼 높게 느껴질 수 있다.

소설의 내용이 마치 오를 수 없는 산처럼 어렵게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작가 얀 마텔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걸 독자에게 얘기해주고 싶은 거 같다.

세상 모든 것 중에서 가장 드높고 위대해보이는 종교조차도 우리네 인간의 한 속성일 뿐이라는 걸 말해주고 싶은 거 같다.

[파이이야기] 로 감동 받은 독자라면, 이 소설로 다시 한 번 삶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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