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휴먼이 몰려온다 - AI 시대, 다시 인간의 길을 여는 키워드 8
신상규 외 지음 / 아카넷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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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카넷에서 최근에 나온 따끈따끈한 훌륭한 책을 소재로 서평단을 모집하고 있어서 바로 지원해서 참여하게 됐다.

아카넷에서 적절한 때에 맞추어서 훌륭한 책을 내주었다. 거시적인 관점에서는 날이 갈수록 그 속도를 따라잡기도 힘들 정도의 인공지능 기술발전의 시기에 걸쳐있는 때이고, 미시적인 관점에서는 지금 전세계가 코로나 바이러스와 함께 가짜 뉴스 바이러스에 시달리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참으로 시기적절한 출간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저자들 또한 모두 진심으로 존경해마지 않는 선생님들이다. 대부분은 각 분야에 대해서 빠삭하게 이해하고 그에 따라서 글로 잘 풀어낼 수 있는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전문가들의 강연을 확장 및 심화해서 엮은 책들이기 때문에 내용 또한 풍부하다. 요즘 서점가에서 흔히 보여서 널리고 널린 '4차 혁명'을 소재로 한 조무래기 책들과는 그 수준이 확연히 다르다.

책은 총 8가지 키워드로 구성되어있다. 기계지능, 사이보그, 인공자궁, 소셜로봇, 가짜뉴스, 기본소득, 마이크로워크, 인류세의 순서다. 모두 지금 상황과 크게 동떨어져있지 않고 이미 다가온 미래라고도 할 수 있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 주제들은 다시 3부로 나뉜다. 1부에서는 인공지능, 사이보그, 인공자궁이라는 상징적인 세 가지 기술을 통해서 주요 첨단기술의 특성과 인간과의 관계 속에서 그것들이 가지는 시사점을 살펴보고자 했다. 2부에서는 인공지능과 로봇기술을 기반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삶 속에서 구체적으로 어떠한 변화가 생기게 될 지를 살펴봤다. 마지막으로 3부에서는 이러한 포스트 휴머니즘 사회 속에서 우리가 끝끝내 결국에는 대면해야 할 두 가지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서 살펴봤다.

모든 키워드를 언급하기에는 서평이 너무 길어지므로 1부부터 순서대로 선택적으로 이야기하겠다. 기계지능 파트에서 이상욱 선생님은 '지능(intelligence)' 개념에 대한 적절한 이해를 통해서 '인공지능'에 대한 불필요하고 근거없는 오해를 정리하고 휴머니즘적 가치를 재검토하고자 했다. 우리가 여태까지 지능 개념에 대해서 얼마나 인간중심적인 이해를 했는지 다시 재고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영의 선생님은 그 다음 사이보그 파트에서 이미 현재로 다가온 사이보그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가 사이보그가 된다면 인간성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반문을 제기한다. 지켜야 할 '순수한 인간성'이라고 하는 것이 정말로 있는가? 애초부터 우리들의 '순수한 인간성'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진화의 역사 속에서 우리들은 언제나 잡종이었고 현재를 포함해서 앞으로도 기계와 결합되는 시대에도 잡종으로 남을 것이다. 순수한 인간도 순수한 기계도 아닌 우리들은 이미 사이보그다.

2부에서는 신상규 선생님이 소셜로봇을 통해서 기계의 도덕적 지위에 대한 논의로 첫발을 떼었다. "로봇이 실제로 무엇이든 간에, 사람들이 로봇을 대하는 방식과 더불어 그것들과 어떤 유의미한 관계를 맺고 있는가에 입각하여 도덕적 지위 여부가 결정된다고" 보는 입장은 꽤나 참신하긴 했다. 그런데 내 생각에 이러한 입장은 얼핏 보기에 비판받을만한 점이 많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이러한 입장에서는 기존 문화의 규범성에서 벗어나기 힘든 보수적인 도덕으로 빠지게 될 경향성이 크지 않을까? 혹은 너무 인간의 문화(강자의 문화)만을 위주로 도덕을 고려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왠지 성공적으로 발전하기에는 힘들 입장이라는 생각이 직감적으로 든다.

그 다음으로는 지금 가장 우리를 괴롭히고 있는 '가짜뉴스'에 대한 논의다. 디지털 세계의 질서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소수의 기술집단과 권력집단이 가짜뉴스를 통해서 시민들의 감정을 조절하고 선택을 좌지우지하는 이야기가 있다. SF 소설이나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 같은가? 그러나 이는 단순히 <멋진 신세계>나 <1984>나 <블랙미러>와 같은 가상의 세계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가 아니라 충분히 지금 여기의 실제 세계에서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이들은 시민들의 동의도 받지 않은 채 자기들 마음대로 거대한 권력을 휘두르는 셈인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그저 뒷짐지고 지켜만 보는 순진한 '바보(idiot)'가 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는 블랙박스 속에 감추어져있는 인공지능의 알고리즘을 사회 구성원 전체의 논의와 참여를 통해서 공론화하고 다룰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법적·철학적 근거를 고안해내야 할 것이다.

3부에서는 지금 포스트 휴머니즘 논제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인류세'에 대해서 논의된다. 특히 그중에서도 점점 가속화되어가고 있는 기후 위기를 포함한 환경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 절대 다수의 과학자들은 인간 활동에 따른 비정상적인 기온 상승의 문제라고 진단을 내리고 있다. 꽤나 흥미로운 구절은 브루노 라투르(Bruno Latour)라고 하는 과학철학자가 예전에 한참 비과학적이고 신비주의적인 이론이라고 비판받았던 '가이아 이론'을 빌려왔다는 점이다. 라투르는 예전에 그의 행위자 연결망 이론(actor-network theory, 이하 ANT)데닛의 지향계 이론을 비교하던 장대익의 논문에서 본 기억이 있다. 그때에도 마음이나 의식이 없는 인공물이나 생명체에게도 행위 능력을 부여하는 그의 ANT가 꽤나 급진적이라고 생각했다. 이번 경우에도 이러한 ANT를 활용해서 가이아 이론과 접목시켜서 지구라는 커다란 시스템을 하나의 행위자로 보려는 시도를 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한 이론이 어떤 귀결을 낳게 될 지, 그것이 과연 받아들일만한 이론이 될 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인류세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도전해볼만한 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포스트 휴머니즘 사회에 도사리고 있는 여러 개념들과 문제들에 대해서 간략하게 알아보았다. 하나하나의 문제들이 모두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총체적 난국이라는 생각도 든다. 어쩌면 인류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쌓아온 업보가 한꺼번에 다시 돌아온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해서 디스토피아적인 전망 속에서 좌절만 한다면 해결되는 것 하나 없이 힘만 빠지는 꼴이다. 분명히 가슴에 새겨두고 계속 기억해야 할 것은 '잠깐 멈추고 돌아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끝을 모르는 달려만가는 자본주의의 확장 속에서 우리들은 '중지'를 날려야 한다. 제발 이제는 좀 닥치고 멈추어서 생각을 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이다.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왔는지 알아차린 뒤에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이러한 양질의 책들이 시민들에게 알려져서 읽힌다는 것은 문제 인식을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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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되어가는 기분이다 창비시선 439
이영재 지음 / 창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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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이영재 시인의 첫 시집 <나는 되어가는 기분이다>을 감상하고 써재끼는 아무말이다. 시집은 전체적으로 '깨지기 직전의 유리컵'과도 같은 분위기다. 건드리는 순간 의미가 왜곡되어 버리는 언어의 세계와도 같다. 그런데 시인은 <상태>라는 시에서 무언가가 되어가는 중의 상태를 어찌할 수 없고, 어찌하고 싶지 않고, 어찌하지 않기로 했고, 어쩌겠나 싶고, 어찌하지 말자고, 어찌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니 '서평을 하는 중의 아무말'을 어찌하지 말자고.


"아름다움이란 것은 대단해서 아름다움에 처하면 누구나 안쪽으로 휘말릴 수밖에 없다 너무 밝은 날, 밝음이 밝음에 육박한 날이었는데 아름다움을 넉 없이 보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저 희고 아름다운 것이 분명 아름답지 않았을 텐데 어쩌다

아름다워졌을까 왜 굳이,

미화된 거지?"

- 이영재, 「나는 되어가는 기분이다」 中, 『캐러멜라이즈』 부분 (창비, 2020) -


1. 그러게나 말이다. 저것들이 왜 굳이 아름다워졌을까? 왜 미화된 것일까? '저 희고 아름다운 것이 분명 아름답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아름다움이란 것이 어찌하여 이 세상에 탄생하게 된 것일까? 왜 굳이? 왜 굳이...


“아름다운 것에서 느끼는 미학적 즐거움은, 상당 정도는, 우리가 순수 관조의 상태에 들어설 때 잠시 모든 의욕함, 모든 욕망과 관심들의 너머로 고양된다는 사실에 있다. 다시 말하면 우리에게서 우리 자신이 제거된다. 우리는 더 이상 끊임없는 의욕함을 위하여 인식하는 개인들이 아니다.”

- Schopenhauer, Arthur, The World as Will and Representation Vols I & II, trans. by E.F.J Payne (New York: Dover Publications, Inc., 1969), §68, p. 390; 김주휘(2008)에서 재인용 -


2. 그러고나니 갑자기 아름다움과 관련된 몇몇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졌다. 일단 쇼펜하우어는 위와 같이 말했다. 그는 우리가 미적 경험의 절정을 경험할 때 순수 관조의 상태에 들어서게 된다고 한다. 일시적이지만 모든 의욕함과 모든 욕망과 관심들의 너머로 정신이 고양된다. 또한 일시적이지만 무아(無我)의 경지와 유사한 상태에 이르게 된다. 쇼펜하우어가 말하는 아름다움의 목적은 '의지로부터의 해방'에 있다. 물론 그것은 잠시동안 맛보기처럼 느끼는 것일 뿐이다. 그의 철학은 불교로부터 영향을 받은 요소가 많은데, 그렇기 때문에 그가 말하는 구원의 길은 오로지 삶에의 의지의 부정에 있다. 이는 불교적 용어로 보면 '해탈(解脫)'에 가깝다. 아무튼 그가 말하는 아름다움은 이러한 해탈을 일시적으로라도 경험하게 하는 데에 그 의의가 있다.


3. 그런데 정말로 그러한가? 우리가 미적 경험을 할 때 정말로 쇼펜하우어가 말하는 것처럼 관조의 상태에 빠지게 되는 것인가? 여기에 대한 재미난 설명('익스플레인 : 세계를 해설하다') 한 가지가 있다. 바로 'DMN(Default Mode Network)'에 대한 이야기이다. DMN이 켜지는 것은 우리가 아무 일도 하지 않거나 몽상에 빠져 있을 때다. 쉽게 말해서 '멍때릴 때'다. 그런데 우리가 아름다운 미술 작품을 감상할 때에도 이러한 DMN이 켜진다고 한다. 관조까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멍 때리는 상태와 유사한 뇌 상태가 아름다운 미술 작품을 감상할 때에도 발현된다는 것이다.



4. 우리가 이렇게 아름다움을 느끼고 DMN이 켜지는 것은 무엇을 말해주는가? 미적 경험을 하고 감동하게 되는 것은 각자 자기 자신의 자아를 돌아보게 해준다. 그리고 온갖 연상과 생각을 뇌 속에서 일으키게 한다. 다양한 생각들이 내 마음 속에서 붐비게 된다. 상상력이 한껏 발휘가 되어서 이러저러한 생각의 여정을 떠나는 것이다. 그나저나 마음챙김 명상을 하게 되면 DMN이 반대로 덜 켜지게 되고 이와 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온갖 연상과 생각은 가라앉아서 점점 줄어들게 되고 마음은 차분하게 된다. 그래서 마음챙김 명상은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로 고생하고 있는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그렇다면 이와 반대되는 현상을 많이 겪는 이들은 예술작품을 보면서 감동을 많이 하는 이들일 텐데, 예술가들중에서 무언가에 미쳐있는 듯이 심리적으로 불안한 사람이 많은 이유를 말해주기도 하는 것일까? 여기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아본 바가 없어서 잘 모르겠다.

5. 아무튼 우리가 아름다운 작품을 감상할 때 일시적인 '해탈'의 경지를 느끼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이와 관련해서는 신경미학이나 관련 학문들에 대해서 조금 더 공부를 해봐야 할 것 같다. 아마도 에릭 캔델같은 신경과학자가 이런 쪽에도 관심을 가지고 책을 몇 권 쓴 것 같긴 하다. 우리가 미술 작품을 볼 때 뇌에서는 무엇이 벌어지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관심을 기울일만 하다. 내가 알기로는 <어쩐지 미술관에서 뇌과학이 보인다>라는 책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사놓고 아직 읽어보지 않은 책이다. 조만간 읽어봐야지.

6. 아무튼간에 이영재 시인의 첫 시집은 참 난해한 언어들로 이루어져있다. 나도 읽으면서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인지 하면서 몇 번을 다시 읽어본 시들이 대부분이다. 현대 문예작품이라는 것이 이런 것일까? 그래도 그중에서도 나름 괜찮게 읽은 것들이 있어서 블로그에 공유하기도 했다. 그리고 조금 다른 말을 하자면, 표지가 참 예쁘다. 아마도 한정판으로 나온 표지 디자인인 것 같은데, 연분홍과 하얀색의 절묘한 꽃무늬 조화가 잘 어울리는 표지였다. 책장에 꽂아놓고 전시하기에는 참 예쁘고 괜찮은 시집같긴 하다. 시를 좋아하는 친구가 생긴다면 이 시집을 같이 낭송해본 다음에 한 번 물어보고 싶긴 하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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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찾아서 창비시선 438
정호승 지음 / 창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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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얼마 전에 정호승 시인이 시집을 냈다. 정호승은 이제 일흔이 된 시인으로서의 자기 자신을 기념하는 의미로 낸 시집이라고 한다. 나는 운이 좋게도 서평단에 당첨되어서 그 기념비적인 시집을 따끈따끈하게 전달받아서 음미해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2. 시집을 배송받고나서 나는 이것을 더욱 값지게 사용할 수 있는 간단한 프로젝트 하나를 기획했다. 아침에 잠을 잘 깨게 하고 하루를 더욱 상쾌하게 시작하기 위해서 시집에 있는 시를 한두편 정도 낭송하며 녹음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 중에서 괜찮게 느껴지는 시를 관심이 있을만한 몇몇 친구들과 종종 공유하기로 했다.

3.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두 편의 시가 있다. <먼지의 꿈>과 <걸림돌>이다. 게다가 녹음도 생각보다 잘 살려서 한 것 같다. 처음 프로젝트를 시작한 날에 함께한 시이기도 해서 초심자의 재미가 덕을 보게 한 것 같다. 아침이라서 목소리가 가라앉은 채로 그냥저냥 녹음을 했는데 의도치 않게 그것이 효과가 좋았던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간에 위 사진들처럼 칭찬받아서 좋다.

4. 시의 내용들도 감명 깊다. 일단 <먼지의 꿈>은 마치 하늘로부터 땅에 직접 내려와 인간과 더불어 사랑을 실천하고자 했던 예수의 모습이 떠오르게 하기도 한다. 가장 낮은 곳에 임하셔서 연약한 자들과 함께 고통을 나누기 위해 내려온 임마누엘(Immanuel) 예수의 모습 말이다. 공기 위에 둥둥 떠다니며 돌아다니는 먼지는 흙이 되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먼지는 한없이 낮은 땅 그 자체에 들러붙는 흙이 되어서 이전까지는 없었던 새로운 존재를 창조해낸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양분으로 희생해서 생명력을 나누어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러한 희생을 알아봐주는 이는 별로 없다. 그래도 먼지는 아무도 알아봐주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 꿋꿋하게 희망이 되어주고자 한다. 참으로 아가페(agape)적인 사랑이다! 바로 이러한 사랑을 하고 싶어서 먼지는 '더 낮은 데까지 내려앉아' 흙이 되고자 한 것이 아닐까.

5. <걸림돌>은 에픽테토스같은 스토아학파 철학자들의 통찰이 떠오르는 시였다. 스토아학파는 스스로 제어하지 못하는 외부 세계의 현상들에 대해서 집착이나 미련을 두지 말고 내면 세계에 초연하게 집중하며 그 안에서 평정을 찾을 것을 강조하는 철학 사조이다. 이러한 스토아학파의 통찰은 현대의 심리학에도 많은 영향을 주어서 인지행동치료(CBT)라는 기법이 탄생하게끔 만들어주기도 했다. 인지행동치료는 스토아학파와 비슷하게 내담자에게 내면 세계에 집중하는 것을 강조하면서도 그 방법은 더욱 체계적으로 정교화되어서 내담자의 인지적 오류를 교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법이다. 이는 불교에서 무명(無明)으로 인한 집착때문에 고통받는 중생들에게 현실을 바로 볼 수 있는 팔정도를 이야기하는 내용과도 비슷하게 맞닿아있다. 혹시 '걸림돌'도 마찬가지 아닐까. 가만히 있던 걸림돌에 넘어진 내가 괜히 그것에게 나를 가로막았다고 화풀이 했던 것은 아닐까. 아니, 애초에 걸림돌은 존재하지도 않았는데 내 프레임의 맹점 속에서 만들어낸 환상이 아니었을까.


6. 시집은 전반적으로 후회와 상실을 겪어가며 그것을 초연하게 극복하려 하지만 생각보다는 쉽지 않다는 것이 인생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 개인적으로 들었다. 정호승의 삶이 그러했던 것 같다. 아니, 우리네 삶 각각에 조금씩은 그러한 면이 있는 것 같다. 인생 전체가 '화재'가 난 것처럼 고통받으며 계속 불을 끄려고 쫓아다니다가 결국엔 불나방처럼 불 속에 뛰어들게 되는 것이다. 정호승은 바로 인생의 그러한 면을 잘 잡아내어서 시적인 언어로써 잘 표현한 것 같았다. 그러한 점에서 봤을 때 이번 시집을 "불교적 직관과 기독교적 묵상과 도교적 달관”이라고 짧게 정리한 이숭원의 해설이 참 와닿는다. 정호승이 시집에서 '로즈버드'처럼 계속해서 등장시키는 새의 모습은 끝내 닿을까 말까한 그의 이상향이다. 가능할 지도 모르겠고 쉽진 않겠지만, 그 모든 것으로부터 초연한 모습으로 훨훨 날아간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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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선하게 명상하고 싶다
김태형 지음 / 지식과감성#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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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2MPfx_Aa94o


"Life, love, dance, sing,

no, war, stay, free,

we, can, live, yes

And the beat goes"

* 본 서평은 책의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아마도 출판사는 이 책을 저에게 제공한 것을 후회할 것 같습니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이 책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애초에 구매하실 생각조차 없으셨겠지만, 설령 우연히라도 이 책을 보신다면 구매를 자제하시기를 바랍니다. 가지고 계신 소중한 자산을 이 책에 낭비하는 것은 공리적으로도 손해이기 때문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정말로 보고 싶으시다면 본인이 속한 공공도서관에서 구매를 신청해서 보시기를 바랍니다. 원래 국가라는 단체가 온갖 쓸데없는 겉치레 행정을 많이도 해대니까요. 지방자치단체장 임기가 끝나기 전에 멀쩡한 보도블럭을 쓸데없이 교체해대는 판에 책 한 권은 큰 손해도 아니겠지요. 웬만하면 보지도 않기를 권하지만요.


 그래서 이 책을 왜 비추하느냐? 명상에 대한 비정상적인 오해와 판타지를 만들어낼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서 이 책은 명상에 대한 먼치킨 무협판타지를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저자를 그대로 반영한 듯한 주인공 김 차장은 과도하게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예전에 체험한 기억이 있던 명상 센터를 다시 들르게 됩니다. 그런데 주인공은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명문혈이 뚫렸다느니 무슨무슨 혈이 뚫린다느니 이것저것 막힘이 없이 고속승진을 해갑니다. 이건 뭐 명상에 대한 거짓된 환상을 꾸며내는 것도 모자라 인물 설정은 먼치킨이 따로 없군요. 게다가 먼치킨을 재미나게 만드려고 한다면 중간에 고난이나 실패를 겪게 하고 그것들을 극복하는 과정이라도 흥미롭게 꾸며야 할 텐데 그것마저 너무 재미없습니다.


 그래도 이렇게라도 판타지스럽게 명상을 소개한다면 흥미라도 가지게 할 수도 있고 순기능이 있지 않겠느냐? 한다면 저는 단연코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왜냐고요? 위에서도 살짝 언급했다시피 전개 과정이 너무 진부하면서도 흥미를 이끄는 요소가 너무 부족하거든요. 네, 그렇습니다. 단언컨대 핵노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설령 재미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런 방식으로 명상을 소개하는 건 역기능이 지배적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서술되어있는 명상에 대한 막연한 환상과 기대는 현실과 괴리가 있어보이는 활동처럼 보이기 때문에 오히려 진입장벽을 높이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습니다. 명상에 대한 쓸데없는 음양오행적인 설명이나 과하게 영성적인 분위기를 두르는 태도는 독자들이 일상 속에서 명상을 쉽게 실천하기에 너무 무겁게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재미를 위해서라도, 유익함을 위해서라도 결단코 추천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차라리 다음과 같은 MBSR(Mindfulness Based Stress Reduction program) 명상 관련 영상이나 서적을 둘러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MBSR은 존 카밧-진(Jon Kabat-Zinn)이 불교의 명상법을 기반으로 과학적인 검증을 받은 체계적인 명상 프로그램입니다. 이를 아주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두 가지를 말할 수가 있습니다. 호흡에 최대한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는 명상이 있고, 자신의 온 몸에 있는 감각들에 최대한 주의를 기울이게 하는 명상이 있습니다. 핵심만 보면 이 둘이 끝입니다. 간단합니다. 괜히 음양오행이니, 영성이니, 가슴공명이니 하는 부차적인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위 두 가지를 핵심포인트로 삼아서 다음 영상을 보면서 마음챙김 명상을 실천한다면 꽤 괜찮게 그 과정을 따라가실 수 있을 것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oHJH9XTwKPk&feature=youtu.be


* 명상 방법론을 조금 익힌 뒤에 다음과 같은 음악들을 들으며 가볍게라도 실천해보시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입니다.
(아래 두 곡은 모두 제 소중한 친구로부터 추천받은 곡입니다. 개인적으로 명상이나 마음챙김과 아주 잘 어울리는 곡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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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천적 사고방식 - 당신의 두뇌에 쾌감이 폭발하는
김열방 외 지음 / 날개미디어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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