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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가스의 탄생 - 튀김옷을 입은 일본근대사
오카다 데쓰 지음, 정순분 옮김 / 뿌리와이파리 / 2006년 7월
평점 :
돈가스의 역사나 일본의 근대의 특수성에 대해서 굳이 길게 이야기하진 않으련다. 그런 내용은 이미 출판사 서평이나 다른 이들의 리뷰에도 충분히 언급되어 있으니까. 그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절실히 느꼈던 것은 음식 하나에 대해서도 온갖 기록들이 온전히 남아있고, 꾸준히 연구되어온 일본에 대한 부러움이었다. 이 책의 저자가 유려한 문체로 풀어내는 돈가스의 역사는 저자 개인의 노력으로 쓰여진 것이기도 하지만, 탄탄한 기존의 연구 성과들에 의해 뒷받침된 것일 터. 그에 반해 우리나라의 경우 전문적인 연구를 한다는 학자들 대부분은 정작 현재 우리가 먹는 음식들에 대한 연구보다는 박제화된 과거의 궁중요리의 제법이나 전통 식재료의 영양학적 우월함 등에만 집착하고 있는게 현실이고, 이런저런 향토 음식들의 기원에 대해서는 지자체나 관련 업계 종사자들이 꾸며내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들이 범람한다. 최근 식문화의 역사에 대한 책들이 조금씩이나마 나오고 있긴 하지만, 그조차도 몇 안되는 학자들 혹은 아마추어 블로거들에 의한 것들 뿐이다.
언제가 되어야 우리들은 이렇게 차분하게,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우리네 음식의 역사에 대한 책을 읽어볼 수 있게 될까. 짬뽕과 짜장면의 역사에 대해 다루는 주영하 교수의 '차폰 잔폰 짬뽕' 정도가 그런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아직 한참 부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