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슬의 바다 - 백은별 소설
백은별 지음 / 바른북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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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슬'이란 단어의 뜻을 아시나요? '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이에요. 저는 이 단어를 알게 된 지 몇 달 되지 않았어요. 말 자체가 너무 이뻐서 찾아봤는데 고유어더라고요. 그래서 '윤슬의 바다' 제목 자체가 이쁘고 반짝이는 느낌이 들었어요. 바다와 윤슬이라는 단어도 너무 잘 어울리고요.


봄꽃이 바람을 타고 흩날리는 시절, 점심시간의 도서관. 관리되지 않아 방치된 불 꺼진 도서실에서, 햇빛을 조명 삼아 책을 읽는 남학생 바다. 그런 바다에게 첫눈에 반한 1학년 후배 윤슬. 폐쇄적이라 친구들과 쉽게 친해지지 못한 바다였지만, 바다의 그런 고요함이 좋았던 윤슬. 윤슬은 바다 곁을 맴돌면서 드디어 말을 걸어요. 바다와 처음 이야기한 날, 시간을 멈춘 윤슬. 윤슬에게는 초능력이 있어요. 시간을 멈추는 능력. 조금 더 오래 보고 조금 더 오래 기억할 시간을 버는 능력.


그런 윤슬이 신경 쓰였던 바다는 하교 후 윤슬을 집까지 데려다줘요. 둘은 별말이 없어요. 그냥 함께 걷는 그 순간이 좋았으니까요. 마음속 진심을 전하지 못한 채 부풀어 오르기만 하던 어느 날, 바다가 윤슬에 고백하고 둘은 사귀게 돼요. 서로 너무 아끼고 사랑했기에 당연하게 서로의 미래에 서로가 있을 거라고 믿어요. 윤슬은 원래 영원을 믿지 않았어요. 모든 건 사라지기 마련이고, 영원할 거라는 개념 자체가 틀렸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사랑에 빠졌어요. 그런 윤슬은 생각해요. "굳이 사랑은 영원해야 한다는 법이 있을까. 찰나의 사랑도 진심이라면 사랑인 건데."


윤슬은 자신이 초능력자임을 고백해요. 바다는 불안해요. 부모님이 초능력 연구원이어서 초능력자를 발견하면 실험하고 결국 죽음에 이르게 했거든요. 이 년 전 친한 친구였던, 순간 이동 초능력자였던 이준이도 그 능력이 들켜 결국 죽어요. 그들이 사는 시대는 초능력자를 인간 취급하지 않아요. 사람들은 모든 죄를 뒤집어씌울 희생양이 필요했고, 그게 당시 초능력자들이었던 거죠. 윤슬의 부모님은 미국으로 떠나자고 해요. 딸이 잡혀가게 내버려둘 순 없으니까요. 하지만 윤슬은 시간을 멈춰서 매번 바다에게 가요.


실은 바다와 윤슬에게 일이 생겼어요. 둘이 손을 잡고 길을 가다 바다가 트럭에 치여 크게 다쳤어요. 능력이 있음에도 정작 필요한 순간에 그 능력을 사용하지 못함을 자책하는 윤슬. 바다는 다리를 크게 다쳐 움직일 수 없었고, 윤슬은 아무도 없는 새벽에야 바다를 보러 와요. 바다는 윤슬이가 이러다 부모님께 들키는 게 아닌지 걱정되는 마음과 윤슬을 보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싶은 마음에서 갈등해요. 이 악물고 연락처도, 병원도 모두 바꿨지만 어떻게든 다시 찾아온 윤슬. 둘은 서로 사랑하는데 둘의 사랑을 허락하지 않는 세상. 어째서 세상은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는 걸까요.


"인생에 리셋버튼이 있었다면 주저 없이 눌렀겠지만, 우리는 되돌릴 수 없는 인생을 살기에 덧없는 것 아닐까. 그런 우리가 인간이라, 아름다운 거 아닐까." (P. 151)

윤슬의 바다. 이름부터 잘 어울리고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 두 사람은 서로를 위해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사랑이 전부인 젊은 시절이 있었는지 떠올려봤는데 잘 모르겠어요. 20대 중반에 연애를 시작했기에 순수하지만은 않았던 것 같아요. 학창 시절엔 순수한 사랑 같은 걸 잘 떠올리고 꿈꾸기도 했는데, 나이가 들수록 왜 그렇게 현실이 잘 보이던지요. 그래서 바다와 윤슬의 사랑이 순수하지만 아프게 다가왔어요. 서로가 서로에게 전부인, 다른 건 제대로 보지 못하는 시절. 두 사람은 후회 없었을까요? 많이 힘들고 슬프겠지만, 그럴지도 몰라요.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해 사랑했을 테니까요. 하지만 어렸기에 다른 방법을 찾지 못했을 수도 있을 것 같아 안타깝기도 했어요.


사랑하는 사람끼리 함께하지 못하는 비극은 누가 만든 것일까요? 어른들이에요.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 사회에서 일어나는 비극을 누군가에게 덮어씌우고픈 이기적인 마음, 그런 시스템이 잘못된 것인지 제대로 생각하지 않고 나라에서 시키는 거니까 무조건 따르는 사람들. 그런 어른들에 의해 고통받는 건 순수함을 간직한 사람이에요. 세상은 다름이 있어야 발전하는데 왜 똑같은 걸 강요하는 걸까요? 나와 조금 다르면 왜 배척하려고 할까요? 그게 진화적으로 유리해서 그렇다고 하더라도, 인간에게는 의식이라는 게 있잖아요. 어떤 게 옳은지 검토해 볼 수 있잖아요. 저도 가끔 편견에 휩싸일 때가 있는데, 부끄러울 때가 많아요. 그러니 순수함을 간직한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되도록 노력해야겠어요. 감사합니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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