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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전쟁이라는 신화 - 미국의 제2차 세계대전, 전쟁의 추악한 진실 ㅣ 질문의 책 12
자크 파월 지음, 윤태준 옮김 / 오월의봄 / 2017년 4월
평점 :
이 책을 직접 읽지는 않았음을 먼저 밝힌다. 하지만 출판사 제공 책소개는 꽤 꼼꼼히 읽어봤고, 그 내용대로의 책이라면 굉장히 문제가 많은 책이라 본다.
일단 제2차세계대전 당시 미국이 전적으로 선의로 전쟁에 뛰어들지 않았다는 것은 나도 동의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국의 파워엘리트, 군산복합체의 이익만을 위해 뛰어든 전쟁이었나? 그것도 아니다. 전쟁은 한 가지 이유로 일어나지 않는다. 수많은 변수들이 작용하고, 어처구니 없는 우연으로 촉발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부분들은 간과하고, 지나치게 편협한 잣대로 역사를 재단한다. 그러다 보니 그 사악함이 이미 만천하에 까발려진 나치와 일제의 날조를 그대로 받아들여 미국을 비난하는 대목들이 여기저기에 있다.
드레스덴 폭격이 단순히 소련에게 미국의 힘을 보이기 위해 저지른 학살이라는 말은 1945년 당시 나치 독일, 그리고 그 이후 독일의 네오나치들이 하는 주장이다. 오히려 당시 드레스덴은 독일 동부 교통의 요지로 오히려 소련도 폭격을 요청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또한 드레스덴은 상대적으로 독일의 다른 도시들보다 폭격을 덜 받아왔기 때문에, 군수산업체들이 이전해와 아이러니하게도 그 시점에선 독일 최대의 군수도시 중 하나가 되어 있었다. 실제로 드레스덴 폭격의 가장 중요한 타깃은 드레스덴에 위치한 합성유 공장이었고, 도심이 극심히 파괴된 것은 당시 기상 상태가 좋지 않았던 탓도 있다.
그리고 미국이 일본의 진주만 기습을 이미 정확히 파악하고 있으면서도 허용해줬다는 말도 새빨간 거짓말이다. 당시 미국과 일본 사이에 전운이 감돌고 있던 것은 사실이나, 전면적인 기습이 이루어지리라고는 예상치 못하고 있던 상황으로, 실제로 미국은 진주만 공습으로 큰 피해를 입어 1년 이상 일본에게 주도권을 내어준 상태로 전쟁을 해나가야 했다.
게다가 일본이 중국과 동남아를 "자급자족 경제에 편입시키려 했다"고? 그걸 우리는 침략 전쟁이라고 부른다. 우리도 희생자였던 그 일들을 어쩜 이리 황당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나? 당시 이미 일본은 중국을 침략한 지 4년이 넘은 상태로, 이미 수백만 명을 죽음으로 몰고 가고 있었다. 그런 일본을 상대로 석유 금수 조치를 취하고 철군을 요구한 것이 잘못인가? 실제로 당시 미국이 일본에 제시한 최후통첩 헐 노트는 미국의 독단이 아니라 중국의 요청에 의한 것이기도 했다.
그리고 미국이 당시 렌드리스로 무기 장사 해서 돈 벌었다는 말도 거짓이다. 미국이 영국과 소련에 막대한 양의 무기와 군수물자를 공급하면서 무상으로 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는 당시 미국 국내의 여론을 설득하기 위한 것으로, 실제로는 미국은 제공한 군수물자의 가격을 90% 할인해 10%에 해당하는 금액만을 받았고, 그마저도 전쟁이 끝난 뒤 60년에 걸쳐 상환받았다. 이게 어떻게 미국에 엄청난 이득을 안겨주었겠나?
이 책이 2000년대 초반쯤, 극히 제한적인 자료에만 의존해 제2차세계대전을 알 수 있었던 때에 나왔더라면 많은 사람들이 현혹되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 시절에? 역사를 있는 그대로 읽으려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나 매력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