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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부 - 백은별 장편소설
백은별 지음 / 바른북스 / 2024년 1월
평점 :
청소년 소설을 잘 읽지 않아요. 그 시기를 지나왔으니까요. 어른이 읽어야 할 책만 해도 끝이 없기도 하고요. 그런데 가끔은 궁금해요. 요즘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며 사는지요.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자기 꿈을 펼치며 사는 청소년들도 있지만, 기사에서 접하는 내용은 우울한 게 많아요. 학폭, 따돌림, 우울, 자살 등.
책날개를 펼치면 이런 이야기가 나와요. '꽤 많은 학생들이 본인들의 살날을 스스로 정하는, 자발적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어요. 어른들이 모를 뿐 학생들의 자살 결심은 교실에서 흔하게 볼 수 있어요.' 충격이었어요. 최근 통계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11년째 청소년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라고 해요. (여성가족부, 2023 청소년 통계) 아이들이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지 자세히 들여다봐야 하지 않을까요? 14세에 이 소설을 쓴 작가의 이야기가 지금의 현실을 전하고 있는 것 같아 마음 아팠어요.
중2인 수아에게는 상처가 있어요. 초등학교 때 근거 없는 소문으로 따돌림을 당했거든요. 중학교 1학년 때까지 따라다닌 소문으로 부모님 몰래 손목에 자해도 많이 했어요. 그래서 행복이란 단어가 무겁게만 느껴져요. 그래도 8년 지기 친구 윤서가 있어서 다행이에요. 하지만 윤서 또한 상처가 있어요. 7살 때 부모님이 윤서와 동반 자살하려고 했거든요. 부모님은 돌아가시고 윤서 혼자 살아남아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어요. 아이들은 그런 윤서의 소문을 듣고 음침하다면서 피해요. 내성적인 윤서는 내색하지 않아요. 언제나 부모님 사진이 들어있는 사진첩을 가지고 다닐 뿐이죠. 그 사진첩은 수아에게도 보이지 않지만요.
집단으로 몰려다니며 타인을 괴롭히는 걸 영웅이라도 된 듯한 착각에 빠지는 아이들이 있어요. 왜 그런 걸까요? 아직 미성숙하다는 건 변명이 되지 않아요. 가해자에겐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일이 피해자에겐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되니까요. 예전과 달리 학폭에 관한 인식 자체가 바뀌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누군가에게 준 상처는 본인에게 몇 배가 되어 돌아온다는 걸 제대로 알았으면 좋겠어요.
윤서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비밀이 있어요. 바로 자살할 날을 정해놓은 거죠. 부모님이 돌아가신 크리스마스 날 죽기로 해요. 학교 옥상에서 사진을 찍어 수아에게 보낸 윤서. 수아는 놀라서 옷도 제대로 걸치지 않고 달려가요. 하지만 윤서는 수아가 보는 앞에서 뛰어내려요. 그 일로 큰 충격을 받은 수아는 엄마의 권유로 상담도 받고 병원에서 약도 받아요. 약까지 먹으면 정말 정신이상자가 되어버릴 것 같아 엄마 몰래 버리지만요. 아이들이 원하는 것과 어른들이 해주고 싶은 것의 차이가 느껴져요. 아이들이 바라는 건 힘듦을 알아주고 공감해 주는 건데, 어른들은 그런 건 건너뛰고 해결책만 제시하려고 해요.
중3이 되었지만,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수아. 윤서에 대한 죄책감으로 살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어요. 수아는 윤서처럼 D-day를 정하기로 해요. 크리스마스 날 죽기로 스스로 시한부가 되기로 결심한 거죠. 있는 듯 없는 듯 살다 죽고 싶었던 수아에게 전학생 민이가 다가와요. 민이는 아역배우를 했을 만큼 잘생겨서 많은 사람의 호감을 얻지만,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그만의 상처가 있어요. 자기와 같은 아픔이 수아에게 보였기 때문에 계속 다가가서 결국은 친구가 돼요. 민이는 수아가 스스로 시한부가 되기로 결심한 걸 듣고, 살고 싶어지도록 노력해 보겠다고 해요. "울기도 하고 이겨내서 웃기도 하는 건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거잖아?"라고 말하면서요.
시간이 흘러 눈 내리는 크리스마스 날. 집을 나선 수아. 수아는 어떤 결심을 하게 될까요?
읽는 내내 가슴이 먹먹하고 무거웠어요. 길에서 마주치던 청소년들의 숨겨진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 같았거든요. 마냥 어리게만 보이던 아이들의 마음속에 저런 우울과 절망이 자리 잡고 있다고 생각하니 미안했어요. 청소년기는 내가 누구인지 찾기에도 버거운 시기잖아요. 또래가 가장 소중할 때라 어떻게든 그 속에 속하려고 발버둥 치는 시기이기도 하고요. 여러 가지 해보고 싶은 것도 많을 텐데 '공부' 하나로만 아이들을 속박하고 있는 건 아닌지. 아이들의 마음을 짓밟고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건 아닌지.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면 어떨까요? 이런저런 조건 붙이지 말고요. 그냥 한 사람의 개성을 지닌 인격체로 존중하면서요. 아직 자아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잘못된 길을 걸을 때도 있을 거예요. 그때 어른의 역할을 제대로 하면 돼요. 평소에는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들어주면 어떨까요? 그걸로도 아이들은 삶의 희망을 발견할지도 몰라요. 소중한 자기 삶을 포기하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을지도 몰라요. 초등학교 저학년인 두 아들이 있는 엄마로서, 나중에 우리 아이들은 이런 생각 하지 않게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있는 그대로 존중해주자 마음먹는데, 가끔 잊어버려요. 이젠 잊지 않아야겠어요.
삶의 희망을 잃어버린 청소년들, 특히 어른들이 읽어봤으면 좋겠어요. 감사합니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