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해 - 세상의 중심이 된 바다의 역사
찰스 킹 지음, 고광열 옮김 / 사계절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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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킹의 『흑해』는 흑해를 문명과 야만이 충돌하는 경계로 설명해온 오래된 관념을 뒤집는다. 이 바다는 그리스와 로마, 오스만과 러시아, 제국과 사회주의 국가들이 스쳐 지나간 변방이 아닌 외부인들이 해안에 정착하며 현지의 생활 방식과 관습에 깊이 스며든 혼종 문명을 만들어온 공간이다. 그런 역사 안에서 흑해는 문명에서 떨어진 유배지이자 동시에 모든 바다의 근원으로 상상뙨 장소였다.


개인적으로 이 책은 흑해의 20세기를 새롭게 보게 만들어주었다. 흑해는 더 이상 자본주의적 제국주의 팽창의 무대가 아니라 경쟁하는 국가 건설 프로젝트의 일부로 기능해왔다는 점이다. 냉전기 흑해는 바다라기보다 체제와 이념을 가르는 장벽이었다. 사회주의 국가들이 추진한 발전은 결국 바다를 관리 대상이자 개발 이념으로 환원시켰다. 그 결과는 생태적 파괴였다는 것이 바로 찰스 킹의 결론이다.


찰스 킹이 흑해의 긴 역사를 통해 강조하는 것은 일반적인 지역사나 해양사가 아니다. 바다는 언제나 자연 그대로 존재한 적이 없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인간의 사고와 권력, 그리고 정치적 상상력에 의해 끊임없이 재구성되어 왔다는 점에서 말이다. 그래서 이 책의 결론은 필연적으로 환경 문제로 향한다. 흑해의 죽음은 우리가 바다를 어떻게 이해해 왔는지의 역사적 결과라는 것.


흑해를 둘러싼 제국, 민족, 이념의 역사를 한 권으로 풀어내면서도 이 바다가 오늘 우리에게 무엇을 묻는지 끝까지 놓치지 않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바다의 역사라는 부제가 이렇게 정치적이고 현재적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계절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아 리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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