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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얼굴
이현종 지음 / 모모북스 / 2025년 7월
평점 :
미스터리, 스릴러를 즐겨 읽지 않지만, 더운 여름엔 생각날 때가 있어요. 무더움을 오싹함으로 날리고 싶은 기분이랄까요. 하지만 무서움을 많이 타서 절대 밤엔 읽지 않아요. 내용이 계속 생각나서 잠 못 이룰까 봐요. <숨겨진 얼굴> 책은 표지부터 무서워요. 가면이라는 건 알겠는데, 가면 안에 어떤 눈이 저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느낌이거든요. 도대체 어떤 비밀을 숨기고 있길래 얼굴을 숨기고 있을까요?
햇살 따스한 날, 카페 야외 테라스에서 커피를 마시던 노부부. 그들은 한 남자에 의해 잔인하게 살해돼요. 노부부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희망재단을 설립하고 장학금을 지원했으며, 마약중독자와 도박중독자 등을 성심성의껏 치료하고 상담소와 보호소도 운영하는 등 선행을 해왔기에 충격은 더 컸어요. 노부부의 아들 이준혁은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어 힘들어하던 중 부모님에게 엄청난 규모의 재산이 있었음을 알고 깜짝 놀라요. 희망재단의 이사장이 살해됨으로써 그 자리와 많은 재산을 차지하기 위한 쫓고 쫓기는 싸움이 시작돼요.
이준혁은 희망재단에 대해 하나하나 알아갈수록 부모님이 그에게 숨겨왔던 진실을 마주하고 힘들어해요. 선행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그들이 뒤에선 어떤 일들을 하고 있었는지 살인자 차혁진의 입을 통해 알게 된 거죠.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남겨진 장부를 통해 재단이 그동안 사람을 도구로 사용하면서 온갖 불법적인 일을 해왔음을 알게 돼요. 그런 혼란한 때, 장박사라는 사람이 찾아와 50억이라는 돈을 내면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이동해 부모님을 살릴 수 있다는 은밀한 제안을 해요.
차혁진은 원래 희망재단의 이사였어요. 이준혁의 부모님을 따스하던 원래 모습으로 돌려놓고 싶었지만, 실패했죠. 돈이 사람을 타락시키면서, 노부부는 점점 대범해지고 죄책감은 자취를 감추게 되었어요. 노부부 밑에서 온갖 더러운 일을 했던 진승일, 조대식 같은 인물들의 실체를 밝히고 모든 걸 바로잡고자 했지만, 노부부는 거절했어요. 돈이 양심을 이긴 거죠. 그들은 기어코 차혁진의 아내를 살해하고, 딸은 어딘가로 팔아넘기면서 차혁진은 그런 범죄를 저지르게 된 거죠.
한편 이 사건을 파헤치던 강력계 형사 병찬과 희성. 그런데 병찬의 소극적인 태도가 마음에 걸리는 희성. 사실 병찬은 아들의 백혈병 치료를 희망재단에서 지원해 주면서 재단의 요청 시 경찰 내부 협조를 약속했거든요. 처음엔 사소한 부탁이었던 것이 점점 커질 때마다 죄책감에 시달렸지만, 아들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죄책감을 눌렀어요. 희망재단의 실체를 알지만 자신 또한 그 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병찬의 모습에 조금씩 실망하는 희성.
점점 드러나는 희망재단의 실체와 놀라울 정도의 재산. 그걸 차지하기 위한 이들의 얽히고설키는 협력과 배신. 그런 와중에 부모님을 어떻게든 살려 내고 싶다는 준혁의 바람. 준혁은 이 모든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 과거로 무사히 갈 수 있을까요? 그리고 다른 이들은 어떻게 될까요?
긴장감, 긴박함, 잔인함, 무서움이 느껴져서 읽는 중간중간, 움찔하긴 했지만, 단숨에 읽었어요. 흡입력이 있더라고요. 이런 일이 실제로 있을 것 같아 오싹하기도 했어요. 좋은 사람으로 포장하며 살아온 부모님의 민낯을 마주하는 아들의 갈등과 힘듦이 느껴졌어요. 돈을 위해서라면 사람을 도구로만 여기는 사람들을 보며 분노했어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하더라도 범죄 세력과 결탁해 본연의 의무를 저버리는 형사를 보면서 씁쓸하기도 했어요. 시간여행이라는 황당한 이야기도 실제 어느 곳에서는 실험이 이뤄지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고요. 전혀 생각지 못한 끝이라 '끝.'이라는 글자를 한참 동안 바라보기도 했어요.
만약 과거로 돌아가서 어떤 사건의 전개를 바꿀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은 욕망을 느낄 수 있겠죠. 하지만 그 한 번으로 만족할까요? 더 과거로 돌아가서 더 많은 걸 바꾸고 싶은 욕심이 생기지 않을까요? 어찌 보면 이미 일어난 일은 어쩔 수 없이 내버려두는 게 나은 것 같기도 한데 그게 또 쉽지 않아요. 사람의 욕심이라는 게 끝이 없으니까요. 과거의 일을 통해 현재를 돌아보고 조금은 나은 미래를 그려보는 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싶어요.
인간의 탐욕에 관해 잘 짜인 이야기를 미스터리, 스릴러로 만나고 싶은 분께 추천해 드려요. 감사합니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