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적 편견 - 뇌를 속이는 편견의 함정과 탈출법
패멀라 풀러 외 지음, 이윤정 옮김, 한국리더십센터그룹 감수 / 김영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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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편견 없는 사람이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저는 편견이 없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내 안의 차별주의자>, <제정신이라는 착각>이라는 책을 읽고 의식하지 못했을 뿐이지 편견이 꽤 있다는 것을 알고 놀랐어요.

가만 생각해 보면 누군가가 저를 편견 어린 시선으로 보는 것도 느꼈던 경험도 있네요.

편견은 누구에게나 유쾌하지 않은 경험이기에 어떻게 하면 긍정적인 시선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까요?

 

<무의식적 편견> 책의 저자 3명은 편견의 대상이 되어온 사람들이에요.

패멀라 풀러는 자폐아 아들을 둔 워킹맘으로 흑인, 여성,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겪었어요.

마크 머피는 동성애자로 커밍아웃 후 사회와 단절된 시간을 보냈고, 타이완계인 앤 차우는 AT&T 사상 최초의 유색인종 여성 CEO가 되기까지 숱한 편견에 부딪혔어요.

이들의 경험담과 30년 연구 성과를 정리한 이 책은 우리 자신의 편견에 이름을 붙이고 책임을 지며, 공감과 호기심을 통해 타인과 효과적으로 소통하고, 직장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용기를 선택하는 등 포용적인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에요.

저자들은 더 포용적인 세상을 만드는 데 노력하고 있으니, 우리도 함께 동참해주기를 바란다고 해요.

 

'사람은 누구나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것으로 책은 시작해요. "나는 편견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자신의 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과 같대요.

우리 뇌는 매초 1,100건의 정보를 받아들이지만, 그중 약 40개만 의식적으로 처리할 수 있어요. 이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뇌는 들어온 정보를 이해하는 지름길을 만들기에 '무의식적 편견'이 생긴다고 해요.

예를 들어, 수백 명의 열광적인 팬이 아닌 화난 고객 한 명에게 집중하는 부정 편향,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신념과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무시하는 확증 편향, 무의식적으로 처음 본 후보자를 선호하는 최신성 편향, 나와 비슷한 사람을 좋아하는 친밀성 편향 등이요.

 

그렇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자세는 무엇일까요?

바로 우리 모두 편견을 가지고 있음을 인정하고 개선하는 거죠!

저자들의 경험과 연구에 따르면, 편견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널리 퍼져 있으며(인종, 피부색, 성적 지향, 성 정체성, 출신 국가, 장애 유무, 나이, 군필 여부, 가족 또는 결혼 여부, 외모, 학력, 지역 등) 문화, 직원 유지, 채용, 혁신, 수익성, 주주 환원 등 조직의 모든 결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해요.

 

우리 뇌는 편견과 선호뿐만 아니라 변화와 성장을 추구하도록 설계되어 있어요. 새로운 신경회로와 사고방식, 습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며, 더 중요한 것은 의식적인 노력이에요. 쉽지 않지만 할 수 있는 일이죠.

저자들은 이런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무의식적 편견을 인식하는 것을 넘어 구체적인 행동으로 나아가는 틀을 제공하는 '편견 진행 모델'을 만들었어요.

이 틀은 편견 확인하기, 연결 강화하기, 용기 선택하기, 인재관리 전반에 적용하기 네 부분으로 되어 있어요. 책에는 자세한 방법이 설명되어 있어요.

 

지금 세계는 ESG 경영을 넘어 DE & I(Diversity, Equity & Inclusion, 다양성, 형평성 & 포용성) 경영에 주목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여기에 소속감(Belonging)이 추가되어 DEIB라고 불리기도 해요.

이는 다양한 인종, 성별, 성적 지향, 장애, 종교, 문화 등과 같은 차이점을 인식하고 그것들을 포용하며 그에 따른 평등성을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비즈니스 전략이나 사회적 운동을 말해요.

DE & I 전담부서를 신설해 인사, 복지 체제를 쇄신 중인 글로벌 기업들이 많은데, 이들은 기술 혁신을 두고 경쟁하는 와중에 왜 사내 조직문화 개선에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는 것일까요?

그것은 장기적으로 기업 목표를 달성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개인의 '심리적 안전감'을 높이는 것이기 때문이에요. 사람들이 직장을 떠날 때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겠지만, 대부분 시스템이 자신에게 불리하고, 높은 연봉 등을 받을 기회가 없다고 느낄 때가 많겠죠.

그렇기에 DE & I 경영을 통해 다양한 인재를 모집하고, 직원들의 참여와 만족도를 높여 창조성과 혁신을 증대하고 긍정적인 이미지 제고에도 도움이 되려고 하는 거죠.

 

'무의식적 편견'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었군요.

하지만 그것을 인지하고서도 변화하지 않는다면 편견에 사로잡힌 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사람이 되겠죠.

내 개인적인 발전은 고사하고 팀, 조직, 회사, 나아가서는 공동체 발전에도 저해될 거예요.

책에 '개인을 위한 성찰, 리더를 위한 응용문제'가 장마다 나오는데, 질문에 답해보면 더 도움 될 거예요.

ESG 경영은 들어봤는데 DE & I는 처음 들어봐서 찾아봤더니 꽤 많이 인용되는 말이더라고요.

효율만을 강조하는 사회에서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을 중시하는 사회로 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흐름에 맞추려면 저도 그런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겠죠.

제 뇌가 지름길로 가려고 편견의 길로 접어들려고 할 때, 멈춰서 왜라는 질문을 해야겠어요.

 

무의식적 편견 타파를 위한 안내서가 필요한 분께 추천해 드려요. 감사합니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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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은 집중력 - 집중력 위기의 시대,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법
요한 하리 지음,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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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은 집중력??...!!! 최근 제 모습을 보는 것 같은 제목이었어요. 아니, 최근이 아니라 꽤 되었는지도 몰라요. 예전엔 멀티태스킹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가만 생각해 보면 그냥 정신이 없는 거였어요. 넘쳐나는 정보를 머릿속에 구겨 넣으려다 보니 제대로 생각하지 않고 배속을 빨리해서 흘려들어요. 시간이 부족한 느낌에 빨리빨리가 입에 붙어서 시간을 들여 제대로 사색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것이 많아요. 이런 시간이 반복되면 지치고 힘들어하는 제가 보여요. 그제야 이게 맞나? 라는 생각이 들지만, 세상은 빨리 변하고 있기에 혼자 도태되기 싫어 또다시 달려갈 준비를 하고 있어요.

 

영국 저널리스트이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인 요한 하리. 그는 전 세계 3만 마일을 이동하며 신경과학자, 사회과학자, 철학자, 심리학자의 인터뷰와 중대한 연구 사례, 그리고 집중력 위기 한복판에 놓인 자신의 경험을 결합해 집중력 위기의 시대에서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법을 이야기해요.

 

 세계적으로 우리의 집중력은 빠르게 붕괴하고 있어요. 미국 대학생들은 한 가지 일에 65초 이상 집중하지 못하고, 직장인은 평균적으로 3분 정도만 집중한다고 해요. 세계적인 명소에 가서도 제대로 감상하지 않고 사진만 찍고 휙 지나쳐요. 우리는 집중하지 못하고 산만한 이유가 스마트폰 같은 디지털 기기를 자제하지 못하는 개인의 탓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해요. 현대 사회의 비만이 정크 푸드같은 질 나쁜 식품 공급과 생활 양식의 변화로 인한 사회적 유행병인 것처럼, 집중력 위기도 현대 사회 시스템의 문제라는 거죠. 실제 원인은 훨씬 거대한 세력에 있는데 대부분 우리 자신을 탓하고 자기 습관을 바꾸라고만 해요. 한 개인으로 집중력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취할 방법도 중요하지만, 그러한 변화에는 한계가 있기에 조직적 해결책이 필요해요.

 

저자는 그동안 알게 된 내용을 바탕으로 집중력을 훼손하는 12가지 강력한 힘이 있다고 결론을 내렸어요. 정보의 방대한 양과 빠른 속도, 수면 부족과 과로 상태, 긴 텍스트를 읽는 능력인 독서 붕괴, 알고리즘과 무한스크롤 등으로 우리를 추적하고 조종하는 테크 기업들,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과각성 상태, 에너지의 급상승과 급강하를 일으키는 식단, 뇌에 염증을 일으키는 독소로 가득한 화학물질 등이에요. 장기적 측면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리가 이 힘을 제대로 이해하고, 이 힘이 계속해서 집중력을 훼손하지 못하도록 집단을 조직해 대항해야 한다고 해요. 우리의 집중력이 잘 자라서 잠재력을 온전히 피워내려면 아이들에게는 놀이가, 성인에게는 몰입이 필요하고, 책을 읽고, 자신이 집중하고 싶은 유의미한 활동을 찾고, 자기 삶을 이해할 수 있도록 배회할 공간을 마련하고, 신체 활동을 하고, 잘 자괴, 뇌가 건강하게 발달할 수 있도록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고, 안정감을 느껴야 해요. 또한 우리의 집중력을 방해하고 성장을 막는 지나친 속도와 전환, 지나친 자극, 우리를 공격하고 중독시키는 침략적 기술, 스트레스, 탈진, 우리를 각성시키는 식용색소의 범벅인 가공식품, 대기오염을 차단해야 해요.

 

우리가 집중력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개인 차원에서 산만함으로 가득 찬 삶은 훼손된 삶이고, 집중력의 분열은 개인뿐 아니라 기후 위기 같은 사회 전체의 위기를 불러오고 있으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해하면 그것을 바꾸기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해요.

 

“점점 진이 빠지게 됩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가 모든 차원에서 깊이를 희생하고 있다는 겁니다… 깊이는 시간을 요구합니다. 깊이는 사색을 요구해요. 모든 것을 다 따라잡아야 하고 늘 이메일을 보내야 한다면 깊이를 가질 시간이 없어져요. 관계에서의 깊이도 시간이 필요합니다. 에너지가 필요해요. 오랜 기간을 필요로 하죠. 거기에 전념해야 해요. 주의력도 필요하고요. 깊이를 요구하는 모든 것이 악화되고 있어요. 그게 우리를 점점 더 표면 위로 끌어올리고 있고요.” (P. 52)

 

깊이를 희생하고 있다는 말에 전적으로 공감해요. 언제부터인지 한 가지 일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는 저를 발견해요. 그나마 책을 읽을 때 집중하는 편이긴 한데, 가만 생각해 보면 책을 읽을 때도 핸드폰을 옆에 두고 계속 확인하고 있어요. 빨리 변하고 있는 세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고 이것저것 하는데, 정작 제대로 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나는 딴생각이 주의 집중의 정반대라고 생각했고, 이러한 이유로 딴생각을 하면 죄책감을 느꼈다. 그러나 그것은 틀린 생각이었다. 실제로 딴생각은 다른 형태이자 반드시 필요한 형태의 집중이다.” (P. 149)

 

지금까지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는 것을 제 개인 탓으로 여기고 있었어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만 생각했어요. 핸드폰 알람이 울리면 다 확인하느라 그전에 하던 일은 늦어지기 일쑤여서 SNS 알람은 다 꺼버리고 기간을 정해서 한 번에 확인하고 있어요. 알고리즘과 무한 스크롤의 함정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되도록 접속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하지만 쉽지 않더라고요. 책을 읽으니, 우리의 집중력을 무너뜨리는 것이 시스템의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좁은 시각에서만 바라봤던 문제를 넓은 시각에서 보니, 그동안 제대로 생각해 보지 않은 것들이 거대한 산처럼 쌓여있는 기분이었어요. 높아서 포기해 버리기엔 각자 인생은 소중하니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보는 게 낫지 않을까요.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서 저자가 이야기하는 조직적인 움직임까지.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이 함께 문제의식을 가지고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요. 사회적인 시스템이 바뀌지 않으면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니까요.

 

집중력 위기의 시대가 왜 발생했는지, 삶의 주도권을 찾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알고 싶은 분께 추천해 드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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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의 위로
배정한 지음 / 김영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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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하면 초록빛을 잔뜩 머금은 싱그러움과 높고 파란 하늘이 떠올라요.

왜일까요? 공원은 사계절과 모든 날씨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는데 말이죠.

아마 제가 초록의 생명력과 눈이 시릴 정도의 파란 하늘을 좋아해서 그런가 봐요.

 

공원에 대한 새로운 시선과 감각을 초대하는 이 책은 공원과 도시를 둘러싼 여러 이야기가 숨어 있어요.

저자는 공원과 도시에 관한 이야기들을 느슨하게 연결하는 주제는 '위로'라고 해요.

공원은 누구에게나 자리를 내주는 위로의 장소이자 모두를 환대하는 공간이니까요.

 

도시는 인류의 위대한 발명품이에요.

도시로 모여든 사람들의 협력 생산과 문화 혁신을 통해 도시는 사회에 발전과 풍요를 가져왔어요.

그러나 동시에 도시는 불안과 피로, 소외와 불평등, 쇠퇴와 소멸, 지구환경 시스템의 붕괴를 낳기도 했어요.

19세기 급속한 산업화가 낳은 여러 문제에 구원투수로 투입된 것이 '공원'이에요.

공원은 숨 가쁜 변신을 거듭한 도시와 함께 진화하며 도시의 공간과 시간에, 도시의 삶에 틈과 쉼을 선물했어요. 코로나19로 답답했던 시기, 우리는 공원으로 갔어요.

다시, 공원이 오고 있어요.

 

야구를 좋아한다는 저자.

아이가 유치원 다니던 때부터 주말마다 야구 중계를 함께 봤다고 해요. 아내는 조경학과 교수면 주말에 아이와 공원에 가야 하는 것 아니냐며 항의했지만, 야구장도 공원이라는 논리를 펴며 꿋꿋이 TV 화면을 사수했다고 해요.

19세기의 급격한 도시화가 낳은 사회문제의 공간적 진통제로 발명된 근대 도시 공원과 노동 계층의 여가 욕구를 분출하는 장치로 고안된 야구장은 형제 관계예요.

저자는 화려한 봄의 절정에 꼭 가봐야 할 공원을 추천해 달라고 하면, '창원 NC파크'에 가보라고 해요.

거리에서 바로 걸어 들어가 경기를 조감할 수 있는 아름다운 공원이라면서요.

 

어린이 놀이터 하면 보통 그네, 미끄럼틀, 시소 등이 떠올라요.

하지만 전주 맘껏숲놀이터에는 기성품 놀이기구가 없어요. 대신 넓은 공터가 있어요.

다양한 높낮이의 잔디 언덕이 공터를 감싸고 있고, 얕은 개울과 물웅덩이, 흙과 모래, 낮고 길쭉한 곡선형 벤치, 풍성한 수목이 흩어져 있어요.

"놀이 공간은 무엇이든 담을 수 있는 그릇 같아야 합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놀거리를 찾고 노는 방법을 궁리하게 했어요."라고 조경가 김아연 교수는 이렇게 말해요.

이곳은 아이들뿐 아니라 다양한 연령층이 이용할 수 있어요. 풍성한 숲은 어린이와 청소년이 자연과 만나는 곳 그 이상이자, 시민들의 여백의 시간을 호젓하게 보내는 장소이기도 해요.

이렇게 자발성과 다양성을 갖춘 놀이터를 묵묵히 지원하는 조연은 입구 쪽에 자리한 '맘껏하우스'에요.

날씨와 상관없이 아이들이 놀고 보호자가 편안하게 지켜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수용해서 만들어진 이곳은, 실내지만 야외처럼 느껴지는 사이 공간이 많아 일종의 놀이기구처럼 활발하게 쓰이고 있다고 해요.

 

 

초록 잔디밭에 새긴 하얀 원에 갇혀 공원을 즐기는 사람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유도하기 위해 백색 분필 페인트로 그린 지금 2.5미터의 원형 띠.

그 안에서 사람들은 휴식, 일광욕, 연애, 피크닉, 독서, 운동, 사색 등을 즐겨요.

이것을 본 한 저널리스트는 '2019년에서 온 누군가에게 이 사진을 보여준다면, 실재하는 현실이 아니라 디스토피아를 다룬 할리우드 쇼의 한 장면'이라고 여길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어요.

뉴욕 브루클린의 새로운 핫 플레이스인 도미노 공원.

1856년에 세워져 설탕 제국이라 불리며 2004년까지 가동된 뒤 방치된 도미노 설탕공장 일대를 재생하는 사업의 촉매로 투입되었어요.

도미노 공원은 브르클린 탈산업 경관 특유의 거친 미감을 만끽하며 이스트강 너무 맨해튼 스카이라인의 석양을 감상할 수 있는 낭만의 명소로 순식간에 떠올랐어요. 하지만 팬데믹으로 인해 서른 개 원 안에 펼쳐진 도미노 공원.

팬데믹 시대를 거치며 공원의 가치와 역할을 재발견하고, 도시와 슬기롭게 동거할 수 있는 공원 사용법을 하나씩 마련해 가야해요.

 

'당신의 공원은 어디입니까'라는 질문에 저자처럼 선뜻 답하지 못했어요.

아마 공원에 저만의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스쳐 지나갔기 때문이겠죠.

책을 쭉 읽으면서 생각해 보니 집 근처 조그마한 공원을 현재 저의 공원으로 삼기로 했어요.

아이들과 함께 걷고, 뛰어놀고, 혼자 산책도 하고, 가끔은 벤치에 앉아 책을 읽기도 하거든요.

집 주변에 큰 공원이 없어서 아쉬웠는데, 작은 공원도 많은 것을 보여주고 있었어요.

계절이 변함에 따라 옷을 갈아입는 나무들, 어르신들이 운동하시다 잠시 쉬어가기도 하는 곳.

비가 온 다음 날엔 지렁이 친구들이 길을 잃은 채 여기저기 헤매고 있고, 가끔 두꺼비, 개구리, 뱀, 사마귀, 여치, 메뚜기 친구들도 놀러 오는 곳, 한여름엔 매미들의 합창을 들으며 그늘에 앉아 쉬기도 하고, 바스락바스락 낙엽을 밟으며 걷기도 하고, 눈이 내리면 내 발자국을 고이 새기기도 하는 곳이네요.

지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공원은 하나의 위로이자 여백을 주는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어요.

앞으로 획일적이지 않은 그곳의 개성을 그대로 담은 공원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네요.

감사합니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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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잘하는 사람이 반드시 쓰는 글 습관 - 회사에서 무조건 통하는 무적의 글쓰기 센스
오쿠노 노부유키 지음, 명다인 옮김 / 더퀘스트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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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잘 쓰고 싶어요.

처음엔 리뷰, 일상의 일을 글로 쓴다는 것 자체로도 좋았어요. 어쨌든 시작했으니까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쓰는 글들이 비슷한 느낌이 들어요.

아… 좀 더 잘 쓰고 싶은데 능력이 안 돼요.

마음을 내려놓고 담백하게 쓰고 싶은데 잔뜩 힘이 들어가 버린 글이 되어버려요.


오쿠노 노부유키는 글쓰기 분야에서 50만 부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작가로,

그는 단숨에 끌리는 글에는 '법칙'이 따로 있다고 해요.

 '매끄러운 문장으로 읽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

아… 매끄러운 문장, 어떻게 쓰는 거지? 어려울 것 같은데?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저자는 막힘없이 읽히고 뇌리에 박혀 약간의 탄성이 나오는 문장은 누구든 쓸 수 있다고 해요.

이 책에 나오는 프로 작가들의 기술을 내 것으로 가져온다면요!


'사로잡다, 이어가다, 전환하다, 끝맺다' 4장에 걸쳐 포인트 34가지를 알려줘요.

프로작가들의 생생한 문장이 사례로 수록되어 있고, '두루뭉술한 글 vs 생동감 있는 글'을 비교해 놓았어요.

자기소개서, 채용공고, 안내문, 메일, 편지 등 실전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문장이 있어 도움받을 수 있어요.


📍 읽히려면 무조건 강하게 단언해서 쓰기!

'함부로 단정하면 트집 잡히지 않을까?'라는 걱정은 하지 말래요.

의외로 그런 오해는 생기지 않는다고요.

단정적이고 분명한 표현을 쓰면 문장이 하나하나 짧아지고 자연스레 리듬감도 좋아진다고요.

예를 들어, "저희 회사로서는 맡기 어려울 듯합니다."라는 말보다 "저희 회사는 맡을 수 없습니다."라고 하는 것이 의견이 분명하게 전달돼 오히려 읽는 사람이 친절을 느낀다고 해요.


📍 애매한 표현 '등', '같은', '라든가'는 독약이기에 빼고, 전달 메시지를 명확하게 드러내기!

단언조의 주요 법칙 중 하나는 습관처럼 붙이는 애매한 표현을 삭제하는 것이에요.

애매한 표현으로 '등, 측, 라든가, 라는, 듯하다, 같은, 지도 모른다, 라고 생각한다, 어떤 의미, 수동형'이 있어요.

애매한 표현을 쓰면 문장의 메시지가 불투명해지고 파악하기 어려워져요. 즉, 맛이 옅어져요.

그러니 무조건 단언하고 뻔뻔해지라고 해요.


📍 눈길을 끄는 첫 문장의 공통점은 '허풍 떨기'!

거짓말을 하자는 의미가 아니라, 상황에 따라 과장된 표현이나 호들갑스러운 수식어가 필요하기 때문이래요.

예를 들어, 아래 두 문장 중에 어떤 것이 더 끌리나요?

1) "신재생 에너지를 활용한 '차세대 주택'이 완성됐다."

2) "태양광 패널로 전력을 일부 자급하는 집이 지어졌습니다."

1) 은 기대감이 생겨 그다음을 읽게 만들지만,

2) 처럼 있는 그대로 사실을 쓰면 아무도 안 읽는대요.

거짓말은 안 되지만, 읽히고 전달되려면 '있는 그대로' 쓰는 것도 좋지 않아요.

무관심하던 사람도 읽게 만들기 위해 고심하는 자세가 쓰는 이의 기본이니까요.


📍 계속 읽고 싶은 문장의 열쇠는 '현실감'과 '공감'!

예를 들어 평일 오전에 근처 카페에 들어가 앉았는데 양쪽에 단체로 온 중년 손님들.

한쪽엔 아주머니 네다섯 명, 다른 한쪽은 아저씨 두 명.

대화가 들려요.

아주머니들은 같은 동네 사람, 아들 내외 등 아는 사람 이야기를 해요.

아저씨 두 명은 신문을 읽으면서 일본 정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요.

귀가 쫑긋해지는 건? 역시나 아주머니들의 대화에요.

왜냐하면 실제로 보고 들은 경험담이어서 현실적이기 때문이죠.

글을 쓸 때도 '현실감'과 '공감', 이 두 요소를 염두에 두고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방법을 강구해봐요.


📍 '마지막 문장이 긴장감도 없고 재미도 없다.' 많은 사람이 하는 고민일지도 몰라요.

그만큼 끝맺음이 쉽지 않아요.

저자는 마무리 지어진 '느낌', 끝맺음이 납득되는가!

이것 하나만이 중요하다고 해요.

좋아하는 컬럼이나 에세이를 꼼꼼히 읽고, 신선한 감이 드는 마무리 같은 느낌의 표현을 여럿 비축해두면 도움이 된다고 해요.


처음부터 앗! 이러면서 멈칫했어요.

저자가 하지 말라는 것은 하고 있었고, 하라는 것은 하지 않았거든요.

예를 들어 무조건 단언하는 문장, 허풍을 떨어 기대감 주기는 하지 않았고, 등·같은 애매한 표현을 즐겨 썼어요. 어느 정도 안전지대를 확보하려는 소심함이 글에서도 그대로 느껴져서 밋밋한 글이 되어 버렸던거죠.

이 책의 배열 또한 다른 책과 달라서 눈에 들어왔어요.

저자의 표현처럼 '시각적으로 하얗고 잘생긴 문장'을 만들기 위해 배열을 예전과 달리해봤어요.

이런저런 시도를 해가며 저만의 방법을 찾아봐야겠어요.

저자가 알려준 34가지의 포인트를 하나씩 적용해 나가면 제 글도 나중엔 센스있겠죠?

그런 날이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ㅎ


읽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 글쓰기를 하고 싶은 분께 추천해 드려요. 감사합니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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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덕 마녀의 수상한 죽 가게 - 다 타버린 마음을 끌어안고 사는 당신에게
나우주 지음 / 김영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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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보랏빛을 품은 비교적 얇은 책. 흥미를 자극하는 제목. 표지 그림에서 풍기는 어딘가 오묘한 분위기. 아주 커다란 토끼와 마녀는 같은 곳을 바라보는데, 표정이 비슷해 보이면서 달라요. 토끼가 그냥 바라보는 느낌이라면, 마녀는 무언가를 해내야겠다는 결연함이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요? 솥에서는 보라색 죽이 끓고 있는데 이 죽은 어쩐지 호기심을 갖고 이리저리 살피는 눈치에요.

 

소설 쓰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나우주 작가. 쓴 소설 중 한 작품이 토지문학상을 수상한 후 극심한 번아웃을 경험했다고 해요. 몇 년간 소설에 손도 못 대는 생활을 이어오다가 용기 내어 자신의 이야기를 픽션에 담아 세상과 다시 소통하기 시작했다고 해요. "토닭토닭, 오늘도 죽 쑤는 하루지만 함께 살아냅시다."라고 말하며 우리 서로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해요.

 

'나는 누구고,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 누구나 한 번쯤은 품어봤을 의문. 하지만 좀처럼 해소되지 않아요. 그냥 살다가 한 번쯤 다시 마주하게 되지만 삶이 바빠서 오래 붙들고 있지 못하고 흘려보내 버려요. 저자는 시간이 흐르고 삶도 흐르면서 살아내느라 방치한 의문에서 곰삭은 진물이 흘러내렸다고 해요. 어찌해야 할지 몰라 가방을 싸 들고 무작정 전국을 떠돌며 8년을 칩거와 방황한 시간을 이 책에 담았어요여전히 답을 찾지는 못했다고 해요. 세상에 정답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는 것이 있기나 할까요. 다만 저자는 밖으로만 행해 있던 시선을 안으로 돌렸다고 해요. 나를 제대로 들여다보기로 한 거죠. '나는 이 안에 있어. 진짜 나를 발견해 줘.'라고 소곤대는 목소리를 귀담아들어 주면서 한 걸음씩 나가고 있는 거겠죠.

 

서울 서초동 번화가에서 '변덕이 죽 끓듯'이라는 가게를 운영하며 '변덕죽'을 파는 한 마녀. 그녀의 죽은 다른 죽과 다르게 사람들에게 활력을 선물해요. 사람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욕망, 욕구, 불안, 비교, 성과 등을 양념으로 하는 그녀의 죽은 보라색을 띠어요. 마녀는 완벽한 죽을 만들기 위해 잠을 줄여가며 연구하며 자신을 몰아붙였어요. 사람들이 죽을 먹고 힘을 낼수록, 칭찬할수록, 더 잘하고 싶었어요. 증명하고 증명받는 삶에는 지루할 틈이 없었죠. 그러던 어느 날, 그녀의 죽집은 식약처 직원들에 의해 점검을 받아요. 흰 쌀죽이 보랏빛을 띠고, 강장제 효과를 내는 것에 의문을 품은 인근 식당 업주 중 누군가 신고를 한 거죠. 영업 정지가 끝난 후 원산지 표기 의무 이행 권고를 받았는데,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증명할 수는 없었어요. 어쩔 수 없이 식당 문을 닫은 후 마녀는 온몸의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끼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해요.

 

집에만 칩거하던 마녀는 나날이 숨이 막혀오고 소름과 긴장이 온몸을 휘감는 것을 느껴요. 계속 참다가 어느 날 캐리어에 짐을 아무렇게나 쑤셔 넣고는 무작정 떠나요. 동해, 제주, 양평, 용인, 남양주 등으로요. 마녀는 그동안 자신이 내려놓았다고 생각했는데 도망쳤다는 것을 알게 돼요. 자신이 이상하다고 느낀 마녀는 신경정신과 병동에 입원해요. 의사는 '극심한 번아웃. 그로 인해 동반된 우울증'이라고 진단 내리면서 쉬어야 한다고 해요. 마녀는 지난 5년 내내 쉬기만 했다고 하는데, 의사는 몸 말고 뇌가 쉬어야 한다고 말해요. 마녀는 자신은 이제 끝났다고 생각해요.

"저는 마녀예요. 특별한 죽을 끓이죠. 온갖 자료를 읽고 분석해서 만드는. 그걸 못한다는 건 아무것도 못한다는 것과 같아요." (P. 102)

"일에만 의지하던 사람이 일을 중단하면 방황하게 되지요. 삶의 가치관을 바꿔야 해요. 죽을 못 끓여도, 어떤 의미 있는 일을 하지 않아도, 당신은 자체로 존귀한 존재예요. 스스로를 틀에 가두지 말란 겁니다." (P. 102~103)

 

병원에서 퇴원한 후 마녀는 궁산이라 불리는 작은 산기슭에 2년째 살고 있어요. 가끔 쫓기는 듯한 조바심과 알 수 없이 긴장감이 올라오지만, 그럴 때마다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인정합니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들과 대화하며, 집주인인 60대 여류 화가 미니킴과 만나 이야기도 나누면서요. 여전히 머릿속에 생각이 많고 게다가 수시로 바뀌고 기분도, 내 마음도 내 마음대로 되지 않지만요.

 

깊은 밤, 마녀는 방바닥에 앉아 창에 얼비치는 달빛을 봅니다.

"거기서 끓어오른 것이니 거기서 해결해. 다른 누구도, 어떤 장소도, 어떤 약초도, 어떤 형상도 아닌 오직 거기 있는 너만이 할 수 있어. 내 마음의 뿌리, 단 하나의 진짜 나."

어쩐지 온 우주의 '진짜들'이 고독하게 버티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알아주기를, 찾아내주기를 말입니다.

(P. 147)

 

'번아웃' 반갑지 않은데 한 번씩 찾아와요. 세상 모든 것에 의문이 들어요. 왜라는 물음표가 끝도 없이 따라다녀요. 생각하다 생각하다 지쳐서 아무것도 하기 싫어요. 그냥 멍하니 시간을 보내요. 열심히 살다 한 번씩 찾아오는 번아웃은 내게 쉼이 필요하다고 말하는지도 모르겠어요. 삶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고, 잠시 멈춰보라고 신호를 보내는 것 같아요. 그제야 앞만 보고 달리느라 많은 것을 놓치고 있었음을 깨달아요. 나 자신을 제대로 돌보지 않았다는 것도요. 번아웃을 벗어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번아웃이 오지 않게 나를 잘 챙기는 것이 더 필요할지도 모르겠어요. 삶에 쉼과 여유가 한 스푼씩 추가된다면 조금씩 나아지지 않을까 싶어요. 최근 지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었는데, 저에게도 약간의 쉼을 선물해 줘야겠어요. 감사합니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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